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위로부터 최용석, 한명진, 정운석 작가의 작품들
 위로부터 최용석, 한명진, 정운석 작가의 작품들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흙이 처음의 인위적 형상에서 고온의 불가마 소성을 거쳐 또 다른 자연의 흔적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도자이다. 경주의 최용석 도예가는 이 사실을 작품으로 증명해준다.

또, 경산의 한명진 도예가는 음각 및 양각을 활용한 다양한 전통 장식기법의 작품들을 통해 어렵게만 생각되어 온 도예를 대중에게 친근하게 제시한다. 관람객들은 그를 통해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 용품 및 식기, 차도구 도예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상주의 정운석 도예가는 장작 가마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항아리 작품과 장식성이 가미된 기하학적 형태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분들의 도예작품을 보려면 경주, 경산, 상주를 찾아가야 하나?

2011 경북 도예 축제, 26일까지 대구에서

'일상과 함께하는 2011 경북 도예 축제'가 열리고 있다. 매년 6월 개최되어 왔던 경북 활동 도예작가들의 대전을 올해는 대구 메트로갤러리가 초대전의 형식으로 개최한 것. 이번 초대전에는 문경, 울진, 포항, 경주, 상주 등 경북에서 활동 중인 권미조(울진), 김달수(구미), 김완주(경주), 백승길(문경), 이상훈(청송), 이형석(청도), 정운석(상주), 최용석(경주), 한명진(경산) 작가가 참여했다.

올해 축제의 특징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생활자기 및 식기에서부터 차 도구 및 그림 접시, 항아리 등 다양한 종류의 도자기들이 뜨거운 불의 기운을 이겨내고 저마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있다. 차 문화가 소수 호사가만의 것이라는 대중의 잘못된 인식을 조금이나마 불식해내자는 기획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사실 환경과 웰빙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용의 편리성에 맞춰 가공 출시된 차 음료가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러나 차 문화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완고한 편이다. 메트로갤러리 측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직접 차 시음과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는 자리도 함께 마련한 것도 그러한 노력의 소산이다.

권미조 작가의 도예
 권미조 작가의 도예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동해의 바람이 스며있는 권미조 작가의 도예

동해안 울진에서 작업을 하면서 '미조도예'를 운영하고 있는 권미조 작가는 그 동안 고향의 바닷바람과 장작 가마의 뜨거운 열기를 도자기에 고스란히 담아왔다. 그런 권미조 작가가 이번 축제에는 자신의 작품 경향을 고이 간직하면서도 우리 일상에서 편하게 쓰이는 데에 아주 유용한 생활 용품 및 차도구들을 선보였다. 2011 경북 도예 축제의 기획 정신을 출품작에 적극 반영한 결과이다.

전시장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던 권작가는 "도자기는 결코 특수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실생활에 한번 써보시면 지금까지의 생각이 180% 바뀔 거예요. 흙으로 빚어졌고 우리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온 것이기 때문에 쓸수록 정이 든답니다. 특히 작가들이 예술혼을 담아 완성해낸 생활도예들은 메이커 도자회사들의 서양풍 상품보다 가격도 오히려 낮아요. 작가들의 생활도자를 가정에서 사용한다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예술작품인데 어떻게 대량생산 상품과 비교를 할 수가 있겠어요? 교육적 효과도 뛰어나고, 집안의 품격을 높이는 데에도 정말 적격인 작가들의 생활도자를 집집마다 애용한다면 우리 문화의 수준도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겁니다." 하고 역설했다. 예술가의 생활도자에 대한 애정과 자랑의 표현이자, 동시에 일반 대중의 관심을 촉구한 발언이었다.
김달수 작가의 '나비 날다'
 김달수 작가의 '나비 날다'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구미예술촌 입주작가인 김달수 도예가는 자신의 작품성을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 성향을 간직한 항아리 및 단일 작품과 도자 벽화 액자 들을 출품했다. 특히 수작 '나비, 날다'는 실물이 있는 도자의 현실성에 현대적 추상성을 절묘하게 가미함으로써 작가의 경향성을 두드러지게 형상화해 낸다. 항아리 전면에는, 몸은 비록 죽지만 그러나 그 죽음을 통해 다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켜 내는 나비 한 마리가 나른한 오후의 의자 위에 지극히 편안한 모습으로 누워 있다. 죽은 것으로 여겨지는 그 나비는 왜 그리도 편안한가. 환생 구조를 가졌기에 나비는 앞으로 사람이 될 터이다. 말 그대로 비상(飛翔)이다. 훨훨 날게 된다는 말이다. 의자 상부에 사람의 발이 그려진 것은 그 때문이다. 의인화, 그것을 작가는 '날다'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김완주 작가의 '화병'
 김완주 작가의 '화병'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고도 '경주'에서 활동 중인 김완주 작가는 오랫 동안 차도구 작업과 차문화 확산의 노력을 '경주'해온 활동가이다. 1980년 한국다도 입문 이래 1989년 와신요, 1995년 자운당 차문화연구소, 2001년 국제차문화원, 2010년 김완주 디자인연구원을 설립했다. 경희대에 출강 중인 김작가는 이번 축제에도 도예와 일반인의 일상생활을 접목해내는 데에 기여할 차도구 및 그와 어울리는 꽃꽂이 항아리, 그리고 그림접시 등을 선보이고 있다.

백승길 작가의 도예
 백승길 작가의 도예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자연의 산물인 흙과 물 그리고 불의 조화로 만들어진 자연의 색상은 인위적인 손끝에서 표현되는 자연적인 흔적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번 축제가 흙이 가질 수 있는 가소성을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도예작품을 선보이는 것도 대중들에게 우리 도예에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기획정신의 소산이다. '도예의 도시' 문경에서 온 백승길 작가가 아름다운 색상을 띤 차도구 등을 출품한 것도 그 때문이다. 백작가는 흙과 불로 이루어진 '자연의 빛'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상훈 작가의 '환영'
 이상훈 작가의 '환영'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청송백자 1대 전수자 이상훈 도예가

홍익대에 출강하는 한편 청송에서 작업 중인 이상훈 작가는 청송백자 1대 전수자이다. 그는 흙이 아닌 돌을 빻아 수비하고 건조해서 만들어진 도석으로 만든 백자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또한 '집' 시리즈도 출품했다. 사실 이상훈 작가는 첫 개인전 이래 지금까지 줄기차게 대문(大門) 시리즈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접목과 경계 허물기를 계속해 왔다. 그는 누군가를 환영하여 반겨주기도 하고, 집밖의 세상과 소통의 시발점이 되어 인간사에서 각별한 의미를 가지는 '열린 대문'을 형상화함으로써 도예의 사회적 의미를 추구하고 있다. 게다가 그의 집들은 '미소 가득한 집', '환영' 등의 제호가 붙은 것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아주 예뻐서 강렬하게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이형석 작가의 도예
 이형석 작가의 도예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청도의 이형석 작가의 작품들은 한국도자의 근원적인 미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여즌다. 그래서 그는 분청사기의 근원을 파고든다. 도예가 이복규는 2005년 개인전 도록에서 그를 두고 "이형석 작가는 전통적인 수비 기법으로 흙을 정제하고, 전통 가마인 망뎅이 가마에서 구워낸다. 하지만 전통에 매몰되지는 않는다. 흙이 갖고 있는 속성과 밀고 당기는 힘겨운 싸움과 고민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전통의 계승과 해체를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점이 다른 도예가들과 구분된다"고 평가한 바 있다.

2011 경북 도예 축제는 6월 16일 시작되어 오는 26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장은 메트로 갤러리. 대구시 달서구 지하철 2호선 용산역 구내에 있는 대구미협 전용 갤러리이다. 문의 전화는 053-556-9708.

대구시 달서구 지하철 2호선 용산역 구내의 메트로갤러리(대구미협 전용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2011 경북 도예 축제'
 대구시 달서구 지하철 2호선 용산역 구내의 메트로갤러리(대구미협 전용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2011 경북 도예 축제'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태그:#경북도예대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