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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A의원: OOO선배, 강용석 제명 건 어떻게 보세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민주당 B의원: 어떻게는 뭐, 잘못한 게 분명한데 제명해야 하지 않겠어요.

한나라당 A의원: 잘못한 건 맞는데, 보통의 징계가 아니라 제명까지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국민이 뽑은 헌법기관인데 그 권한까지 박탈해야 하는 건지….

민주당 B의원: 글쎄요.

 

한나라당과 민주당 재선 이상 두 의원이 최근에 나눈 대화입니다.  민주당에서 '진보적'이라는 평을 듣는 B의원은 A의원의 이야기를 들은 뒤 "별로 고민하지 않은 문제였는데, 아내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강 의원은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판결에 불복해 항소까지 했는데 제명하는 게 옳지 않느냐"고 했더니 B의원은 "그런 점도 있는데, 대법원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게 아닌지도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하더군요.

 

강 의원은 지난해 7월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는 등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성적 비하 발언 혐의로 기소돼, 올해 5월 25일 1심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물론 강 의원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항소했습니다.

 

여야 의원들의 고민 "강용석, 잘못은 했는데... 제명까지 해야 해?"

 

이어 국회 윤리특위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에서 강 의원 제명안을 통과시켜, 국회 본회의에 보냈습니다. 제명안이 상정된 지 무려 10개월 만에 내린 '만만디' 결정이었습니다. 정갑윤 윤리특위 위원장이 "강 의원 징계안은 6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6월 국회는 개회 중이고 앞으로 본회의가 열리는 23일, 29일, 30일 중에 강 의원 제명안이 본회의 표결 안건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제가 의견을 물은 다른 의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군요. 윤리특위 제명 결정이 나온 뒤 며칠간 이 문제를 고민했다는 민주당 한 의원은 "기명투표를 하면 반대표결을 하고, 제명안 반대토론에 나설 생각도 해보는데, 의원 신상문제라 이런 과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찌 됐든 부결되면 국회 전체가 엄청난 비판을 받게 될 것이고,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많이 던진 것으로 나온다면 자칫 열린우리당 시절 '박창달 파동'이 재현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17대 국회 때인 2004년 6월 29일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는데, 당시 여당이자 국회 제1당인 열린우리당 의원 중에 최소 35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에서는 반대 의원 색출작업이 벌어졌고, 밖에서는 "열린우리당을 개혁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거센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의원 제명은 재적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물리적으로도 가결이 쉽지 않다"며 "의원들이 본회의에 불참하거나 기권하는 사례도 많을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그가 말한 대로 강 의원 제명안이 통과되려면 현재 299명의 국회의원중 200명이 찬성해야 합니다.

 

한나라당의 다른 의원도 "민주주의는 자칫 여론의 몰아치기에 좌우되는 중우정치로 전락하기 쉽다"며 "물론 언어성추행이 작은 일은 아니지만, 말로 한 사건에 '30일 출석정지' 이런 게 아니라 제명까지 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한미FTA 비준안이나 북한(민생)인권법 등이 18대 국회의 최대 쟁점 법안이지만, 우리 의정사에서 윤리문제와 관련한 의원직 제명의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원들은 이 문제를 깊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원직 제명사례는 현재까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1979년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은 당시 'YH여공 사건'과 관련해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박정희 정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철회하라"고 말했다가 공화당과 유신정우회에 의해 제명됐습니다.)

 

정리하면, '강용석이 잘못했지만, 배지까지 뗄 사안이냐'는 겁니다.

 

반면 여성단체들은 강하게 강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국회 윤리특위가 열리기 직전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아나운서연합회 등 50여 개 여성·시민단체들은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강 의원의 국회퇴출을 요구했습니다. 

 

누리꾼 여러분, 당신이 국회의원이라면 국회 본회의장에서 찬성과 반대 중 어떤 표를 던지시겠습니까?


태그:#강용성 제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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