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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여름깃을 뽑내고 있는 저어새. 오른쪽으로는 새끼 저어새들도 보인다.
▲ 인천 남동유수지의 저어새들 노오란 여름깃을 뽑내고 있는 저어새. 오른쪽으로는 새끼 저어새들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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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서울환경연합은 인천의 남동유수지로 저어새탐조를 다녀왔습니다. 아침에는 날씨가 좋다 싶더니 오후가 될수록 더위가 극성입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넘어, 이제 생명들이 성숙하는 여름이 오는 시기인가 봅니다.
주걱모양의 부리를 이용해 갯벌과 같이 물이 얕은 습지를 부리로 저어가며 먹이활동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저어새. 주걱모양의 부리로 얕은물 속을 '저어가며' 먹이활동을 하는 특성은 먹이가 많지 않으면 쉽게 사냥에 성공하기가 어려움이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 맑고 어종이 풍부한 인천의 송도갯벌은 여름철새인 저어새가 여름을 나며 번식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죠.

하지만 80년대중반 85만평의 갯벌이 매립되고 남동공단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저어새의 생존은 위협을 받기 시작합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산업화의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동남아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저어새의 서식환경이 급속도로 파괴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90년대에는 저어새의 개체수가 약 500마리까지 줄어들기도 하는 멸종의 고비를 맞이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시기는 송도 신도시의 매립이 시작되었던 94년도와 맞물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저어새의 멸종에 가슴아파하던 사람들은 저어새를 지키자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동남아시아지역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저어새의 생태를 보호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2011년 현재 저어새의 개체수를 약 2000마리까지늘이는 성공적인 결과를 나았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2000마리라는 숫자는 여전히 저어새가 멸종위기종으로 남아,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적색목록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게 만드는 위태로운 숫자에 불과합니다.

인천환경연합의 이혜경실장님이 저어새에 관한 설명을 해주십니다.
▲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 인천환경연합의 이혜경실장님이 저어새에 관한 설명을 해주십니다.
ⓒ 손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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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시쯤, 인천환경운동연합사무실에 도착한 서울환경연합 회원님들! 바쁘신 와중에도 저어새에 관한 설명을 위해 달려와 주신 인천환경연합 이혜경실장님께 저어새에 관한 설명과 영상을 통해 저어새를 알아갑니다. 저어새가 한국에서만 번식을 하는 새라는 것도, 여러 서식지 중에서 인천에서 대다수가 여름을 나며 번식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가면 알수록, 저어새에 대한 애정은 깊어져만갑니다.

점심시간이 지나 어느덧 남동유수지에 도착한 일행들, 인공적으로 조성된 남동유수지에서 나는 악취도, 조그마한 섬에서 엄청난 서식밀도를 자랑하며 살아가는 저어새와, 갈매기, 가마우지들을 보면서 갯벌의 파괴가 생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

멀리 저어새 섬이 보입니다. 저어새섬에서는 현재 저어새와, 갈매기, 가마우지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 남동유수지의 저어새섬 멀리 저어새 섬이 보입니다. 저어새섬에서는 현재 저어새와, 갈매기, 가마우지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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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들의 집, 저어새섬이 있는 인천 남동유수지는 80년대 중반, 남동공단이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수해방지용 인공저수지입니다. 그 한중간에 놓인 저어새섬. 저어새가 처음부터 이 곳에서 둥지를 틀고 고단한 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갯벌이 파괴로 마지못해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 저어새의 슬픈 삶. 남동유수지에서 풍겨오는 악취와 중금속등 각종오염물질이 쌓인 진흙들이 저어새들의 고단한 삶을 대신 전달해 줍니다.

저어새섬은 남동유수지를 건설하면서 처치가 곤란한 쓰레기들을 모아놓은 쓰레기더미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보기좋게 하기 위해 돌과 흙으로 덮고, 그 위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쓰레기의 독성때문인지 나무는 불과 2~3년이 지나지 않아 모두 말라 죽어버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위태로운 섬에서 저어새는 매년 여름을 나기위해 남동유수지를 찾아오고, 새끼를 기르는 슬픈 삶을 이어갑니다.

갈매기와 가마우지까지, 인간이 훼손한 자연환경은 넓은 땅에서, 바다에서 살아가던 생물들을 저렇게도 조그마한 섬에 몰아넣는 비참한 현실을 만들어 냈습니다.
▲ 스코프 너머로 보이는 저어새의 모습들입니다. 갈매기와 가마우지까지, 인간이 훼손한 자연환경은 넓은 땅에서, 바다에서 살아가던 생물들을 저렇게도 조그마한 섬에 몰아넣는 비참한 현실을 만들어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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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를 그려보고, 저어새에게 메세지를 전해보고, 송도갯벌에서 채취되는 모시조개에 저어새를 그려봅니다. 참가자들은 저어새를 가슴 한가득 품습니다. 자연을 가슴한가득 안아갑니다.
▲ 인천저어새네트워크의 김보경선생님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체험프로그램들을 즐깁니다. 저어새를 그려보고, 저어새에게 메세지를 전해보고, 송도갯벌에서 채취되는 모시조개에 저어새를 그려봅니다. 참가자들은 저어새를 가슴 한가득 품습니다. 자연을 가슴한가득 안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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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탐조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인천갯벌의 매립현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살펴보러 송도신도시 매립현장으로 이동했습니다. 80년대중반부터 진행된 인천갯벌매립은 85만평의 남동유수지를 시작으로, 지금은 2000만평의 송도신도시계획까지 시대를 거듭하며 진화해 왔습니다.
오염된 바닷물을 정화하고, 수 많은 해양생물들의 서식처가 되는 갯벌. 그러하기에, 수많은 어민들의 삶의 터가 되기도, 시민들에게 생태적인 교육과 휴식의 공간이기도 했던 갯벌은 토건의 논리에, 경제성장의 논리에 힘없이 죽어갑니다. 그리고는 일부 돈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나, 경제가 최고의 가치인 경제자유구역으로 변해갑니다. 뭇 생명들을 짓밟고 올라선 그 땅위에, 그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짓고 쌓아올리고, 또 넓혀가기를 반복합니다.

과거 송도갯벌이 광활하게 펼쳐진 이곳에서는 현재 10년이상 이어지는 무자비한 갯벌 매립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괴 있다. 마지막 남은 갯벌인 11공구의 30만평도 곧 매립이 되고 나면, 우리가 기억하는 송도갯벌은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수 많은 생명을 죽이고 올라선 인간의 욕심은 이렇게 또아리를 틀고서 자연을 삼켜간다.
▲ 갯벌타워에서 내려다본 송도 갯벌 매립지. 과거 송도갯벌이 광활하게 펼쳐진 이곳에서는 현재 10년이상 이어지는 무자비한 갯벌 매립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괴 있다. 마지막 남은 갯벌인 11공구의 30만평도 곧 매립이 되고 나면, 우리가 기억하는 송도갯벌은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수 많은 생명을 죽이고 올라선 인간의 욕심은 이렇게 또아리를 틀고서 자연을 삼켜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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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넓은 구역이 매립되고 있는 현실을 눈으로 목격한 참가자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합니다. 수 많은 생명들의 터전을 앗아간 갯벌매립. 새만금과 시화호와 천수만, 그리고 송도갯벌까지.. 매립으로 인해 사라진 갯벌은 이미 눈으로 다 담을수도 없이 넓어졌고, 사라진 생명들은 상상할 수 없을만큼 많아 졌습니다. 매립지는 매립을 시행한 시공사의 소유라는 이상한 법, 돈을 위해서라면 자연을 훼손해도 마땅하다는 인간의 뒤틀린 욕심, 그리고 이를 묵인하는 수 많은 눈먼 시선, 그리고 우리가 가진 뒤집힌 시대상이, 이런 비참한 결과를 만들어낸, 아귀지옥이요, 수많은 욕심이 뒤섞인 아수라장입니다.

사라져가는 인천의 갯벌을 지켜주세요, 관심가지고, 지켜보고, 실천하고, 알리는것. 조그마한 관심이 우리의 자연을 지키는 큰 힘이 됩니다.
▲ 저어새를 지켜주세요, 사라져가는 인천의 갯벌을 지켜주세요, 관심가지고, 지켜보고, 실천하고, 알리는것. 조그마한 관심이 우리의 자연을 지키는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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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저어새, #남동유수지, #송도갯벌, #서울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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