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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정말 간절하게... 지금 공권력을 투입하고 폭력적으로 해결하려는 순간 누군가는 다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경찰도 다칠 수 있습니다. 그 사람도 다칠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처리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배우 김여진씨가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174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28일 오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김씨는 한진중공업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호소했다. 그는  "내일(29일)이 당장 국회 청문회인데 왜 당장 그래야 하는가"라며 "문명의 시대라면 대화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아무도 다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대규모 정리해고로 촉발된 한진중공업 파업은 지난 27일 법원의 '퇴거명령'이 강제집행 되면서 크레인을 사수하려는 조합원들과 집행관들 사이에 큰 충돌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조선소 밖으로 끌려 나왔고 현재는 35m 높이의 크레인 위에 있는 김 지도위원과 이를 지키는 17명의 조합원만 남아 있는 상태다. 

 

"회사가 어렵다는데 주가는 왜 오르나?"

 

 

김씨는 이날 자리를 비운 진행자 정관용 시사평론가를 대신해 신율 명지대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29일로 예정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진중공업 청문회와 관련 "있는 사실 그대로를 알고 싶다"며 "경영상 긴박한 이유로 해고를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다음날 바로 170억이 넘는 배당금이 나올 수 있으며, 또 주식이 오를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제(27일) 노조집행부가 회사와 협상을 타결했다는 보도가 나가고 나서도 주가가 올랐다"라며 "이걸 다 우연으로 볼 수 있나?, 그 부분부터 시작해 이번 해고가 정말 정당한 건지 꼼꼼히 따져서 알려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난 29일 예정된 '한진중공업 경영상해고와 노사관계 문제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청문회'는 한나라당이 "노사협상이 타결 됐으니 정치권이 더 이상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혀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출석 여부 또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김씨는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 협상타결을 선언한 것에 "노조 지회장은 협상권은 있지만 체결권은 없는 분"이라며 "권리가 없는 사람이 권리를 행사했고, 노조원들의 뜻에 반하는 일을 하고 사라졌다가 메일로 언론사에 (협상타결 소식을) 뿌린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채길용 지회장 및 집행부가 사측과 협상을 타결하고 업무복귀 선언한 것은 무효라는 논란을 지적한 것. 한진중공업 노조는 산별노조로 정확한 소속관계는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이다. 산별노조의 모든 교섭은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조를 통해 맺어지게 된다.

 

김씨는 이러한 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보도를 한 언론들도 비판했다. 김씨는 "'극적타결'이라고 (기사가) 나가기 전에 기자라면 당연히 협상내용을 물어봐야 한다"며 "김진숙 지도위원이 170일 넘게 농성하며 싸워온 주제는 딱 하나인데, 정리해고는 철회 됐는지, 그분은 내려왔는지 확인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국가경쟁력, 누구를 위한 것인가?"

 

김씨는 한진중공업과 유성기업 등 최근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받지 못하는 근본 이유를 묻는 질문에 "국가경쟁력, '국격'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현재 대기업이나 정권을 잡고 있는 분이 하는 이 말은 임금이 낮아야 하고, 근무환경은 나빠야 하고, 마음대로 잘라낼 수 있어야 하고, 또 사람들은 꾹꾹 참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면 세계에서 국가경쟁력이 가장 높은 곳은 어디가 되겠나? 국민들이 못살고 억압받을수록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건 그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언제 해고될지 모르고, 물가는 엄청나게 오르고, 자식 대학 보내는 건 허리가 휠 정도를 넘어선 그 상황으로 몰아붙이는 건 과연 누구를 위한 거냐"고 성토했다.

 

그는 한진중공업 현장에 다시 갈 것인지 묻는 질문에 "촬영이 계속 있어 갈 수가 없다"면서도 "현장에서 보고 있는 게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 가끔 그분이 손 흔드는 모습을 보는 게 그나마 편하다"라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김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지금 내가 걱정하는 것을 온 국민이 함께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그와 대화를 나눈 신율 교수 또한 "김여진씨가 다른 곳에 있다 해도 한진중공업 현장에 있는 분들은 우리와 함께 한다고 느낄 것"이라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느꼈다"고 공감을 표현했다. 그는 "지금 김여진씨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확신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날 장향숙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전기가 끊기고 용역업체 직원들이 휴대전화 배터리나 죽도 올려 보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용변을 본 양동이도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긴급구제조치를 요청했다.

 

김 지도위원은 "크레인 중간에서 농성하고 있는 노조원 중 12명만 남기고 빠지면 전기를 다시 공급해주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인권위는 수일 내에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상임위원회를 열어 경찰에 긴급구제조치를 권고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태그:#김진숙,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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