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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개봉한 <쿵푸팬더 2>와 2009년 겨울에 개봉했던 <전우치>. 두 영화에서 공통으로 흐르는 주제는 '평정심(平靜心)'입니다. 시프 사부가 마음의 혼란을 다스리는 주요한 메시지로 포에게 '평정심, 내적 평화'를 이야기하고, 천관대사(백윤식) 또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량도사' 전우치(강동원)에게 이 점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영화 <쿵푸펜더2>
▲ 영화 <쿵푸펜더2> 영화 <쿵푸펜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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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우치>
▲ 영화 <전우치> 영화 <전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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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 내적 평화'를 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방법은 다양합니다. 전 이를 언론에 적용시켜보려고 하는데요. 즉 어떤 상황이라도 흥분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일관성있게 지키고자 하는 마음정도로 보면 어떨까요?

최근 진보언론에서 정치인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할 때 '평정심'을 잃고 다소 흥분하고 있는 모습이 꽤나 안타깝습니다. 선거시기마다 여론조사 과정, 여론조사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언론이 정작 '마음이 동(動)'하는 조사결과에는 '자신이 비판했던 특정언론'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 내'...우열 가릴 수 없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언론의 오류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는 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내에 위치했을 경우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는 점인데요. 통계나 여론조사가 100%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오차범위를 두게 되는데요. 즉 '오차범위'내의 지지율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뜻. 즉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는 법적으로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 심의기준 10조 여론조사보도 3항에 따르면 "언론사는 여론조사 결과 해석에 있어 경쟁자나 경쟁집단 간의 차이가 표본오차 한계 이내인데도 단정적으로 표현을 하여서는 안된다"고 제시하고 있구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선거보도심의기준 9조(여론조사) 4항에 따르면 "인터넷언론사는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해석에 있어 후보자나 정당 간 차이가 표본오차한계 이내인 경우 단정적인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합니다.

비록 선거시기 여론조사보도에 적용되는 기준이지만, 일상적인 여론조사 특히 정치인들의 지지율 조사를 보도할 때도 언론은 이 기준을 꼼꼼히 챙겨야 할 것입니다.

시사저널 여론조사 : 여권 '최후보루' 대구마저 뒤집혔다(?)

<시사저널> 2011년 6월 8일
▲ <시사저널> 2011년 6월 8일 <시사저널> 2011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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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최후 보루' 대구마저 뒤집혔다>. 지난 6월 8일 발행된 시사저널 1129호의 제목입니다. 물론 한나라당 텃밭이라고 일컫는 대구경북권에서 예년과는 다른 '여론조사결과'에 언론은 다소 흥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특정 의도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변화, 개혁의 바람이 영남권에도 영향을 미치길 원한다는 마음의 표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평정심'을 잃은 '바람'이 사실관계를 과장, 왜곡하게 되고 결국 저널리즘의 원칙을 위반할 수밖에 없을텐데요.

일단 시사저널의 지적대로, 대구의 민심이 뒤집혔는지 차근차근 따져봐야겠습니다.

시사저널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 5월 28~29일 양일간 대구경북지역 주민 5백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했는데. 이 조사는 95%신뢰도에 오차범위가 (± 4.4% 포인트)입니다. 즉 여론조사 결과의 차이가 (-4.4~+4.4) 즉 8.8%포인트 차이일 경우 결과 순위는 의미가 없다는 점입니다.

일단 이 조사에서 "내년 4월 국회의원 지지 후보"를 묻는 질문에 대구의 경우 야당후보 (48.5%), 여당후보 (39.9%)"로 나타났습니다. 두 결과 차이는 8.6%포인트로 오차범위 내에 있습니다. 이 결과를 두고 "대구가 뒤집혔다"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이라는 점이지요.

물론 기존의 대구권 표심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은 특이한 점이고 충분히 뉴스가 될 수는 있지만, 이것이 특정 시기의 여론인지 아니면 지속적인 흐름인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고. 특히 조사결과의 차이가 오차범위 내에 있을 때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오차 범위내 접전' 등으로 차분하게 표현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원칙에도 위배됩니다.

<미디어오늘>, <평화뉴스>도 시사저널과 동일한 해석

그런데 문제는 미디어비평전문지 <미디어오늘>, 대구경북지역 인터넷신문 <평화뉴스> 또한 시사저널과 동일한 해석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신문은 6월 10일 각각 <MB최후 보루 대구민심도 "야당 찍겠다">, <대구 민심 변화…"총선 야당 찍겠다" 우세>라는 제목으로 시사저널 여론조사결과를 인용합니다.

<미디어오늘> 2011년 6월 10일
▲ <미디어오늘> 2011년 6월 10일 <미디어오늘> 2011년 6월 10일
ⓒ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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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 2011년 6월 10일
▲ <평화뉴스> 2011년 6월 10일 <평화뉴스> 2011년 6월 10일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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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평화뉴스의 경우 <대구, '총선'…야당 48.5%> 여당 39.9%'라는 중간제목까지 편집해 두고 있는데요. 오차범위내에 있는 결과에 대해 다소 과도한 해석이 아닌가라는 점입니다.

요즘은 기사의 제목만 읽는 '제목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언론비평전문지, 인터넷 '대안언론'을 지향하는 두 신문의 제목만 본다면 '우와~ 드디어 대구에도 변화의 바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또한 무척 기쁘기도 하지만, 실제 이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 변화의 지향이 언론보도와 다르다는 점이 무척 안타깝다는 것이죠.

즉 택시기사분과 이야기하거나, 30~40대 직장인들의 술자리, 삼삼오오 지인들과 모인 자리에서 거론되는 대구민심의 변화는 '한나라당 내 친이계가 아닌 친박계로 민심이 쏠리는 현상'이며 다수의 대구시민들은 이를 '변화'라고 말한다는 점입니다. 지난 13일 조선일보에 보도된 <국민 50%, "박근혜, 대통령 되면 정권교체"라는 여론 흐름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는데요.

<조선일보> 2011년 6월 13일자 5면
▲ <조선일보> 2011년 6월 13일자 5면 <조선일보> 2011년 6월 13일자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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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시사저널>조사결과가, 예년과는 다른 민심이 표현되었을지라도, 조금 더 차분하고 침착하게 이 문제를 분석했으면 했는데, <미디어오늘>과 <평화뉴스>보도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손학규, 유시민 추월? | 진짜?

비슷한 사례는 또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30일 <매일신문>은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 4월 28일(재보궐선거가 끝난 다음날)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도합니다. 표보오차는 95%신뢰수준에 ±3.6%포인트(즉 지지율차이가 7.2%포인트 이하인 경우, '오차범위내에서 접전'이라고 표현)인데요.

<매일신문> 2011년 4월 30일자 2면
▲ <매일신문> 2011년 4월 30일자 2면 <매일신문> 2011년 4월 30일자 2면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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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기사 제목은 <손학규, 단숨에 대권주자 2위에> 였습니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13.5)와 유시민 대표(11.0)의 지지율차이는 2.5%포인트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단숨에 대권주자 2위에'라는 말은 사실관계가 다른데요. <매일신문>이 제목을 편집하면서 지지율 차이를 과도하게 해석한 것입니다.

또 있습니다.

지난 5월 2일 <한겨레신문> 3면은 <손학규, 유시민 추월…야 대선주자 1위로 부각> 으로 편집했습니다. 이 조사는 <한겨레>와 사회여론연구소(KSOI)가 4월 30일 19살 이상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여론조사 결과였고, 95%신뢰수준에 오차한계는 ±3.5%.즉, 인물간 지지율 차이가 '-3.5~+3.5%' 즉 7.0%포인트 이하일 경우 순위는 의미가 없고, 오차범위내에서 접전 등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한겨레> 2011년 5월 25일자 5면
▲ <한겨레> 2011년 5월 25일자 5면 <한겨레> 2011년 5월 25일자 5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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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표와 유시민 대표의 지지율은 각각 10.6%과 6.4%로 약 4.2%포인트였습니다. 이 또한 오차범위내에 있기 때문에 굳이 누가 앞선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데요. <한겨레신문>도 매일신문과 마찬가지로 기사 제목을 편집하면서 다소 '오버'를 한 것 같습니다.

20여년 동안 기자생활을 해온 한 선배는 이런 이야길 합니다. "대구시의 정책에 대해 난상토론한 후 곧바로 기사를 쓰면 안된다. 흥분된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면 그 감정이 기사에 그대로 묻어난다. 즉 기자가 써야할 기사가, 시민단체가 발표하는 성명서로 변질될 수 있다"라며 "걷기, 담배, 심호흡 등 일정정도 마음상태를 가다듬은 후 글을 쓰는 것이 좋다"고요. 예전에 술자리에서 이 말을 들을 때는 별 감흥을 받지 못했는데, 수첩에 메모했던 그 선배의 말이 지금에서야 다시 떠오릅니다.

여론조사, 민심을 측정하는 것 아닙니까? 언론은 이를 잘 중계해주는 것이구요. 한겨레, 미디어오늘, 평화뉴스 등 언론의 바람을 지면에 반영하기보다는, 좀 더 냉철하게 민심의 흐름을 꼼꼼하게 분석해주셨으면 합니다.

가끔 흥분되거나, 마음이 혼란스러우실 땐 <쿵푸팬더 2>의 시푸 사부나 <전우치>의 천관대사와 만남을 적극 권해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 평화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www.chammal.org) 사무국장입니다.



태그:#여론조사, #시사저널, #한겨레,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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