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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한나라당 당대표선거에 나선 나경원 의원에게는 '전 지도부 책임론'이 뒤따른다. 최고위원으로서 홍준표 전 최고위원, 원희룡 전 사무총장과 함께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데도 당 쇄신을 위한 전당대회에 출마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22일 오후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난 나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공천을 어떻게 잘해서 내년 총선을 잘 치르느냐를 논의하는 전당대회"라며 "이런 당의 위기 상황에서 내 소임을 다 하지 못하는 것도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책임론을 반박했다. 자신이 제안한 완전국민경선제를 내년 총선 공천에 적용해 선거 승리를 일궈내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기 때문에 당의 위기 상황을 좌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나 의원은 "총선에서 표를 갖고 오는 문제에선 내가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며 4·27 재보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중구청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권이 위기에 빠진 원인에 대해서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당대표 후보들의 좌클릭 분위기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의 방법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당내 소장, 쇄신파와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 엿보인다.

 

'총선 전쟁을 앞두고 전사를 뽑아야지 스타일리스트를 뽑아서는 안 된다'는 홍준표 의원의 '총선전사'론에 대해 나 의원은 "대표 자리는 최고위원 자리보다 책임감이 앞서야 한다"며 "시끄럽게 한다고만 해서 이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전당대회 직후 홍 의원이 각종 회의에서 돌출 발언으로 '안상수 체제'를 흔든 것을 비판하면서 역공을 펼친 것.

 

나 의원은 향후 당·청 관계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잘하게 해기 위해선 때로는 같이 가고 잘못한 일은 단호하게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하면서 당이 주도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당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당·청 관계 역전'을 주장하는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대학 등록금 이전에 고교 의무교육 먼저, '정직한 복지' 돼야"

 

- 공식 선거캠프 발족은 안 하나.

"공식 선거 캠프를 안 만들고 따로 사무실도 안 내기로 했다. 전당대회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지자들의 모임이 있다는 곳도 한 번도 안 갔고 갈 생각도 없다. 이제는 돈 안 드는 선거 구조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 출마 선언문에 '정부와 청와대는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한나라당은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진단했는데.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믿지 못하고 한나라당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그동안 말을 많이 바꾼 게 크다. 하겠다고 한 약속들 중 지키지 않은 게 많다."

 

- 대표가 되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나.

"상황이 어렵다. 웬만큼 어렵지 않고선 전당대회에 안 나오리라고 생각했는데 당이 위기라서 나왔다. 내년 총선에서 어떤 후보가 당 대표가 돼야 표를 가져올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면 당원들이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 당을 어떻게 바꾸느냐,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당으로 바뀌는 게 전제돼야 한다. 총선에서 표를 갖고 오는 문제에 대해선 내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4·27 재보선이 다 어렵다고 했는데 나는 지역구(서울 중구) 구청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고 중구를 지켰다."

 

-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들어가면서 후보들의 '좌클릭'이 두드러진다.

"전체적인 복지 수요가 높아지고 이를 확충해야하는 흐름 때문에 친서민 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바람들 때문에 좌클릭 하고 있는데, 그 방법에 있어선 한나라당의 방법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 복지 문제가 차기 대선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들 하는데, 한나라당의 복지는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

"이슈마다 논란이 되는 것이 가장 문제다. 목소리 큰 사람들의 이슈만 논의되고 있다.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갈등만 높아진다는 것이다. 일률적으로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로 볼 문제도 아닌 것 같다. '공짜 복지'가 필요한 부분도 있고 소득에 따라서 차등으로 제공돼야할 복지도 있다. 한나라당의 복지 정책이 그런 부분에 있어 제대로 완성되지 못했다. 복지를 제공해야할 부분과 국가 재정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복지 수요 확대 추세에 따라 복지를 확대하되, 우선순위는 국가 재정 형편에 맞춰서 종합적으로 같이 보자는 것이다.

 

등록금 문제가 중산층 가정에 어려움을 주는 중요한 문제지만 대학 등록금 이전에 고등학교를 의무 교육해야하는 것 아닌가. 나는 그게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증폭하고 양산하고 있는데, 이제는 정직하게 논의해서 '정직한 복지'의 틀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원희룡 전 사무총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전임 지도부 책임론이 이슈가 됐다.

"재보선에서 패배했다면 지도부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는 어떻게 하면 공천을 잘해서 내년 총선을 잘 치르느냐를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한다. 이런 당의 위기 상황에서 내 소임을 다 하지 못하는 것도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 완전 국민경선제를 관철시키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란 얘긴가.

"그렇게 생각한다."

 

"시끄럽게 한다고 이기나? 투사형 보단 외유내강형"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인세 인하는 꼭 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법인세가 이미 인하된 부분이 있고,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대한 추가 인하 요구된 상태인데. 감세정책의 기조는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당장 법인세를 인하하는 것은 시장상황을 봐서 판단해야 한다. 감세의 주된 효과는 일자리 창출인데 지금은 이런 감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감세로 인한 일자리 창출이 확실하게 될 수 있는 방법을 보완해야 한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실효세율이 중소기업들 보다 낮은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엔 임시투자세액공제와 같은 제도를 손질해서 실효세액을 중소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선거인단이 21만 명으로 확대되고 여론조사가 30% 반영되는 것은 나 의원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현재의 판세를 어떻게 보나.

"홍준표 대 나경원의 양강구도라고 얘기할 수 있다."

 

- 홍준표 전 최고위원은 "총선 전쟁을 앞두고 전사를 뽑아야지 스타일리스트를 뽑아서는 안된다"고 했는데.

"당 대표는 싸우되 책임감 있게 싸워야 한다. 때론 부드럽게 싸워야 할 필요도 있다. 내가 당 대변인을 한 것에 대해 '표시 안 나게 참 잘 싸웠다'는 평가들이 있다. 시끄럽게 한다고만 해서 이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고 생각한다. 대표 자리는 최고위원 자리보다 책임감이 앞서야 하고 야당을 달래고 끌고 가기도 해야 한다. 투사형 대표보다는 외유내강형이 낫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 '스타일리스트'란 말이 모양만 내고 일은 안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 것 같은데, 나를 지칭한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에 들어와서 나 같이 헌신적으로 일한 사람이 있는가."

 

- 남경필 의원은 '직전 지도부 중에 당 대표가 나오면 당의 변화가 아니다'라고 하는데.

"왜 그런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몰라 대답을 못하겠다."

 

- 지금까지 대통령 임기 말에 여당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당 대표가 되면 청와대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청와대가 좀 잘하게 해야 한다. 청와대가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당의 지지율과 같이 간다.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갈등하면서 당 이름을 바꾸기도 하고 당을 아예 새로 만들기도 했는데도 국민들은 속지 않고 한나라당에 표를 줬다. 청와대와 정부가 잘하게 하기 위해선 때로는 같이 가고 잘못한 일은 단호하게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하면서 당이 주도해 나가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당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

 

- 그동안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해서 당이 이렇게 됐다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다. 그런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만날 시끌시끌 청와대와 각만 세우고 대통령에게 탈당 요구하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결국 책임은 같이 지는 것이고 대통령이 성공하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닌 건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해야 한다. 그런데 방법은 겉으로 각을 세울 것이냐, 사전에 조율을 할 것이냐가 있는데, 나는 소통이 먼저라는 것이다."

 

- 자꾸 언론에서 원희룡 의원과의 단일화 가능성 얘기가 나온다.

"정책 노선도 차이가 있고, 생각하는 바가 다른 게 많아서 단일화가 어렵다."  


태그:#한나라당 전당대회,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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