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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한일 만년필 교류회의 풍경. 한국과 일본의 만년필 동호인들이 서로의 만년필을 비교해보고 각종 정보를 교환하는 친교의 자리였다. 올해에도 많은 동호인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 한일 만년필 교류회의 풍경. 한국과 일본의 만년필 동호인들이 서로의 만년필을 비교해보고 각종 정보를 교환하는 친교의 자리였다. 올해에도 많은 동호인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펜후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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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기에 강한 일본인, 같이 즐기는 한국인

일본의 만년필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일본 3대 메이커라는 파이로트, 플래티넘, 세일러는 서양의 펜보다 싸고 질 좋은 만년필을 보급하자는 취지로 여태까지 그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외제=고급품'이란 선입견이 자국 메이커의 성장을 막았다. 그 결과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만년필은 없다. 만년필 소비 인구에서도 절대적 차이를 보인다. 세계의 만년필 메이커가 일본 한정판 상품을 자주 내놓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만년필 동호인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60~70년대에 비해 만년필 사용 인구가 줄었다지만 손글씨의 매력을 찾는 사람들이 만년필을 찾고 있다. 한국의 독특한 동호회 문화의 특성으로 쉽게 정보를 알 수 있고,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숨은 마니아가 많은 일본, 같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문화가 엿보인다.

취미문화의 상대적 후발주자인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발달한 분야가 있다. 인터넷 카페를 바탕으로 한 동호회 문화다. '오타쿠'로 대변되는 일본의 혼자 놀기 문화에 비해 한국은 온라인 동호회를 통해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데 익숙하다. 취미생활 자체로는 일본이 앞서지만 그것을 즐기는 방식에 있어서는 한국이 한 수 위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과 일본의 만년필 동호회가 서울에서 모여 펜 박람회를 연다. '2010 한일 만년필 교류회'에 이은 '2011 서울 펜쇼(펜후드&와구나)'가 11일 종로구민회관에서 개최된다.

"한국에도 만년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가요?"

2010년 교류회 당시 판매용으로 출품되었던 만년필이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써진 설명이 눈에 띈다.
 2010년 교류회 당시 판매용으로 출품되었던 만년필이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써진 설명이 눈에 띈다.
ⓒ 펜후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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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국경을 넘나든다. 유학생 신분으로 일본에 건너간 한 회원은 일본에도 만년필 동호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양국의 동호회가 서로를 알게 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 동호회에서 일본으로 몇 차례 방문을 하고, 일본에서도 서울 방문을 하며 한일 합동 전시회를 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열린 2010 한일 만년필 교류회는 국적을 떠나 만년필이라는 주제로 여러 정보를 교환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와구나'의 회장 모리씨는 교류회가 끝난 후 "한국 만년필 동호인들의 수준은 아득히 높았다"는 느낌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펜쇼에는 한국의 동호인 200여 명과 일본 동호인 1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와구나의 동호인 수가 350명인 것을 감안한다면 적은 수는 아니다. 특히 이번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여파로 참가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취미를 공유한다는 즐거움을 막지 못했다.

서울 펜쇼의 운영위원장이자 만년필 연구소 '을지로 연구실'의 박종진(41) 소장은 "펜 하나로도 보편성을 가지고 민간 차원에서 교류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라고 이번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만년필을 즐기는 방식의 차이에 있어서는 "일본은 경기의 감소세를 반영하듯 새로운 만년필 수요가 줄어드는 편이지만, 한국에서는 중학생도 만년필을 즐길 만큼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보다 다양해진 행사 기대

펜쇼에 참가하면 평소에 보기 힘든 20세기 초반의 빈티지 펜을 직접 만져보고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전시용으로 나온 펜 이외에 판매용으로 나온 다양한 펜을 접한다는 것도 큰 수확이다. 평소에 지니던 만년필에 이상이 있다면 무상으로 진단받을 수 있다. 이 행사를 위해 영국의 다이아민(Diamine) 잉크가 잉크 96종을 후원하고, 플래티넘, 오로라 등에서 각종 필기도구를 무상 협찬하는 등 작년에 비해 규모와 참가 범위도 확대됐다.

양국 현대사의 극적인 장면에는 항상 만년필이 있다. 태평양전쟁의 끝을 알리는 항복문서 조인식과 한국전쟁의 휴전협정 테이블에는 만년필이 놓여 있었다. 총칼을 주고받던 전쟁이 펜으로 끝난 셈이다. 살육의 역사에 조연으로 등장했던 만년필이 이제는 문화교류의 상징으로 그 역할을 바꿔나가고 있다.

(펜쇼 참가 문의, 펜후드 http://cafe.daum.net/montblank)


태그:#만년필, #펜후드, #파커, #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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