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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 대전 유등천(한밭대교~갑첨합류점)에는 개개비가 '갈갈직직' '객객객객' 울어대며 둥지를 틀고 번식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전국에 흔하게 찾아오는 여름철새 개개비는 유등천에 매년 약 20여 쌍 40여 마리가 찾아와 번식을 했다. 넓은 하폭과 잘 발달될 달뿌리풀 군락지가 유지되고 있어 번식지로는 아주 적합했기 때문이다. 달뿌리풀 같은 정수식물에 둥지를 트는 개개비는 여름철 하천에 대표적인 새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유등천에 개개비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실제로 2~3쌍 정도만이 번식을 하고 있다. 이유는 4대강 정비사업 때문이다. 4대강 정비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유등천 정비사업으로 개개비가 서식하던 달뿌리풀 군락이 통째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상정비라는 이름으로 사라진 달뿌리풀 군락지는 이제는 잡초도 자라지 않는 뻘이 되어 버렸다.

정수식물인 달뿌리풀은 개개비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이다. 뿐만 아니라 하천의 물을 맑게 해주는 정화식물이기도 하다. 이런 정수식물의 서식공간을 훼손하면서 만든 유등천 올해 홍수에 대비하고 친수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다나 하천주변에 설치한 인공시설물들은 여지없이 수해로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자전거도로는 해졌고, 보호시설물 주변은 토사가 유실되어 접근금지 띠를 둘러놓았다. 하천에 사람들이 이용할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이 어디까지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많던 달뿌리풀 군락지는 찾아볼수 없게 되었다. 2011년 4월의 모습
▲ 사라진 달부리풀 군락지 많던 달뿌리풀 군락지는 찾아볼수 없게 되었다. 2011년 4월의 모습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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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정비를 왜 하는지 정확한 이유도 없이 통수단면을 얼마만큼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도 없이 단순한 토목공사로 진행한 하상정비로 달뿌리풀군락에 서식하던 개개비와 여어종의 생물종들은 유등천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하천은 다시 훼복할 수 있다. 벌써 일부지역에 토사들이 쌓이면서 생물군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토사가 쌓이면 이곳에 새로운 생물들이 자라게 될 것이고, 곧 개개비가 번식할 수 있는 달부리풀 군락지가 될 것이다.

준설된 흙이 다시 쌓여 하중도를 만들고 있다. 이대로 둔다면 내년에 이곳에 다시 개개비가 둥지를 틀 수 있을 달뿌리풀이 자랄 것이다.
▲ 다시 쌓이기 시작한 퇴적토(유등천 하류) 준설된 흙이 다시 쌓여 하중도를 만들고 있다. 이대로 둔다면 내년에 이곳에 다시 개개비가 둥지를 틀 수 있을 달뿌리풀이 자랄 것이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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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정비를 통해 깨긋하게 사라진 달뿌리풀군락지의 모습
▲ 토사가 다시 쌓인 지형(붉은 원 안) 하천정비를 통해 깨긋하게 사라진 달뿌리풀군락지의 모습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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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사업때문에 유등천의 개개비는 씨가 말라가고 있다. 그깟 새 한 마리 때문에 4대강 살리기를 비난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그깟 4대강 사업 때문에 달뿌리풀군락에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을 죽여서야 되겠냐고 나는 묻고 싶다. 한 종의 멸종은 종국에는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죽음의 길로 폭주기관차를 몰고가는 4대강 사업은 이제라도 중단해야 한다. 물의 흐름을 막고 준설하는 계획들을 중단하고 원래 생명들이 살 수 있는 강으로 돌아갈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태그:#4대강, #개개비, #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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