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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공연이 시작되기 전인 10일 오후 3시, 한류 팬들이 라빌레뜨 광장에 모여 일종의 개막식을 열고 K-POP 춤을 추고 있다. 궂은 날씨 탓인지 모인 인원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오히려 취재 중인 한국 언론인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첫 공연이 시작되기 전인 10일 오후 3시, 한류 팬들이 라빌레뜨 광장에 모여 일종의 개막식을 열고 K-POP 춤을 추고 있다. 궂은 날씨 탓인지 모인 인원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오히려 취재 중인 한국 언론인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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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명 공연장인 제니뜨(Zenith)에서 10~11일(현지 시각) 이틀에 걸쳐 K-POP(케이팝) 콘서트가 열렸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인 샤이니,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한국 아이돌 그룹이 출연한 이 공연의 표는 5월 초 발매 15분 만에 동이 났고,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루브르박물관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인 덕분에 공연이 하루 연장되는 특이한 현상을 불러일으켜 한국 언론의 시선을 집중시킨 바 있다.

며칠 전에는 공연 전에 속속들이 도착하는 한국 스타들을 보기 위해 1000여 명의 한류 팬이 샤를 드골 공항에 모여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모습이 다시 한국 미디어에 보도되었다. 이들 언론은 "K-POP 한류 열기 유럽 상륙", "K-POP 유럽 들썩 한류 지구촌 확산", "특색 있는 K-POP 깜짝 유행 아닌 듯 한국문화 관심 크게 늘어" 등의 현란한 언어를 쏟아내었다. 일부 방송국은 파리 현지를 연결하여 생방송으로 공연 전 파리 모습을 수시로 체크해 내보내는 열성까지 보였다.

한국인을 들뜨게 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아시아를 '평정'한 한류가 이제는 유럽에 상륙한다는 사실 때문인 듯하다. 파리가 그 첫 관문이 되고 있는데, 한국 언론만 접하면 한류가 유럽을 장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일까?

우선 K-POP을 비롯하여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일련의 프랑스인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틀에 걸친 이번 파리 공연을 본 관객이 1만4000여 명이었는데 이 중 90%가 유럽인이었음이 그 사실을 입증해준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가수들의 공연으로 제니뜨처럼 7000명을 수용하는 대형 공연장을 다 채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또 예전에는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프랑스인이 개별적 소수에 그쳤지만, 최근 1~2년 사이에는 이들이 K-POP을 중심으로 단결된 힘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코리안 커넥션'이라는 협회를 중심으로 하나의 힘 있는 단체를 형성하고 있다. 주로 한국문화원에서 한글 강좌를 듣고 있는 이들로, 협회를 결성해 1~2년 전부터 한국 문화를 활발하게 홍보하고 있다.

이번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인 파리'를 유치하는 데 이들의 공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 4월에 한국을 방문한 협회원 일부가 한국 아이돌을 만나 파리 콘서트의 가능성을 현실로 이끌어낸 것이다. 당시 한국 언론에서는 프랑스 젊은이들이 한국 아이돌을 보러 머나먼 한국까지 왔다는 사실을 크게 보도하고 유럽의 한류 열풍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들의 한국 여행이 한국관광공사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그리 많이 거론되지 않았다.

 태극기 티셔츠를 입은 20~21세의 한류 팬.
 태극기 티셔츠를 입은 20~21세의 한류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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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 문화에 대한 관심 늘어난 건 맞지만...

한국 언론은 권위 있는 일간지 <르 몽드>와 <르 피가로>에서도 최근 공연을 기사로 다루었음을 프랑스 한류 열풍의 근거로 내놓고 있다. 실제로 <르 몽드>는 "한국 팝 유행이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런데 이 보도는 이들 그룹이 심한 경쟁 속에서 치열하게 채용되어 3~5년에 걸쳐 노래와 춤, 연극, 심지어 외국어까지 포함한 다방면에 걸친 강훈련을 받으며, 필요할 경우 성형수술까지 마다하지 않는 스파르타식 스타 양성 시스템의 산물이라는 것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한류 팬들은 일반적으로 일본 만화(망가)와 J-POP을 즐겼던 젊은 층으로 이제는 K-POP으로 전환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한국 음악에서 시작하여 한국 드라마, 한국 음식, 한글 배우기 등으로 점차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을 접해보면 프랑스의 한류 열풍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길거리에서 젊은이를 붙잡고 K-POP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안다'고 대답하는 사람을 어느 정도 만날 수 있을까? 두 번째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던 11일 저녁 무렵, 소르본느 대학 근처에서 지나가는 젊은이 5명을 붙잡고 K-POP을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이들에게서는 '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와 관련, 코리아 커넥션 회장 막심 파케는 현재 10만여 명의 프랑스 한류 팬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인구가 6500만 명임을 감안하면 아직 적은 수다.

한국 언론은 이 10만 명에게 돋보기를 갖다 대고 마치 대다수 프랑스인이 한류를 즐기는 것처럼 과잉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좋은 나라'만을 되뇌며, 부분을 전체인 양 과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야 할 때다.

한국 언론이 사기업인 연예기획사의 맞춤형 기획 상품으로 일률적으로 양성된 스타들을 '문화 수출'이라는 이름으로 과대 포장하고, 한국인의 애국심을 발동시켜 한류 열풍을 부르짖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에 발맞춰 후원을 해준 한국 정부의 모습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비틀즈나 롤링스톤스처럼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룹은 스스로 태어났지, 이런 식의 개성이 제거된 스파르타식 집단 양성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한국 아이돌들은, 일부 프랑스 팬들이 지적했듯이, 거의 비슷비슷한 외모를 지니고 있으며 별다른 각자의 개성 없이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키워졌을 뿐이다. 이들 스타들은 파리 공연에서 관객을 위해 불어로 인사말을 준비했는데, 공연을 본 사람들은 인사말에서도 개성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태극기 헤어 벤드를 하고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는 한류 팬.
 태극기 헤어 벤드를 하고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는 한류 팬.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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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식 훈련 인정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다"

첫날 공연을 앞둔 10일 오후 제니뜨 공연장이 위치한 라빌렛뜨 광장에서 한류 팬들이 모여 일종의 개막식을 열었다. 거기서 젊은 여성인 티파니(24·회사원)와 한국 아이돌 양성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 : "이들 한국 아이돌이 어떻게 양성되었는지 알고 있나?"
티파니 " "스파르타식 강훈련으로 양성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자 :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티파니 : "놀라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그냥 인정할 뿐이다."
기자 : "만약 당신이라면, 그들처럼 어린 나이에 몇 년에 걸쳐서 강훈련을 받으며 스타가 되고 싶은가?"
티파니 : "아니, 전혀 그러고 싶지 않다."

 기자와 인터뷰한 로렌과 티파니. 슈퍼주니어와 빅뱅을 좋아하는 티파니는 올여름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자와 인터뷰한 로렌과 티파니. 슈퍼주니어와 빅뱅을 좋아하는 티파니는 올여름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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