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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립대학 법인화와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인문학의 고사를 촉발하고 있지만, 사회단체와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의 노력을 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기초자치단체가 마련한 최초의 인문학 강좌가 열렸다. 6월 9일 오후 7시 30분에 달서구청 대강당에서 첫 강좌를 시작한 '달서구, 인문학을 만나다' 행사가 바로 그것.
 

'행복 +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달서구청의 인문학 강좌는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매주 목요일 밤에 진행된다. 첫 강의는 6월 9일의 '대구에서 피어난 불교문화의 향기를 맡다'로, 대구한의대 조춘호 교수가 맡는다. 둘째 강의는 6월 16일의 '우리가 몰랐던 영남인'으로 대구대 이동근 교수, 셋째 강의는 6월 23일의 '역사 속에 숨어있는 대구 이야기'로 대구대 이명식 명예교수가 맡는다. 마지막 강의는 6월 30일의 '대구의 재발견, 그 거리를 걷다'로 권상구 거리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이 맡는다.
 
이번 행사를 위해 달서구청 관계자들은 치밀한 준비를 했다. 여러 언론 매체에 강좌 개설 사실이 홍보되도록 조치한 것은 물론, 참석 희망자들에게 여러 차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친절한 행정도 펼쳤다.
 
특히 돋보인 것은, 강의자료를 책자로 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지만, 특이하게도 자료집을 2종 제작했다는 점이다. 내용은 같되, 본문의 활자 포인트에 큰 차이를 둔 것. 잔글자를 읽지 못하는 고령자들을 위해 본문 활자가 '주먹 만한' 자료집을 별도로 제작한 것이다.
 
첫 강의가 시작되기 전 곽대훈 달서구청장은 참석한 주민들을 향해 "어려운 경제 때문에 모두들 의기소침한 상태입니다. 대구정신을 되찾아 난국을 헤쳐 나갑시다. 선조들의 가르침을 깨우치고 오늘날에 되살려내는 인문학 공부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혹 듣고 싶은 강의가 있으면 구청에 신청해 주십시오"하고 인사를 했다. 

 

대구 지역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이번에 주민 대상 인문학 강좌를 마련한 곽대훈 달서구청장은 "지금까지 부정기적으로 교양강좌를 80회 정도 열었다. 그러나 강의가 낮에 열렸고, 정기적이지 않아 주민 참여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직장인들의 퇴근을 고려하여 밤 시간에 강좌를 배치했다'면서 '100명 정도 오시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230명이나 신청을 해서 우리도 놀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대구경북은 한국불교의 메카
 
한편, 첫 강좌를 맡은 조춘호 대구한의대 교수는 종교의 정의와 불교의 성격을 해설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불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한 종교이며, 대구경북은 한국불교의 메카"라고 설파한 조 교수는 신라불교의 초전지(初傳地) 도리사 그리고 직지사, 동화사, 은해사, 불국사, 고운사 등 대구경북 지역의 조계종 본산(本山)들, 지장신앙을 엿보게 해주는 남지장사와 북지장사 등에 대해 언급한 후 "일연 스님이 비슬산에서 수행을 했고, 한국 불교사 최대의 기록물인 삼국유사도 우리 대구경북에서 나왔다는 자긍심을 가지자"며 참석자들의 마음을 독려했다.
 
이 날 첫 강의에는 시민들이 200여 명이나 몰렸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동원성 행사도 아니고 놀이성 행사도 아닌 인문학 강좌에, 그것도 야간 시간대에 이만큼 성황을 보인 것은 시민들이 정신적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려는 강렬한 의지를 선보인 것"이라면서 "앞으로 격조높은 자리를 더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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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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