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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피를 흘려야만 살아 남을 것으로 보였다. 한성항공이 운항 중단을 선언했고, 영남에어는 끝내 부도처리되고 말았다. 확실히 저비용항공 시장은 '레드오션'으로 보였다. 이스타항공이 김포-제주 최저가 운임 '1만9900원 깃발'을 들고 '붉은 바다'에 뛰어든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불과 2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제주-김포 노선에서 저비용항공사가 차지한 여객 수송분담률은 무려 55%에 이른다. 승객 2명 중 1명이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한 셈이다. 제주 앞 바다는 이제 저비용항공사들에게 확실히 '푸른 바다'가 됐다.

이스타항공에게 '새로운 바다' 열리는 7월 1일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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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7월 1일은 이스타항공에게 '새로운 바다'가 열리는 날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로는 최초로 인천-나리타(도쿄) 노선에 취항한다. 그동안 대형 항공사들이 독점했던 이른바 황금 노선이다. 이스타항공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래서다.

일단 이스타항공이 내건 최저가 19만9000원이란 왕복 항공권 가격이 눈에 먼저 와 닿는다. 국내선 경우처럼 예약률이 오르면 운임도 함께 오르는 '얼리버드 방식'이 적용된다. 최고가는 52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스타항공 표현대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짜릿한 가격'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더 '짜릿한' 관심거리는 그 다음 이야기다. 과연 '김포-제주' 경우처럼 국제선에서도 저비용항공사들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인가. 이제 LCC(Low cost carrier, 저비용항공사)가 하나의 대세로 굳어지는 것인가. 6월 29일 서울 여의도 이스타항공 사무실에서 이상직(48) 회장을 만났다.

"인천-나리타 노선은 정상 운행되면 연 30∼40억 원 정도 흑자가 난다. 이런 좋은 노선을 확보함으로써 흑자 기반을 마련했다. 바깥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략적 제휴를 맺으려 할 것이다. 충분히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스타 항공이 한중일 LCC팀 기폭제 역할할 것"

항공사들은 흔히 '동맹'을 맺는다. 동맹이란 말 그대로 공동 운항이나 노선 공유 등으로 비용을 절감한다. 대형항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에서 밀리는 저비용항공사에서 더욱 필요한 것이 바로 이 동맹이다. 이 회장이 '러브콜 효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중국 최초의 저비용항공사이자 최대 민간항공사로 알려진 춘추항공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에 '인천-나리타' 노선에 취항함으로써 일본 항공사와 파트너쉽을 맺기도 훨씬 용이해졌다. 대한항공이 소속된 세계적 항공 동맹 '스카이팀'과 같은 '한중일 LCC팀'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이 생각하는 '대표 선수'는 당연히 이스타항공이다.

이 회장은 세계적으로 LCC가 대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항공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LCC임에도 유독 한중일에서만 약세였던 것은 모두 국영항공사를 보호한 결과였다"며 "그런데 일본항공(JAL)이나 중국 항공사들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최근 이런 국영항공사 체계가 무너졌다. 일종의 빅뱅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장은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동경 심장부를 뚫었다. 이스타항공이 'LCC 대세'를 한중일로 옮겨 붙게 할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또한 "우리가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도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는다면,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동남아시아 등 여타 나라 항공사들도 함께 할 것이다. 한중일에서도 LCC가 넘버 원 항공사로 도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회장은 이른바 '가격 거품'과 관련해서도 "국내 노선보다는 해외 노선에 거품이 많다고 본다. 1시간 거리인 김포-제주 왕복 요금이 20만 원인데, 2시간 거리인 일본 운임이 어느 정도 돼야 적당한 지는 생각해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며 인천-나리타 노선 취항이 "(기존 요금 체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이 회장은 승무원 유니폼 제작을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참 신나는 옷' 대표에게 맡긴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탈리아 디자이너에게 맡긴 대한항공 못지 않은 유니폼을 갖게 됐으니 원가 절감을 한 것이다. 조금만 생각하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나온다"는 말로 중소기업간 '동반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중일에서도 LCC가 넘버 원 항공사로 도약할 것"

이스타항공의 주력 기종인 B737-700
 이스타항공의 주력 기종인 B737-700
ⓒ www.eastarj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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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 기자회견에서 "올해 1460억 원 매출로 흑자 경영 원년을 이룩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목표를 바꿔야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째는, 일본 지진 때문에 시장이 죽어 있는 상태다. 인천-나리타의 경우 평균 탑승률이 85% 정도인데, 60%로 줄었다. BEP(손익분기점) 맞추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만큼 이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기름값이 많이 올랐다. 중동 사태 탓에 수급의 일시적인 유동성, 이로 인해 항공사, 버스회사, 택시회사 등 이런 곳에 피해가 크게 온다. 특히 항공은, 유류비가 전체 원가의 1/3 정도 차지한다. 유가 변동에 굉장히 민감하다.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 그래도 인천-나리타 노선이 흑자 경영의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아무래도 국내선 운항으로는 BEP를 맞추기 쉽지 않다. 인천-나리타 노선은 정상 운행되면 연 30∼40억 원 정도 흑자가 난다. 이런 좋은 노선을 확보함으로써 흑자 기반을 마련했다. 그럼으로써 바깥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략적 제휴를 맺으려 할 것이다. 충분히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 대외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이 1970년대, 유럽 라이언에어가 1980년대, 이지젯이 1990년대에 생기지 않았나. 이들 LCC들(Low cost carrier, 저비용항공사)이 세계 항공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렇듯 LCC가 대세인데, 유독 한중일만 LCC가 약세였다. 한중일 모두 국영항공사들을 보호하다보니 생긴 결과였다.

그런데 이런 국영항공사 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본항공(JAL)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중국 항공사들도 경영난에 빠지면서 합종연횡이 이뤄졌다. 댐이 무너지면서 일종의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파트너인 중국의 춘추항공(중국 최초 저비용항공사로 알려져 있다)만 봐도, 작년에 1000억 원의 이익을 냈다.

여기에 일본과도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게 되면,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 여타 나라 저비용항공사들도 함께 할 것이다. 기존 스카이팀(항공사 동맹)과 같은 LCC팀(저비용항공사 동맹)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중일에서도 LCC가 넘버 원 항공사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동경 심장부를 뚫었다. 인천-동경 노선을 갖고 있는 LCC냐 아니냐는 상당히 중요하다. 앞으로 이스타항공이 세계적인 'LCC 대세'를 한중일로 옮겨 붙게 할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국내 노선보다 해외 노선에 너무 많은 거품 있다"

이상직 회장
 이상직 회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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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나리타 왕복 요금을 최하 19만9000원에서 52만 원으로 책정했다.
"출범 초기 김포-제주 노선의 최하 요금 1만9900원이 이스타항공의 고유명사처럼 됐다. 그래서 일종의 브랜드 가격으로 최하 19만9000원을 책정했다. 아무래도 성수기에는 많은 좌석을 배정하기 어렵지 않겠나. 해외 노선에서도 계속 적자를 할 수는 없는 일이고."

- 19만9000원 좌석이 어느 정도 배정될 것이라 봐야 하나.
"국내선의 경우 1만9900원 좌석을 10% 정도 배정했었다. 그만큼은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는가. 최고 52만 원이란 가격 자체도 거품을 걷어낸 가격인데….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비율을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도 누구나 항공 여행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약속은 꼭 지킬 것이다."

- 이스타항공이 책정한 인천-나리타 왕복 요금은 어느 정도 저렴한 것인가.
"LCC 자체가 저비용 구조다. 그들(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보다는 확실히 많이 낮출 수 있다. 통상적으로 30% 정도의 요금은 세이브 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또 미리 예약한 여행객의 경우, 절반 이하의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분명한 사실이다."

- 해외 노선에 어느 정도 거품이 있다고 보나.
"국내 노선보다는 해외 노선에 너무 많은 거품이 있다고 본다. 회사마다 다르게 이야기하지만, 김포-하네다 소요 시간이 2시간이다. 1시간 거리인 김포-제주 왕복에 20만 원 받는다. 기름값, 공항이용료를 감안하더라도, 어느 정도 운임이 적당한 지는 생각해보면 알 수 있지 않겠는가. 굉장히 많이 받고 있다고 본다. 독과점 노선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이런 노선을) LCC들에게 많이 나눠줘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거품이 거둬진다."

- 이번 인천-나리타 취항이 기존 요금 체계에 영향을 미칠까?
"당연하다. 우리 항공사 출범 당시 저비용항공사 국내 시장점유율이 8%였다. 그런데 지금 김포-제주 노선의 경우 저비용항공사들의 점유율이 50%가 넘는다. 두 분 중 한 분이 저비용항공을 이용한다는 것 아닌가. 대단한 것이다. 하루에 한 번 가는,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이스타항공 뿐 아니라 다른 LCC도 취항한다면 상당한 파급력이 생길 것이라 본다."

"올해 하반기 B737-800 도입"

이스타항공 유니폼 런칭쇼
 이스타항공 유니폼 런칭쇼
ⓒ www.eastarj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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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타항공은 최근 2년 연속 고객만족도와 탑승률 그리고 수송실적 부문 등에서 업계 1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취항 첫 해인 2009년 매출 480억 원, 작년에는 1046억 원으로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띌 만한 성장세다. 그 이유는?
"대외적으로는, 우선 아까 말한대로 세계 항공 시장을 LCC가 석권하고 있다. 한중일의 경우도 국영항공사 체계가 깨지면서, 우리 이스타항공 뿐 아니라 LCC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물론 모든 LCC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1등 LCC 항공사들의 공통점은 일단, 좋은 비행기다. 우리 이스타항공 비행기 역시 보잉 737-NG, 신기종이다.

그 다음으로 성공한 LCC들에는 분명한 경영 색깔이 있다. 사우스웨스트는 재미를, 라이언에어는 섹시함을 판다. 그래서 우리는 추억이란 걸 집어넣었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설레는 마음으로 가는데, 비행기가 답답하면 안 되지 않나. 하늘, 우주선, 어린 왕자 등을 테마로 기내 디자인을 각각 모두 다르게 했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비행기가 됐다. 이런 노력이 승객들에게 이스타항공은 뭔가 다르다는, 서비스로 인식된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 그런데 '실속'을 보면 작년까지 적자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다른 LCC들은 작년 모두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외형적인 성적을 감안하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진에어나 에어부산은 모기업으로부터 정비 등 여러 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 진에어나 에어부산의 흑자에는 그런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이와 함께 2010년 국제 노선 배분에서 우리는 하나도 받지 못했다. 다른 항공사들은 받았다. 그럼으로써 국내 적자분을 보전할 수 있었다고 본다. 우리도 내년에는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 B737-800을 도입할 것으로 보이던데?
"올해 하반기에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 주력 기종인 B737-700과 크게 좋고 나쁜 차이는 없다. 다만 승객을 40명 정도 더 태울 수 있다. 해외 노선의 원가 경쟁력이나 효율성 재고 차원에서 도입하게 됐다. 앞으로 인천-나리타 노선을 비롯, 주로 해외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 올해 초 제주-군산 노선이 항공기 이상으로 결항된 적이 있다. 대체 항공기를 투입하지 못해 승객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던 걸로 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인가.
"상당히 드문 일이긴 하지만, 항공기 이상에 따른 문제는 비단 저비용항공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다만 대응에 한계가 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처럼 대체 항공기 투입이 쉽지 않으니까.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좋은 비행기를 쓰고, 안전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정비를 더 철저히 하게 된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스카이팀처럼 한중일 LCC팀을 추진하는 것도 그래서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 그와 같은 한계는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10대, 그쪽이 10대면, 20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

"로 프라이스(Low price)가 아니라, 로 코스트(Low cost)다"

- 다른 인터뷰를 보니까, 중소기업의 대표주자로 자부한다는 말이 나오던데.
"다른 항공사와 달리 우리 모기업은 비록 업계에서는 1위지만, 어쨌든 중소기업이다. 그래서 더욱 중소기업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99%가 중소기업이다. 1%가 대기업이다. 그런데 그 99%의 중소기업들이 먹고살기 어렵지 않나. 더불어 함께 성장하자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우리 승무원 유니폼을 전태일 열사 동생인 전순옥 박사(참 신나는 옷 대표)에게 맡겼다. 전순옥 박사는 MK패션산업발전협회 일도 하고 있다. 나도 현재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MK란 게, 메이드 인 코리아, 그 제품을 동대문에서 만들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활동을 하는 곳이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 유니폼 제작을 맡겼다. 조건은 한국 디자이너, 제작은 동대문이었다.

무슨 효과가 있을까. 대한항공 유니폼은 이탈리아 디자이너에게 맡겼다. 그만큼 고비용으로 간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도 그 못지 않은 유니폼을 갖게 됐다. 실제 우리 유니폼 예쁘다는 칭찬 많이 듣는다. 원가 절감을 한 것이다. 그리고 '동대문'에서는 시티은행과 한국전력에 납품을 했다. 승무원 유니폼이 유니폼의 꽃 아닌가. 우리 납품 실적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우리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착한 기업'으로, 항공사 최초로 상을 받게 됐다. 이렇게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 조금 생각하면 나온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보통 '저가 항공사'란 말을 많이 쓴다.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말이다. 세계적인 공용 명칭이 LCC다. 로 코스트 캐리어(Low cost carrier), 정확히 저비용이란 말 아닌가. 로 프라이스(Low price)가 아니다. LCC들이 스스로 저가항공사라고 하겠나. 아니다. 그럼에도 저가항공사란 말이 쓰이는 것, '싸구려' 또는 '안전하지 않다'는 이미지를 씌우기 좋으니까, 아주 저의가 안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국민항공사란 말을 쓰는 것도 그래서다. 그 말이 더욱 어울리도록 열심히 하겠다."


태그:#이스타항공, #저비용항공, #LCC, #이상직, #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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