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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여러차례 찾아와 '풀빵장수 체험'을 하고, 함께 방송 출연까지 해서 유명해진 서울 인사동 풀빵장수 손병철(53세)씨가 7일 오후 서울 인사동 문화의거리에서 리어카를 부수며 단속에 나선 용역업체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인 뒤 땅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청각장애가 있는 손씨는 말을 하지 못해 맘 놓고 고함도 치지 못한 채 소리없이 눈물만 닦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러차례 찾아와 '풀빵장수 체험'을 하고, 함께 방송 출연까지 해서 유명해진 서울 인사동 풀빵장수 손병철(53세)씨가 7일 오후 서울 인사동 문화의거리에서 리어카를 부수며 단속에 나선 용역업체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인 뒤 땅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청각장애가 있는 손씨는 말을 하지 못해 맘 놓고 고함도 치지 못한 채 소리없이 눈물만 닦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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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 막아."
"우리가 도둑질을 했어? 강도짓을 했어? 이게 뭐하는 짓이야!"

7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문화의 거리 초입에서는 노점상들과 이를 단속하려는 종로구청 직원, 용역원들 사이에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전날 종로구가 단속을 예고한 데 이어, 이날 오후부터 손수레를 끌고 들어가려는 노점상들의 진입을 막았기 때문. 주로 50~60대의 노점상들은 젊고 건장한 용역원들의 완력 앞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쓰러진 인사동 풀빵 장수 "그냥 장사하게 해달라"

손수레가 부서지고 바닥에는 노점상들의 장사 밑천인 엿과 떡, 팽이와 신발이 내팽개쳐졌다. 몸싸움을 하던 60대 여성 노점상은 의식을 잃고 인근 백병원으로 실려갔다.

분에 못이긴 김종순(62)씨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억울해서 못살겠어요. 죽을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구청에서 이게 할 짓인가요? 사람도 하나 지나다니지 않는 외진 데로 가서 장사를 하라는데, 차라리 그냥 우리를 총살시키라고 하세요."

7일 오후 서울 인사동 문화의거리에서 영업을 시작하려는 노점상들을 구청 용역업체 직원들이 리어카를 뒤집으며 거칠게 저지하자, 한 여성 노점상이 주저앉아 울부짖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인사동 문화의거리에서 영업을 시작하려는 노점상들을 구청 용역업체 직원들이 리어카를 뒤집으며 거칠게 저지하자, 한 여성 노점상이 주저앉아 울부짖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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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여러차례 찾아와 '풀빵장수 체험'을 하고, 함께 방송 출연까지 해서 유명해진 서울 인사동 풀빵장수 손병철(53세)씨가 7일 오후 서울 인사동 문화의거리에서 단속에 나선 구청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리어카를 뺏기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러차례 찾아와 '풀빵장수 체험'을 하고, 함께 방송 출연까지 해서 유명해진 서울 인사동 풀빵장수 손병철(53세)씨가 7일 오후 서울 인사동 문화의거리에서 단속에 나선 구청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리어카를 뺏기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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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빵장수 손병철(53세)씨 현장에 투입된 경찰들의 저지선에 가로막히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풀빵장수 손병철(53세)씨 현장에 투입된 경찰들의 저지선에 가로막히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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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풀빵장수 손병철(53세, 청각장애인)씨가 <오마이뉴스> 취재기자와 수첩에 질문과 답변을 적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사동 풀빵장수 손병철(53세, 청각장애인)씨가 <오마이뉴스> 취재기자와 수첩에 질문과 답변을 적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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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만난 사진을 노점에 붙여 놓고 인사동에서 풀빵장사하던 손병철씨 부부.
 이명박 대통령 만난 사진을 노점에 붙여 놓고 인사동에서 풀빵장사하던 손병철씨 부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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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용역원들에게 밀려 쓰러진 노점상들 중에는 '인사동 풀빵 장수' 손병철(53)씨도 있었다. 청각장애인인 손씨는 지난 2006년 12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찾아와 풀빵 파는 일을 도와 유명해졌고, 지난해 추석 때는 이 대통령 부부와 함께 한 방송사의 토크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손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손씨를 빙 둘러싼 용역들에게 누군가가 외쳤다.

"그 아저씨는 못 듣는 아저씨야. 손대지 마."

손씨의 손목과 정강이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손씨는 기자와의 필담을 통해 "이 자리에서 그냥 장사를 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에게) 심려를 또 끼치고 싶지는 않다"는 뜻을 전했다.

손씨는 앞서 지난 4월 14일 종로구의 노점 단속이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호소문을 청와대에 보냈다. 당시 청와대는 종로구에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을 방안을 찾을 것"을 당부했지만 노점상과 구청 간 견해 차이는 끝내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노점상에게 사람 안 다니는 데서 장사하라고?

7일 오후 서울 인사동 문화의거리에서 영업을 시작하려는 노점상들을 구청 용역업체 직원들이 단속에 나서면서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리어카를 뺏으려는 구청 용역직원들과 뺏기지 않으려는 노점상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인사동 문화의거리에서 영업을 시작하려는 노점상들을 구청 용역업체 직원들이 단속에 나서면서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리어카를 뺏으려는 구청 용역직원들과 뺏기지 않으려는 노점상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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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용역직원들에게 리어카를 뺏기지 않으려는 나이든 노점상들이 리어카를 붙잡고 있다.
 구청 용역직원들에게 리어카를 뺏기지 않으려는 나이든 노점상들이 리어카를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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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으로 쇼핑을 나온 외국 관광객들이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인사동으로 쇼핑을 나온 외국 관광객들이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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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는 인사동 문화의 거리내 노점 76개가 보행자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며 종로경찰서 방면 공터와 낙원상가로 통하는 골목, 인사마을 마당 공터 등을 대체지로 노점상들에게 제안한 상태다. 하지만 노점상들은 이곳들이 모두 보행자가 거의 없어서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들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사동도 예전의 인사동이 아니에요. 오후 2시에 나와서 9시까지 하루 종일 팔아봐야 매상이 7, 8만 원이 고작이에요. 지금도 그 정도인데, 구청에서 옮기라는 곳으로 가면 어떻게 될지 뻔합니다. 그런데 아무 대책도 없이 장사를 못하게 한다는 것은 굶어 죽으라는 말과 매한가지예요." - 노점상 김아무개(63)씨

"노점상 중에는 4명의 청각장애인이 있습니다. 그 가족까지 생각하면 20여 명의 생계가 달려 있어요. 그 사람들이 어디로 가서 먹고 살 수 있겠어요. 우리가 그냥 어거지를 쓰는 것이 아닙니다. 구청과도 얼마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어요. 그런데 구청에서 막무가내로 밀어 붙이니 어떡합니까. 최소한의 생계대책은 세워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 노점상 이아무개(70)씨

이날 노점상들과 구청의 충돌은 경찰이 개입하면서 오후 3시경 끝났다.

하지만 종로구청은 "원칙상 불법임에도 제도권으로 편입해주려 하는데 무작정 한 자리에서만 영업하겠다는 요구는 억지"라는 입장이다. 종로구청이 오는 15일까지 노점 철거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노점상들의 반발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7일 오후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노점상 단속에 나선 용역업체 직원이 뽑기 노점상을 하는 62세 여성 박아무개씨의 못을 잡아 끌어 내동댕이 치고 있다. 길 바닥에 쓰러진 박아무개씨는 결국 병원에 실려갔다.
▲ 내동댕이 쳐지는 60대 여성 인사동 '뽑기' 노점상 7일 오후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노점상 단속에 나선 용역업체 직원이 뽑기 노점상을 하는 62세 여성 박아무개씨의 못을 잡아 끌어 내동댕이 치고 있다. 길 바닥에 쓰러진 박아무개씨는 결국 병원에 실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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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인사동, #노점상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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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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