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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방송통신위원회와 SK텔레콤이 기본료 1천 원 인하와 문자메시지 50건을 무료로 제공하는 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초에는 문자메시지 50건을 무료로 제공하는 요금인하 방안을 마련했다가 국민여론에 떠밀린 한나라당의 요구로 겨우 기본요금 1천원 인하 방안이 추가로 포함되었습니다.

 

사업자(SKT) 자료에 따르면 연 7500억 원 정도의 인하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1인당 연 2만8000원, 4인 가구 기준으로는 연 11만 4000원 요금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요금 인하 효과가 스마트폰 한 달 정액 요금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소비자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생색내기용 요금인하'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본요금 인하효과가 별로 없다고 하는 것은 7일 <한겨레> 보도에서 뚜렷하게 확인이 됩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기본요금 1만 원을 인하하는 표준요금제도가 통화량이 적은 소비자들에게는 9년 전(2002년 8월)에 출시된 LGU+ 미니 요금제보다 더 많은 요금을 물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겨레> 기사: 통신요금 기본료 인하, 소량 이용자 혜택 적어)

 

물론 9년 전에 만든 LGU+ 미니요금제는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요금제도였고 현재는 신규가입이 불가능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당시 기본 요금 6000원인 미니요금제에 50만 명이나 가입한 것을 보면, 기본료 인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크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신위원회의 기본료 1000원 인하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며, '미니요금제'처럼 획기적인 기본요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입니다. 결국, 이번 대책은 기본료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현재의 이동통신요금 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았기 때문에 통화량이 적은 소비자나 경제적 약자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지 못했습니다.

 

 

선택형 요금제, 문자메시지 100건은 왜 선택할 수 없나?

 

한편,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선택형 요금제도 역시 '무늬만 선택형' 요금제라고 생각합니다. 당초 음성, 데이터, 문자를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조합 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형 요금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이번 요금 인하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였습니다.

 

실제로 사업자가 발표한 선택형 요금제를 살펴보면, 음성통화, 데이터, 메시지를 조합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고, 월 5만 5천 원 이상을 내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 가입자들에게는 맞춤형 선택이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문자메시지의 경우 매월 50건을 무료로 제공하지만, 최소 선택이 월 250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번 선택형 요금제에는 문자메시지를 100건, 150건, 200건을 선택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게 참 교묘합니다.

 

문자 메시지를 선택할 수 있는 최소 단위를 250건으로 정함으로써, 월 100건, 150건은 아예 선택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매월 공짜로 주는 월 50건만 쓰든지 아니면 무조건 250건 이상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카카오톡 사용자를 겨냥한 꼼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실 스마트폰 사용자의 경우 '카카오톡'을 사용하면, 문자메시지 사용이 확 줄어듭니다. 그러나 아직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과는 기존 문자서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공짜로 주는 월 50건 무료로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유료 요금 최소 단위인 250건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번 선택형 요금제로는 문자 월 100건, 150건은 아예 선택할 수 없도록 하여 소비자의 선택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문자메시지를 월 50건 이상 사용하면 문자사용을 줄이는 대신 음성통화를 늘릴 수 있는 요금 구성은 선택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음성통화 시간별 요금 구성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월 150분에서 200분으로 늘리면 5천 원을 추가 부담합니다. 그런데, 월 200분에서 250분으로 늘리면 3천 원을 추가 부담하게 되고, 월 250분을 350분으로 늘리면 1만 원을 추가 부담하게 됩니다. 어떤 이유로 통화시간과 요금을 차등하였는지 짐작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스마트폰 선택형 요금제, 무용지물 가능성 높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와 SK텔레콤이 스마트폰 선택형 요금제를 내놨지만 '데이터 무제한' 정액요금제를 다른 맞춤형 요금제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저의 경우 월 4만 5천 원 정액요금에 가입하고 있는데, 매월 음성 200분, 데이터 500MB, 문자메시지 300건을 무료(?)로 받습니다. 사업자는 무료로 준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월 4만 5천 원을 내고 묶음으로 구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관련기사 : 스마트폰 음성통화는 왜 이월 안 해주나? )

 

아무튼 월 4만 5천 원 정액 요금 가입자의 경우 선택형 요금제를 절대로 선택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현행 4만 5천원 정액요금제와 가장 비슷한 조합을 선택해보면 음성통화 200분(3만 3천원), 데이터 500MB(1만 원), 문자메시지 250건(3천 원)에 4만 6천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음성통화를 250분(3만 6천원)으로 늘리려고 하면 데이터를 300MB(월 8천원)으로 줄이고 문자메시지 250건(3천원)을 선택해도 요금은 4만 7천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또 음성통화를 350분(4만 6천원)으로 늘릴 경우 데이터를 100MB(월 5천원)으로 줄이고 문자메시지 250건(3천원)을 선택하면 매월 5만 4천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선택은 불가능합니다.

 

요약해보면, 실제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 혹은 기존의 정액요금제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조합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현행 정액 요금제를 변경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요금 부담을 줄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어차피 선택 불가능한 '선택형'(?) 요금제를 만들어 놓고 '그래 어디 한 번 바꿀테면 바꿔보라'고 버티는 꼴입니다. 이건 돈 문제 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와 사업자가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우롱하는 것 같아 더욱 불쾌합니다.

 

 

선택형요금제 대신 남는 만큼 이월 해주지... 

 

이런 엉터리 '선택형 요금제'보다는 스마트폰의 정액제 가입자가 매월 사용하고 남는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다음 달로 계속 이월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현재는 데이터만 한 달 이월시켜 사용할 수 있음).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저의 경우 매월 정액 요금을 지불하고 받는 음성통화, 데이터 통신, 문자메시지를 전부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의 경우 다음 달로 이월되지만 음성과 문자메시지는 그냥 소멸해 버립니다. 따라서 음성과 문자메시지를 이월시켜주는 것이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아껴 쓸 수 있고, 이월된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가 쌓이면 선불요금제처럼 이월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다 사용할 때까지 요금을 내지 않도록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편, 스마트폰의 경우에도 음성, 문자,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 않은 소비자들을 위한 요금제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정액요금 4만 5천원 요금제에 해당하는 음성통화 초당 요금, 문자메시지 건당 요금, 데이터 1MB당 요금제를 도입하고 쓴 만큼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정액요금 대신 쓴 만큼만 내면 통신 과소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음성통화 200분은 3만 3천 원이므로 초당 2.75원(표준요금제 1.8원보다 훨씬 비싼 요금) 요금을 적용하여 사용시간 만큼만 요금을 내고, 데이터의 경우 500MB에 1만 원이므로 MB당 20원의 요금을 적용하며, 문자메시지의 경우 250건에 3천 원이므로 건당 12원의 요금을 적용하여 쓴 만큼만 요금을 부담하는 것입니다.

 

이동통신 사용량이 적은 소비자의 경우 만약 이런 식으로 음성통화 초당 요금, 데이터 MB당 요금, 문자 건당 요금을 적용하면 통신비 부담이 확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지난 4월의 음성통화는 112분, 데이터 사용은 739MB, 문자메시지는 78건을 이용하였습니다.

 

이를 금액으로 계산해보면 음성통화 18,480원, 데이터 요금 14,780원, 문자메시지 852원으로 3만 4천여 원의 요금만 부담하면 됩니다. 4월의 경우는 전월에서 이월된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였기 때문이며 만약 3월처럼 380MB를 사용하였다면 한 달 통신비는 2만 7천여 원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여 통신망에 부하가 많이 걸린다고 하는 통신사들의 주장대로라면 소비자들의 이동통신 과소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런 합리적인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현행 스마트폰 정액요금제는 이동통신 과소비를 부추기는 요금제도입니다. 통화를 짧게 하고, 문자와 데이터를 적게 사용하면 손해를 보게 되어있고, 혹시 약정된 통화 시간보다 통화를 더 많이 하거나 데이터 사용이 늘어나면 비싼 추가 요금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사업자들은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요금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변죽만 울리는 요금 인하 방안으로는 소비자들의 반발을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통신비, #스마트폰, #정액제, #인터넷, #이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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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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