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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이 부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불문하고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나라당에서조차 반값등록금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 대학생들은 매일 저녁 도심에서 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으며 '제2의 촛불항쟁'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를 둘러싼 논쟁 역시 뜨겁다. 우리나라 등록금은 국가 보조가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그다지 비싸지 않으며 교육의 질을 위해서는 등록금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사학재단 측의 입장에서부터, 대학에 다니지 않는 청년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논란, 다른 복지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복지 우선순위 논쟁, 부실하고 거품이 과도한 대학교육에 국가재정을 쓰는 게 정당하냐는 논쟁까지, 반값등록금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문제를 좀 정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반값등록금의 핵심은 과도한 등록금 부담을 지고 있는 청년층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등록금이 실제 과도한지, 등록금 부담을 적정하게 조절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그 정책이 미칠 파급효과와 다른 대학개혁과제와의 관계는 어떠한지, 정책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과 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 것인지 등이 연구되어야 한다.

대학등록금, 비싸도 너무 비싸다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12일차 대학생 촛불집회가 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서울종합예술원 조용훈 교수와 래퍼 김디지(본명 김원종) 교수의 공연에 촛불을 높이 들며 환호하고 있다.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12일차 대학생 촛불집회가 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서울종합예술원 조용훈 교수와 래퍼 김디지(본명 김원종) 교수의 공연에 촛불을 높이 들며 환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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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다른 복지가 우선이다'라는 논쟁은 의미가 없다. 전반적 복지수준이 형편없는 상황에서 빠른 시간 내 복지수준을 크게 끌어올리지 않으면 변화된 신사회위협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우선순위를 따지고 가장 필요한 것은 논의하자는 것은 계층 간, 세대 간 갈등만 유발할 뿐이고 우선순위에 대한 근거를 찾기도 쉽지 않다. 부실하고 거품이 많은 대학교육의 현실에서 올바르지 못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논의도 문제가 있다.

수준 낮은 대학이라도 대학졸업장이 필요한 현실에서 대부분의 청년들이 대학진학을 하고 있다. 대학졸업장이 기본 스펙이 된, 소위 '인서울 대학'에 가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유명 대학의 독점력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부실대학 문제와 과도한 대학진학률 해소는 등록금문제와는 다른 정책과제이다. 사회전반의 개혁과 동반되어야 하며 본격적인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하지만 등록금 부담 완화과제와 충돌한다고 볼 필요는 없다.

과도한 학벌주의와 대학졸업장이 사회생활의 기본이 된 상황에서 가격을 통한 시장질서 회복의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자칫 등록금을 비싸게 해서 대학진학률을 억제하자는 주장으로 확대된다면 매우 위험한 논리에 빠질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2006-2007년도 통계로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높다. 사립대 재학생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77.9%), 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등록금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나라로 드러났다. 1위를 차지한 미국의 경우, 학비는 비싸지만 장학금 혜택은 매우 높아 실질 등록금 부담액은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등록금 인상폭도 대단히 크다. 2008년 OECD 교육지표 조사(2004-2005년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공립대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사립대는 미국, 터키, 멕시코, 호주에 이어 다섯 번째로 등록금이 비쌌는데 그랬던 순위가 1년 만에 2위로 올라섰다.

일단 등록금 책정액이 높다. 또한 국가 지원이 부족해서 비싼 등록금을 대부분 학생이 부담해야 한다. 장학금이나 지원혜택도 매우 취약하다. 그러다 보니 몇 년 새 대학생으로 인한 가계 부담이 크게 커지고 있다. 자녀 한 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드는 양육비용이 2억6천만 원을 넘는 것으로 산출되었고 대학생 1인당 1년에 3천만 원 안팎의 교육비(생활비 포함)가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기에는 문화생활비, 식비, 의류비 등은 제외된 것으로 대학생들은 막대한 학비와 생활비로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대학등록금으로 인한 대학생들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등록금으로 학업을 포기하거나 실제 공부보다는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을 위한 학점관리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낭비이다.

학생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대학 운영

대학 운영비는 크게 학생 등록금, 정부보조, 재단전입금, 사회기부 등으로 구성된다. 그 우리나라 대학의 운영비는 학생등록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문제로, 국고지원, 재단전입금 등의 영역이 크게 확대되어야 한다. 반값등록금 운동은 일단 국고보조를 OECD 수준으로 올려 등록금 부담을 확 낮추자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정부 부담은 GDP 대비 0.6%로 OECD 평균(1.0%)에 비해 절반 수준이고 민간부담은 GDP 대비 1.9%로 OECD 평균(0.5%)의 3.8배나 높다. 쉽게 말해 국가 지원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등록금의 학생 부담이 큰 것이다. 여기서 쉬운 해답이 나온다. OECD 평균수준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지원을 늘리면 된다.

사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국가가 평균을 깎아먹어서 그렇지 실제 지원액은 더 많다. 우리나라와 경제수준이 비슷한 나라들도 대학교육비 중 가계지출이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2007년 기준으로 전체 수입에서 국고보조가 차지하는 비중은 6.4%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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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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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바로 사학재단의 '적립금'

그럼, 국가 지원이 OECD 평균인 GDP 1.0%, 6조 원 정도로 확대되면 등록금 문제는 해결되는가? 일각에서는 대학에서 계속 등록금을 인상하는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국고만 지원되고 등록금은 몇 년 새 다시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런 비판은 실질적 근거가 있다. 대학등록금이 높은 이유를 경제학자들은 대학의 담합행동설, 비용과장설, 생산성지체설, 실질적 비용의 상승설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자율화 조치 후 상당기간은 물가인상 등 비용 상승요인으로 인한 등록금 인상 요인이 존재했다. 하지만 2천년대 이후, 과도하게 오른 등록금이 실제 교육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대학 측은 납득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은 학교재단의 역할은 거의 미비하다는 점이다. 사학재단은 학생과 교원의 증가에 따라 수익용 재산을 출연하고 법정 부담 전입금(교직원용 연금, 의료보험)을 대학에 지급하여야 한다. 2009년 김영진 의원이 공개한 전국 145개 4년제 사립대학의 '2008년도 결산 재무제표 및 감사 결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7%(111곳)가 법인이 학교에 내야 할 법정 부담 전입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실제 학교가 부담해야 할 직원의 보험료마저 등록금에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수입 중 재단 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학재단이 적립금과 부동산 등 보유자산을 통한 투자 및 운영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전입금도 내지 않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걷은 등록금이 실제 사용되는 내역도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예결산 허위보고를 통한 이월금과 과도한 적립금이다. 한국대학연구소가 2007년 국내 151개 사립대학의 예산 및 결산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사립대학들은 결산에 비하여 수입예산은 약 7531억 원을 축소 편성하고, 지출예산은 약 9643억 원을 확대 편성하여, 2007년 한 해만 1조7174억 원을 예결산 차액으로 남겼다(2007년 예산 등록금수입 8조5295억 원의 20.1%에 해당하는 금액).

이렇게 발생한 금액은 이월금으로 남겨 적립금과 함께 누적되는데 2007년까지 이렇게 발생한 누적된 이월·적립금 합계액은 7조2천억 원이었다. 차기이월자금 비중은 2001년 6368억 원(5.7%)에서 2007년 2조4130억 원(11.3%)으로 크게 증가했다. 재정편성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하고 회계를 투명하지 않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재단 전입금 규모는 2001년 4.1%에서 2007년 3.8%로 감소했으며 2011년에는 더욱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2006년 12월 21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린 개정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한 총회 총대 비상기도회에서 목회자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2006년 12월 21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린 개정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한 총회 총대 비상기도회에서 목회자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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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금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2009년 기준으로 건축적립금은 3조2001억 원, 전체의 46%에 달하는 반면, 장학적립금은 8.6%, 연구기금 적립금은 6381억 원으로 9.2%밖에 되지 않았다. 더욱이 용도가 불분명한 '기타 적립금' 규모는 2조4155여억 원(34.8%)에 이른다.

건축적립금의 경우 규정취지를 보면 노후, 불량한 대학건물의 개보수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나 하지만 상당수의 대학에서는 그 범위를 넘어 신규 건축물의 건축비용으로 사용하거나 부동산 구입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적립금의 규모가 1년 치 등록금액의 규모에 가깝게, 지나치게 많이 적립하는 대학도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2007년 12월 사립대학 적립금을 1/2 한도 내에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후 펀드,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한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막연히 막대한 손실을 본 곳이 있다는 소문만 무성하고 정부에서는 손실금이 50% 이상인 경우에만 공개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공개되는 재단적립금은 대학생들의 등록금에서 조성한 '등록금 회계'와 외부에서 기부 받은 '기금회계'가 함께 포함돼 있다. 이 중 등록금 회계가 적립금 중 얼마를 차지하는지 공개되지 않는다. 때문에 대학별로 등록금으로 적립금을 얼마나 불렸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가 힘들다.

정리하면 부족한 국고보조와 적정한 사회적 규제 없는 대학의 독점적 자율권이 등록금을 비싸게 하는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국고지원만으로는 등록금이 합리적으로 조절되기 힘든 구조가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반값등록금은 국고보조와 대학 운영의 합리적 기준마련과 사회적 규제방안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달성가능한 과제이다. 기존에도 등록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학생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이 연구되어 왔다. 그중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도를 살펴보자.

등록금 거품 빼고 대학 규제는 강화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지원을 늘리는 것이다. 국가지원 확대에 대한 논리는 탄탄하다. OECD 평균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은 고등교육의 긍정적 외부효과, 사회 양극화 해소와 기회균등 원칙의 확립, 시장실패 보완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체 대학생은 대학원생 30만 명을 제외하고 330만 명, 매년 실제 등록하는 대학생은 220만 명으로 추산되며 등록금액 총액은 2009년 결산 기준으로 14조 원인데, 2010년 인상률을 감안하면 2010년은 15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중 3조 안팎이 장학금이므로 실제 납부하는 총액은 12조 원 정도이며 반값등록금을 위해서는 6조 원쯤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OECD 수준으로 고등교육 지원액을 확충하면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대학에 대한 합리적 규제방안 확립이다. 이는 대학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필수 조건이다. 공공성이 국가의 재정지원과 직접 운영이라는 협소한 의미에서 교육의 공적 역할을 달성하는 과제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기준충족과 그에 미달하는 기관에 대한 규제방안이 필수적이다.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확실한 견인방법도 필요하다. 등록금 결정과정과 대학운영, 교육의 질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집행에 대한 구속력을 갖춘 법제정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등록금상한제의 개선,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한 사학재단 적립금 규모 및 운영 규정, 대학전입금 의무화 및 규제방안, 학교운영의 민주적 구조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세부적인 정책내용을 보다 세밀히 연구될 필요가 있지만 핵심은 국가지원을 확대하는 것과 지원을 받는 대학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정책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반값등록금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과거 사학법 개정을 극렬 반대했던 집단이다. 한나라당에서 반값등록금을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당 내부에서는 개정된 사학법을 다시 개악하자는 법안을 내는 형편이다. 사학재단들이 철저히 이익집단화되어 있고 학교운영의 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엄밀한 제도설계 없이 재정만 투여될 경우,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대학개혁은 국가 재정 투입보다 훨씬 쉽지 않은 과제이다. 관계집단 간의 합의도출과 실제 집행과정의 어려움, 이익집단의 비토 등은 노무현정부시절 사학법 개정 시 똑똑히 보여준 바 있다. 그 당시 촛불집회까지 이끌며 결사반대를 했던 집단들이 현 집권여당이며, 그 뒤에는 든든한 사학재단 관계자들이 존재한다.

그 결과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했던 상황에서 간신히 통과된 사학법은 아무도 지키지 않는 유명무실한 법안이 되었고 2007년 개정안 내용이 상당히 후퇴한 재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나마도 실제 현장에서는 집행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반값등록금 정책이 국가 재정투입의 과제를 넘어 실질적 대학개혁으로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은 길임을 보여준다.

기대되는 점은 등록금 부담의 실주체인 학생들이 나섰다는 점이다. 유명 대학들이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10일이 넘게 이어지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학부모들과 앞으로 자녀를 대학에 보내야 하는 30, 40대의 지지도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앞다투어 지지를 보내며 반값등록금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운동이 대학개혁 운동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앞선 사학법 개정과정에서 명확히 보여주듯이 대학개혁은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추진되지 않는 이상 달성되기 어려운 과제이다. 학생들과 학부모, 국민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대학개혁방안의 연구와 사회운동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은경 기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태그:#반값등록금 , #등록금 , #교육, #대학개혁,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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