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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1일 토요일 오후 5시 울산대공원 동문 입구에서는 집회가 하나 열렸습니다. 아는 형님이 같이 가서 할 게 있다고 해서 가보게 되었습니다. 공식 대회명이 있었습니다. '6·11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울산시민 한마당' 그것이었습니다.

 

사전에 열리는 마당으로 여러가지 놀이가 진행되었습니다. 3시부터 시작된 열린마당은 미리 설치된 천막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최저임금 현실화 나뭇잎 달기', '최저임금 현실화, 노동법 전면 재개정 풍선 나눠주기', '최저임금 현실화, 비정규직 철폐, 노동법 전면 재개정 페이스 페인팅', '최저임금 캠페인', '돈보다 생명을 무료 진료', '모형 헬리콥터 만들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화분 나누어주는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종이로 된 나뭇잎에다 최저임금에 대한 희망사항이나 자신의 희망사항을 적어 붙이면 다육이 식물 화분 하나를 주는 행사였습니다. 300백여 개 준비한 거 같은데 가족 나들이 온 사람들이 가족 수 대로 적으니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습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열린마당엔 나들이 나온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습니다. 5시부터 울산시민한마당 본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정당, 시민단체에서 함께한 듯 여러 부류의 옷을 입은 분들이 보였습니다. 한 몸짓패가 나와서 함께하는 율동을 선보였고 곧 민중의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습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서 나와 타임오프 관련 이야기를 했고 대학생들이 나와 '반값등록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마당극도 하고 여러 노래 모임이 나와 노래도 했습니다. 마당극은 현실문제를 풍자하는 것으로 엮었습니다. 요즘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반값등록금 문제와 최저임금제에 대해 정치 풍자를 한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마지막에 나온 나이든 분들을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대학교에서 청소 일을 하시는 어르신들이 나와서 풍자 노래를 했습니다. 태진아씨가 부른 <사랑은 아무나 하나>의 가사를 바꿔 불렀습니다.

 

청소는 아무나 하나/ 유령취급 하지 말아라/ 바닥을 빛내고 세상을 빛내는

우리들은 노동자다/ 최저임금에 무시멸시해도/ 우리 손이 필요해/ 청소는 아무나 하나

생활임금 쟁취합시다!

 

노조는 아무나 하나/ 용기라도 있어야지/ 고용의 불안도 해고의 아픔도

노동조합 함께해왔지/ 우리 투쟁에 함께해주던/ 연대동지 있기에/ 노조는 우리가 한다

함께 가자 비정규 철폐!

 

나이가 60이 넘은 어르신들이 무대에 올라 부르는 그 노래를 들으니 가슴 한 켠이 찡하더군요. 눈물이 났습니다. 늙으신 어머니가 생각 났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이리저리 품팔이 다니면서 청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빗자루와 쓰레받기에 글을 써붙여 두었습니다. 한 할머니가 나오셔서 거기 적힌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여기 쓰인 글이 보이세요? 노랑색엔 듣기 좋은 이야기를 썼고 분홍색엔 듣기 싫은 이야기를 썼어요. 보이세요? 학생이나 교수님이나 지나가면서 큰 소리로 반겨줄 때, '깨끗한데요'라고 했을 때, '어머니 수고하십니다' 하고 인사할 때, '쉬엄쉬엄 하세요'라는 말 들을 때, '다른 곳보다 더 청결하네요'라는 말 들을 때 우린 기분 좋습니다. 그리고 인사 잘하는 학생들 보면 이쁩니다.

 

우리도 사람인지라 청소하다 보면 듣기 싫은 이야기도 있어요. 청소 하는 거 보면서 쓰레기 버리는 사람, 인사도 없이 쌀쌀맞게 왔다 가버리는 사람, '아무쪼록 용기 잃지 말라'는 말도 듣기 싫은 말 중 하나입니다. 깔보는 눈빛이나 업신여기는 듯한 말투, 그런 말들은 듣기 거북스럽습니다.

 

8시간 기준으로 근무할 때 혼자 생활할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우리 청소 노동자 중에는 그렇게 혼자 살아가는 분도 있습니다. 4대 보험 떼고 나면 86만 원 정도 됩니다. 86만 원으로 한달 살 수 있나요? 노동부 장관 그 사람에게 최저임금 적용해서 월급 줘야 합니다. 그것 가지고 한 달 살아 보라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대학교가 문제입니다. 옛날 쥐는 곡식을 먹었는데 요즘 쥐는 돈을 갉아 먹는 거 같습니다."

 

그날 집회에 나온 사람들 대부분 비정규직입디다. 정규직 노조에서는 간부만 몇몇 눈에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현대차 노조원만도 4만5천 명이라 합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300여 명 정도 되더군요. 그래 가지고 최저임금 4320원에서 5410원으로 올릴 수 있겠나요?

 

무대에 걸린 대형 현수막엔 이런 문구도 있더군요.

 

MB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울산 한 곳에서 300여 명이 모여 낸 최저임금 현실화 목소리가 5천만 국민의 대표권자의 귀에 들리기나 할까요?


태그:#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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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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