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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저녁 부천시의회에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자신들이 두 달간 조사한 부천지역 청년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개선 방향을 토론하기 위해서다.

평화와 자치를 열어가는 부천연대(대표 장형일) 산하 청년네트워크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부천 관내 대학과 역을 찾아다니며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실태 설문조사를 벌였다.

부천 청년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청년네트워크 김인수 사무국장 부천 청년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구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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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49명이 설문에 답한 이 조사에서 여성이 189명으로 54%, 남성이 160명으로 46%였다. 발제를 진행한 청년네트워크 김인수 사무국장은 우리 사회 전체 비정규직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그대로 반영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토론자였던 청년유니온(위원장 김영경) 이종필 조직팀장 역시 이 비율은 청년유니온이 서울 용산구에서 조사한 청년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에서 나온 결과와 비슷하다며 노동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에 여성이 더 많은 구조적 문제를 제기했다.

생계형 알바가 73%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천 지역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생활비를 위해서"가 60%, "등록금"이 13%로 생계형 알바가 73%를 차지했다. 또한 하루 6시간 이상 장시간 일하는 비율이 90%였으며, 3개월 이상 장기간 근무하는 경우도 53%나 달했다. 김인수 사무국장은 더 이상 청년 아르바이트를 "알바생"이라 부르며 학생임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엄연한 노동시장의 한 축을 차지하는 노동자임을 인정하고 노동법에 근거한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최저임금 등 노동법이 보장한 기본적인 노동권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대학생 이지은씨(여, 24)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에서도 처음 계약했던 시간 외에 청소를 시킨다거나 도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의 경험이 있는 청소년 전혜진(여, 고3) 학생도 출근했다가 손님이 없으면 퇴근 시키는 일명 '꺽기'로 인한 임금 삭감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38%가 2011년 최저임금인 4320원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았다고 답했다. 한국노총 부천지부에서 운영하는 노동상담소 김성호 실장은 지난 해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한 편의점, 식당 등 아르바이트 업종 2만 개 사업장 중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장이 8.4%나 되고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업주들에 대해 최저임금을 어기는 것은 현행법을 어기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이로사 간사, 청년유니온 이종필 조직팀장, 청년네트워크 김인수 사무국장, 부천노사민정협의회 고용차별개선네트워크 박현진, 부천노총 노동상담소 김성호 실장, 대학생 이지은
▲ 부천 청년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 발표와 개선 토론회 왼쪽부터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이로사 간사, 청년유니온 이종필 조직팀장, 청년네트워크 김인수 사무국장, 부천노사민정협의회 고용차별개선네트워크 박현진, 부천노총 노동상담소 김성호 실장, 대학생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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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꺽기'로 임금 삭감 당한 여고생의 눈물

토론회를 통해서 그들은 청년 아르바이트 실태를 통해 나타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몇 가지 제시했다.

이종필 조직팀장은 당사자 운동을 강조했다. 청년유니온을 만든 이유도 더 이상 제도와 기성세대에 기댈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노동조합이나 청년단체, 청년들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스스로 사회에 문제제기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청년유니온의 가장 큰 성과도 청년 고용 문제를 사회 이슈화 했다는 데 있다고 했다.

그는 당사자 운동과 더불어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통 업주들은 소방교육, 위생교육은 열심히 받는데 성희롱예방 교육, 안전보건 교육 등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영업허가권이 있는 지자체가 나서서 이런 교육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지도하라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부분은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이로사 간사도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학교에서 정규 교과로 노동기본권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예로, 청소년 배달 노동자들에 대한 면접조사에서를 했는데, 안전사고가 났을 때 산재처리를 못하는 이유가 "제도에 대해 잘 모르고", "자신이 잘 못해서 사고가 나서"라고 대답하는 청소년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산재보험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그런 것들은 교육을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제도교육에서 보장할 때 가장 확실하다는 것이다.

부천에 청년 노동조합 결성이 멀지 않았다

토론회가 끝나고 인터뷰한 청년네트워크의 심지선 대표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부천지역에 청년 노동자 조직화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청년네트워크를 통해 청년들이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다면 이제부터는 청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사회에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실천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고민은 청년유니온과 같은 노동조합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도 했다.

토론회에 참관한 한국노총 부천지부 김준영 의장도 지역에 청년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겠다면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부천시의회 김인숙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민주노동당 김인수 부천시의원 부천시의회 김인숙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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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론회는 평화와 자치를 열어가는 부천연대 산하 청년네트워크, 민주노동당 부천시위원회 청년학생위원회, 부천노사민정협의회 고용차별개선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주최했고 부천시의회 김인숙의원이 후원했다.


태그:#부천, #청년, #고용, #아르바이트,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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