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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개발계획을 놓고 '보존과 개발'이라는 두 명제를 놓고 토론를 하고 있는 발제자들.
▲ 명동성당 개발 대안 토론회 명동성당 개발계획을 놓고 '보존과 개발'이라는 두 명제를 놓고 토론를 하고 있는 발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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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경성 도시 한복판, 전망이 좋은 고지대에 '종이 걸려 있는 언덕'이 있었다. 명동성당 신축은 '종이 걸려 있는 언덕'이란 의미를 담은 '종현(鐘峴)'으로 정해졌다. 1887년 높은 지대에 건물을 앉힐 수 있을 정도의 언덕을 깎아 놨다. 당시 뮈텔 주교는 1892년 봄 성당을 지을 터에 최초의 돌을 놓았다. 코스트 부주교는 뮈텔 주교의 명령에 의해 성당건축을 할 수 있었다. 코스트 신부가 선종한 2년 후인 1898년 5월 29일(성신강림대축일) 빅토르 루이 프와넬 신부에 의해 준공됐다. 이광수는 1917년 소설 <무정>에서 '종현 천주교당 뾰족탑의 유리창이 석양을 반사하여 불길같이 번쩍 거린다'고 했다."

명동성당 개발 관련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를 한 김정동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가 근대 명동성당의 풍경을 묘사한 발언 내용이다.

천주교 서울교구 명동성당의 본당 별관 철거, 교구청 신관 증축, 교구청신관 진입홀 및 다목적홀 대수선, 명동성당 진입부 광장 조성 등 개발 계획에 대한 명동성당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23일 오후 2시 사단법인 도코모모코리아(한국근대건축보존회, 회장 김종헌) 주최로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대강당에서 열린 명동성당 개발 계획 '관광특구인가, 성지인가' 특별토론회에서 '코스트 신부와 명동성당'을 발제한 김정동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는 "코스트 신부는 선종할 때까지 11년간 우리에게 '가톨릭은 고딕'이라는 인식을 심어 놓았다"면서 "자신의 마지막 성당 건축인 명동성당의 준공을 보지 못하고 장티푸스에 전염돼 1896년 2월 28일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건축은 청나라 사람이 주축이 돼 진행됐다"면서 "청불전쟁, 청일전쟁 등이 일어나자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태가 벌어졌고, 공사비와 성당 축성 중 아랫부분이 무너지는 등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다"고 피력했다. 이어 "명동성당은 우리나라 벽돌 건축물로 113년이 된 유일한 건축물"이라면서 "1950년대만 해도 서울시내 어디에서나 보이던 서울의 랜드 마크 타워였다"고 말했다.

그는 “근대 사적 문화재인 명동성당 개발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남의 일같이 여겨지지 않는다”면서 “이제라도 관계 당국자들이 개발에 앞서 성당 내·외부의 보존·정비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정동 목원대 교수 그는 “근대 사적 문화재인 명동성당 개발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남의 일같이 여겨지지 않는다”면서 “이제라도 관계 당국자들이 개발에 앞서 성당 내·외부의 보존·정비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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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1970년대 이후 경제성장에 따른 주변의 난개발로 인해 성당과 주변은 급속도로 망가졌다"면서 "문화재 당국은 성당 건물만 덩그러니 문화재로 해놨을 뿐, 이곳 주변을 문화재 구역으로 설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근대 사적 문화재인 명동성당 개발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남의 일같이 여겨지지 않는다"면서 "이제라도 관계 당국자들이 개발에 앞서 성당 내·외부의 보존·정비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 검토'를 발제한 김정신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문화재 현상변경 심의과정에서 적잖은 논란과 주목을 받아온 명동성당 관광특구 특별계획구역 안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해 본격적인 실시 설계에 들어가게 됐다"면서 "현재의 안 그대로 추진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야 말로 교회의 명분이나 심의(통과여부)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부담을 벗어나 순수한 건축적 차원에서 논의와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명동성당의 역사적 흔적들과 상징적 가치들이 실용주의에 의해 가려지고 지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명동성당 개발계획, 보존 정비 개념이 중심돼야"

그는 “명동성당 특별구역 개발계획은 개발보다 보존 정비 개념이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심의를 통과 했지만 실시설계단계에서 실용주의가 아니라 역사성 보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김정신 단국대 교수 그는 “명동성당 특별구역 개발계획은 개발보다 보존 정비 개념이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심의를 통과 했지만 실시설계단계에서 실용주의가 아니라 역사성 보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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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 그리스도 신앙의 상징이며, 한국 가톨릭 신앙의 표상인 명동성당이 서울대교구의 신앙적 문화적 행정적 중심"이라면서 "고유한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보존하기를 바라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명동성당 특별구역 개발계획은 개발보다 보존 정비 개념이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심의를 통과 했지만 실시설계단계에서 실용주의가 아니라 역사성 보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명동성당의 세계문화 유산적 가치로 ▲ 명동성당을 비롯해 초기 벽돌조 양식건물들이 군을 이루며, 한국근대 가톨릭교회의 발전상을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이라는 점 ▲로마네스크양식의 구조와 순수 고딕양식 공간체계 및 아시아권 성당건축으로 내부공간구성과 의장적 조화가 잘 이루어 진다는 점 ▲ 국내 자작생산 벽돌로 석조 유럽중세성당의 조각적 장식을 표현함으로써 건축적 가치가 탁월하다는점 ▲ 신앙의 자유, 민주화운동 상징, 소외받고 가난한 민중의 안식처 등 정신적 무형의 가치와 주변 오래된 벽돌조 건물군이 잘 보존돼 도심 속 아메니티를 만들어주는 경관적 가치가 탁월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는 “도시맥락에서 그 가능성의 최대를 구현하는 것과 아울러 서울시민에게 새로운 의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명동성당은 ‘재개발’보다 죽어 있는 것을 살리는 ‘재활’이 낫다”고 말했다.
▲ 유걸 아이아크 대표 그는 “도시맥락에서 그 가능성의 최대를 구현하는 것과 아울러 서울시민에게 새로운 의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명동성당은 ‘재개발’보다 죽어 있는 것을 살리는 ‘재활’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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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명동성당의 보존과 개발의 문제'를 발제한 유걸 아이아크 대표는 "명동성당은 한국사회의 혼란 시기에 억압받는 사람들의 피난처로, 한국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정의의 구심점이 돼 주었다"면서 "건물이 세워질 당시도 명동성당은 서울시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언덕위에 서 있어, 시각적 구심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명동성당을 재정비하기 위해 서울시민이 어떻게 이를 지각하고 있고, 서울시민들의 도시생활에 어떤 역할을 해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명동성당이 단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주위를 재정비하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맥락에서 그 가능성의 최대를 구현하는 것과 아울러 서울시민에게 새로운 의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명동성당은 '재개발'보다 죽어 있는 것을 살리는 '재활'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법과 약속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지역이 갖고 있는 가치의 효용들을 창의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성당 신도들도 필요하고 시민들도 놀 수 있는 넓은 공간 마련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 혼란 시기, 억압받는 사람들의 피난처였던 '명동성당'"

토론에 나선 우상호 전 민주당 국회의원은 "명동성당은 80년대 독재정권의 최루탄 등으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학생, 재야, 시민 등 시위자들을 보듬는 민주화운동의 성지였다"면서 "이런 성지에 관광특구를 조성해 새로운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고유한 것을 잘 보존해 보여주는 것이 관광 상품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복궁 안에 총독부를 짓고, 덕수궁 안에 석조전을 짓고, 임의로 현대건축물을 지어 독립문을 옮기고, 이런데 쓴 돈이 수천 억 원이 된다"면서 "과연 이런 문화재를 후손들이 마음대로 훼손할 수 있는가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용미 금성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성지, 오아시스, 휴식처 등 이상적인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면서 "사제관에서 본 테니스 코트, 명동상가 난잡한 간판, 쓰레기, 주차장 등 명동 성당 자체가 전혀 조화롭지 않으니 수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감대가 형성이 안 돼 아쉽다"면서 "과연 시민들이 자발적인 기금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과연 반대할 자격이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형석 <한겨레 신문> 기자는 "개발과 보존의 논리에 앞서 명동성당이 한국역사에서 일반인들에게 어떤 상징적인 이미지가 있는지, 그 부분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명동성당은 역사 문화공간으로서 남다른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개발계획은 명동성당의 주요한 공간적 이미지들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계획에 대한 명분은 인정하더라도 50년대 장안의 랜드 마크로서 보여줬던 정신적 랜드 마크로 남아야 한다, 한국적 천주교 위상의 독보적 존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선 리슨투더시티 디렉터는 " 있고 권력 있는 자들의 건축만 문화재로 취급하는 자세는 문화재운동의 편협성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면서 "성당이 민주화 성지대신에 돈을 선택했고, 가난한 사람들의 둥지를 관광특구로 선택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과 종교가 자본과 권력을 대변하는 노예가 돼선 안 된다"면서 "건축계는 사람들을 위한 건축을 하지 못하고 있고, 공동성을 위한 기능도 하지 못하고 있다, 건축계 선배들이 제시하고 있는 가치는 대체 무엇인가"라고 토로했다.

이날 우상호 전국회의원, 김용미 금성건축사사무소 대표, 노형석 한겨레신문 기자, 박은선 리슨투더시티 디렉터 등이 토론자로 나와 열띤 토론을 했다.
▲ 토론자들 이날 우상호 전국회의원, 김용미 금성건축사사무소 대표, 노형석 한겨레신문 기자, 박은선 리슨투더시티 디렉터 등이 토론자로 나와 열띤 토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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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앞서 인사말을 한 김종헌(배재대 건축학과 교수) 사단법인 도코모모코리아(한국근대건축보존회) 회장은 "명동성당이 지닌 사회적 가치와 시대정신의 상징성은 종교적 면을 넘어서는 한국 근현대사의 장소성과 더불어 재론의 여지가 없는 주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면서 "토론을 통해 명동성당이 지닌 종교적·건축적·역사적·사회적·문화적 가치를, 보존과 개발이라는 균형 있는 공존의 혜안을 모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일 서울시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심의 가결한 '명동관광특구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내 명동성당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시에 따르면 명동성당 세부개발계획은 2009년부터 2029년까지 20년간 총 4단계로 진행된다. 2014년까지 진행될 1단계 개발은 명동성당 진입부 광장 조성, 명동본당 별관 철거, 교구청신관 진입홀 수선, 다목적홀 수선, 교구청 신관 증축 등이다. 하지만 (사)도코모모코리아(한국근대건축보존회), 문화유산연대 등 문화시민회단체가 명동성당의 역사성, 민주화성지 등 상징성 훼손과 공사로 인한 건물의 안정성 위협 등을 들어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태그:#명동성당 개발 대안 토론회, #명동성당 보존과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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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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