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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광대' 최정완(51) 한국민족극운동협의회 이사장이 갑자기 별세했다. 부산은 물론 전국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슬퍼하고 있다. 1986년 극단 '자갈치'를 창단해 대표를 맡은 뒤 온갖 활동을 벌여온 그가 한창 일할 나이인데 세상을 떠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고인은 지난 5일 새벽 가족과 함께 설악산에 올랐는데 등반 도중 가슴에 통증을 느껴 하산하다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고 최정완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이 별세했다. 빈소는 부산 인창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고 최정완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이 별세했다. 빈소는 부산 인창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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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마당극 운동의 본산인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을 맡았고, 최근에는 '전국민족극한마당'과 '부산·제주·일본 섬과 내륙의 연극교류' 집행위원장을 맡아 의욕적인 활동을 해온 그가 갑자기 유명을 달리해,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빈 공간이 너무 크다'며 슬퍼하고 있다.

동아대 수학과를 나온 고인은 문화운동가로 활약했다. 그는 극단 자갈치 대표(1990~2002), 부산민족뭄화운동협의회 사무국장(1991~1994), 민족미학연구소 기획위원(1997~현재), 진주탈춤한마당 기획위원(1999~현재), 민주공원 교육공연팀장(2000~2005), 인권문화제·청소년축전 예술감독(2001~현재), 부산민예총 편집주간(2002~2009), 부산남북어린이어깨동무 운영위원(2008~현재), 부산 중국 글마루 작은도서관 관장(2011), 원도심 문화예술창작공간(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장(2011) 등을 맡았다.

그가 기획했거나 손을 거친 문화예술 행사는 수없이 많다. 민족통일대동장승굿(1989년부터 10회), 정신대 해원상생굿(1991년부터 8회), 부산민족극한마당, 분단50년 기념행사(1995), 금정산 생명문화축전(2005~2007), 6․10항쟁 20주년 부산행사(2007), 부마민주항쟁30주년 문화행사(2009), 전국민족한마당(2009~현재) 등의 기획·연출·운영감독을 맡았던 것.

또 그는 지난해부터 서울마당극제와 부산마당극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 원도심 창작공간인 '또따또가' 출범 당시부터 상임이사로 일해 왔고, 이곳을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간으로 가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부산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그를 "민주주의와 민족문화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문화, 예술, 교육,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는 영원한 광대요, 문화운동가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각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최정완 이사장이 지난 5일 갑자기 숨을 거두었다. 사진은 부산 인창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온 조문객들이 조문하는 모습.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최정완 이사장이 지난 5일 갑자기 숨을 거두었다. 사진은 부산 인창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온 조문객들이 조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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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초량동 소재 인창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조문객이 모여들고 있다. 부산은 물론이고 서울과 광주, 진주 등지에서도 찾아오고 있다. 선후배들이 상주 역할을 하며 빈소를 지키고 있다.

6일 저녁 빈소에서는 추도식이 열렸다. 넓은 공간이었지만 사람들이 다 앉지 못할 정도로 모였다.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을 30여 분 가량 상영했다.

황해순 부산예술대학 교수는 "고인은 문화예술과 교육 등 폭넓게 활동해 오셨다. 대학 졸업 이후 바로 문화예술운동에 뛰어들었다"면서 "여러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부산민예총 이청산 회장은 "부산 문화운동뿐만 아니라 전국 장승제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마당발처럼 일해 왔다. 후배들이 어느 정도 고인의 자리를 대신해 줄지 모르지만 빈 자리가 너무 클 것 같다"면서 "돈을 잃으면 보상이 되지만 문화예술에서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람을 잃으면 보상할 방법이 없다. 부산 민예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큰 재목을 잃은 것이다"고 말했다.

부산 춤꾼 정승천씨는 "고인은 보통사람들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섬세하고 성실했다. 어떻게 보면 '미련한 곰'이라 부를 정도로 꼼꼼하게 일을 챙겼다. 생각도 닫혀 있는 게 아니고 열려 있었다. 어떤 행사를 하면 늘 뒤에서 그림자 역할을 했다"면서 "또 섬뜩할 정도로 인간미가 넘쳤다. 술도 좋아했는데, 고인과 쌓은 일화가 너무 많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5일 갑자기 세상을 뜬 고 최정완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빈소가 부산 인창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사진은 빈소 앞에 진열해 놓은 조화 모습.
 5일 갑자기 세상을 뜬 고 최정완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빈소가 부산 인창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사진은 빈소 앞에 진열해 놓은 조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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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에는 조화를 놓을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진열되어 있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송기인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명예이사장이 조문하고 조화를 보냈으며, 범어사 주지 정여 스님, 신학철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회장,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연예인 안치환·정태춘·박은옥·윤도현·김제동씨의 조화도 보였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례는 '문화예술인장(葬)'으로 치러지는데, 연휴가 겹쳐 4일장이다. 발인은 8일 오전 7시, 영결식은 이날 오전 8시 부산 민주공원에서 열린다. 장지는 '흥법사'다.


태그:#고 최정완 이사장, #한국민족극운동협회, #극단 자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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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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