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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3월부터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우리가 꿈꾸던 꿈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는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입니다. - <기자말>

1학년 아이들이 운동장에 모여서 토요교과통합 체험학습 '가람빛 학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1학년 아이들 모습 1학년 아이들이 운동장에 모여서 토요교과통합 체험학습 '가람빛 학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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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기 싫다던 아이가 6시 반이면 일어나서..."

신설된 학교라 나무와 풀들이 제자리를 잡지 못해 학교가 삭막합니다. 땅이 꽝꽝 얼어있던 추운 겨울에 심은 나무와 다년생 꽃들 1/3이 얼어 죽어서 누렇게 말라있고, 거름기 없는 생흙에는 풀도 더디 납니다. 풀 한 포기 나는 것이 그리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삭막한 학교를 어떻게 푸르고 예쁘게 가꿀까 생각해서 여기 저기 빈 꽃밭에 여러 가지 채소와 꽃을 군데군데 심었습니다. 거름기 없는 흙에다가 날도 오래 가물어서 시들시들 말라가서 아침과 오후에 주전자에 물을 떠다가 주었더니 이제야 뿌리를 내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심은 박, 수세미, 토마토, 가지, 고추, 봉숭아에 물을 주고 있는데, 학부모 한 분이 지나가다가 제게 반갑게 인사하시더니 다음과 같은 말을 하십니다. 

"저는 이렇게 학교를 가꾸느라 애쓰시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우리 애가 먼저 학교에서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는데, 이 학교로 전학오고 나서는 새벽 6시 반이면 일어나서 학교에 간다고 하지 뭐예요. 학교가 재밌대요. 이렇게 좋은 선생님도 처음 만났다고 하고요, 저는 이 학교하고 선생님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제게 연실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이 말을 들은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학교에 가는 것이 재밌어서 아침에 부모가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찍 일어나 씩씩하게 학교에 가는 모습. 이 모습이 바로 우리가 처음 서울형 혁신학교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꿈꾸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는 기뻐서 말씀하시는데, 그 말을 들은 제가 외려 더 기쁘고 고마워서 학부모님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한다니 저희도 기쁘고 고맙네요. 이것은 모두 부모님들이 우리 학교와 교사들을 믿어주시고 후원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정말 고맙습니다."

그 누구보다 더 아이들이 오고 싶어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던 저는 뛸 듯이 기쁘고 가슴이 벅찼습니다. 부모님께 들은 이 말 한 마디로 지난 날 힘들었던 기억들이 단숨에 확 날아가버렸습니다. 그 길로 달려가서 동료교사들에게 전했더니 모두들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더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했습니다. 

 5학년 전체 아이들이 1박2일로 학교에서 '교실야영' 중에 밥을 해 먹는 모습입니다.
▲ 5학년 아이들 모습 5학년 전체 아이들이 1박2일로 학교에서 '교실야영' 중에 밥을 해 먹는 모습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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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에 전학오고 나서 틱이 없어졌어요"

5월 넷째주에는 내내 담임 교사들이 학부모들을 한 분 한 분 만나서 아이에 대해 상담하는 일을 했습니다. 넷째주 중간인 수요일에는 '학교 여는 날'을 정해서 1교시부터 4교시까지 학교 모든 교실을 열어서, 학부모들이 학교 어느 교실이든 들어가서 아이들이 수업하는 모습을 살펴보시게 했습니다.

학부모와 상담을 하고 난 뒤 한 교사가 말씀하시길, 한 학부모님 말씀이 아이가 전학오기 전 학교에서는 틱이 심했는데, 우리 학교에 전학오고 나서 틱이 없어졌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 교사는 본인이 아이한테 특별히 잘 해준 것도 없는데, 우리 학교에 전학와서 틱이 없어졌다고 하니 학부모보다 담임교사가 더 놀라웠다고 합니다.

심리적 원인이 가장 크다는 틱증상이 혹시 우리 학교에 전학오는 시점에서 우연히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아이들의 얼굴 표정을 보면 3월보다 5월, 6월에 올수록 점점 밝아진 것을 교실에서 교사들은 느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기가 살고 적극적이면서 얼굴이 밝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들은 놀라고 있습니다.   

 5학년 아이들이 모를 내고 있습니다. 쌀이 나오는 모를 처음 만져본 아이가 많았습니다.
▲ 모내기 5학년 아이들이 모를 내고 있습니다. 쌀이 나오는 모를 처음 만져본 아이가 많았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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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교사들

서울형 혁신학교가 탄생한 지 백일이 지났습니다. 우리 학교는 신설학교에다가 서울형 혁신학교를 만드느라 지난 백일을 무척 바쁘고 힘들게 보냈습니다. 하지만, 교사들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학교에 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혁신학교라서 힘들지 않느냐고 하지만, 우리 학교 교사들은 학교에 출근하는 것이 참 행복하고 재밌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 오기 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교사로 사는 것이 견디기 힘들고 지겨웠습니다. 보람은커녕 회의만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년 2월에 더 이상 학교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학교에 남아있는 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공범자일 수밖에 없다 생각해서 학교를 아주 떠날 생각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명예퇴직 가능 연수가 높아지면서 명예퇴직대상에서 그만 '잘렸습니다'. 그러나 바로 또 명예퇴직 신청을 하리라 굳게 마음먹고 학교를 그만두고 난 뒤 할 일을 착착 준비했습니다.

 우리 학교 개교식에서 서울시 교육감이 축사를 하고 있습니다.
▲ 개교식 모습 우리 학교 개교식에서 서울시 교육감이 축사를 하고 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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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작년 6월 곽노현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서울형 혁신학교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뜻을 같이 해 온 교사들과 모여서 서울형 혁신학교 교육과정 내용을 정리하면서 서울형 혁신학교 준비를 했습니다.

결국 우리의 노력과 뜻이 받아들여져서 신설초등학교인 우리 학교가 서울형 혁신학교로 선정이 되었고, 함께 지원한 교사들이 지금까지 서울형 혁신학교를 만들어 온 것입니다. 모두들 선생노릇 한번 멋있게 해보자는 마음을 한데 모았습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그동안 학교에서 느껴보지 못한 행복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모두 '서울형 혁신학교'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서울형 혁신학교는 아이들도 학부모도 교사도 모두 고마운 학교, 행복한 학교입니다. 다음부터는 왜 우리 학교가 행복한지 서울형 혁신학교인 우리 학교에서 진행해 온 일을 하나하나 밝혀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틱이 없어진 얘기를 교육감님께 했더니 이 얘기를 트위터로 올리시기도 했습니다. 무척 기쁜 일임엔 틀림없지만, 한편으로는 조급한 성과주의로 흐르지 않을까 우리 학교 교사들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혁신학교,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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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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