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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성 청각 장애인이 주인공인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선 통화 상대방이 하는 말을 문자로 바꿔 보여주는 스마트폰이 등장한다. 비록 드라마 제작진이 컴퓨터그래픽(CG)으로 연출한 장면이지만 음성 전환 기술 자체는 이미 미국에선 현실화됐다. 문제는 실제 장애인들이 이 기술을 이용하려면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기술들이 이미 현실화됐고 이젠 누구나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문제가 남았다."

 

청각이나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어린이, 외국인 등 취약 계층도 인터넷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온 구글 엔지니어 T.V. 라만 박사가 14일 한국에 왔다

 

2005년 구글에 입사해 눈으로 보지 않고도 PC나 스마트폰에서 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즈 프리'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라만 박사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구글코리아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웹 접근성 철학을 설명했다.

 

특히 라만 박사는 "단말기는 200달러인데 장애인은 500달러를 추가로 내 음성 변환을 하는 건 이미 과거에도 존재했던 기술이고 그 자체가 장벽"이라면서 "유료화하면 그 자체가 접근성 장애를 일으켜 소수만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웹 접근성 확대 기술의 가장 큰 문제로 '유료화'를 꼽았다. 

 

결국 음성 전환 등 웹 접근성을 확대하는 기술들을 구글 웹브라우저인 '크롬'과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등에 기본 내장해 추가 설치나 구매할 필요 없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음성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음성입력'이나 '음성 검색' 기능, 도착한 문자 메시지를 음성으로 들을 수는 있다 '토크백' 기능, 외국인과 통역 없이 인사를 나눌 수도 있는 음성 번역 기능 등 웹 접근성을 확대하는 구글 기술들은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웹 접근성 강화하면 구글 검색 기능도 강해져"

 

웹 접근성이란 결국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해 음성을 문자로, 문자는 음성으로, 영어로 돼 있는 문서는 자동 번역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런 작업의 결과는 취약계층에게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구글의 검색 기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라만 박사는 "동영상도 자막 형태 제공하면서 텍스트로 전환돼 검색이 가능해지고 영어 문서도 한국어로 번역해 한국어로 질문해도 검색하는 등 보다 광범위한 검색이 가능해진다"면서 "지금까지 구글이 세계의 모든 정보를 온라인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종 단계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사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구글 북스에는 책 내용을 음성으로 들려주는 기능, 구글 맵스에는 음성으로 길을 안내해 주는 기능을 넣었고 휴대폰상의 문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토크백' 기능도 추가했다. 이밖에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음성으로 웹 검색할 수 있는 '음성 검색', 음성으로 명령어를 실행하는 '음성 액션' 기능도 도입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아직 영어권에 국한돼 있고 일부 안드로이드폰에는 기본 내장이 안돼 별도로 설치하거나 구매해야 하는 불편도 따른다. 구글 웹브라우저인 크롬에서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기능은 현재 영어만 제공하고 있고 유튜브 동영상 자동 캡션 기능 역시 현재 영어만 제공된다. '토크백' 기능은 한국어가 지원되긴 하지만 삼성 갤럭시S2 등 일부 안드로이드폰엔 내장돼 있지만 대부분 안드로이드폰에선 2.99달러를 내고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미 토크백 기능에 해당하는 '보이스 오버' 기능과 명령어 음성 입력 기능을 내장한 애플 아이폰에 한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에 라만 박사는 "안드로이드폰에 모두 기본 내장하도록 하고 있지만 단말기 제조사들이 너무 많아 제어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아이폰에 제공하는 데는 3년이 걸렸고 안드로이드폰은 제품 출시 후 11개월부터 제공한 만큼 더 빨리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라만 박사는 "오디오 자동 캡션에 퀄리티 문제는 앞으로 해결할 문제지만 동영상에 캡션 돌리는 것도 10년 전엔 공상과학수준"이라면서 "더 많이 돌아갈수록 퀄리티는 개선되고 다른 언어 지원도 당연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위해 개발한 기술이 모든 사용자들 혜택"

 

인도 출신으로 14살 때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라만 박사는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따기까지 '접근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장본인이다. 

 

"인도에서 대학까지 다니고 코넬대에서 학위 받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힌 것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 문제였습니다. 누가 교과서를 읽어주고 내가 사용하는 포맷으로 바꾸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야 했기 때문이죠. 박사 논문도 똑같은 파일로 교과서를 '토킹북(말하는 책)'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고 결국 접근성 개발 쪽으로 이어진 거죠."

 

라만 박사는 "구글의 목표는 '전 세계 정보를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일'을 하는데 여기서 '누구나'에 해당하는 게 웹 접근성 노력"이라면서 "시각장애인에겐 문자를 음성이나 점자 형태로, 청각장애인에겐 전화 대화를 문자로 바꾸는 건 기본이고 이들을 위해 개발한 기술이 보다 많은 사용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UCC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해 영어 자막을 자동으로 붙게 만든 게 대표적이다. 라만 박사는 "원래 목표는 청각 장애인용이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시끄러운 바에서도 들을 수 있고 지금 발표 내용도 촬영해 컴퓨터에 올리면 자동 캡션 기능으로 자막이 달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밝혔다.

 

라만 박사는 "웹 접근성 확대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웹 정보를 100% 접근 가능하게 전환하는 것"이라면서 "누구에게나 제일 중요한 교육 정보에 우선 순위를 두고 모든 교과서와 교재를 온라인화해 접근성을 제공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웹 접근성 확대를 위한 정부와 민간의 역할에 대해선 "정부는 법으로 최소한의 의무 기준을 만들어 기업들의 인식을 높이는 것이고 민간은 최저 기준에 멈추지 않고 혁신을 통해 최대한 뛰어넘는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구글, #라만, #웹 접근성,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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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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