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기사는 졸저 <한국 IT산업의 멸망>에서 다룬 주제를 중심으로 최근 제기되는 IT 관련 문제에 대해 해설을 시도하는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포털의 문제를 다룬 이전 기사 미안하다 '네이버', 난 '구글'편이다에 대해서 네이버 측이 반박을 해 왔으므로 먼저 그것에 답하는 글을 올립니다.

기사가 나간 후 네이버는 '네이버가 말씀드립니다'라는 공식 부제가 붙은 3개의 글을 발표했습니다. 홍보실장 명의의 오마이뉴스와 관련해 드리는 글과 검색 개발 담당자 명의의 외부 블로그 검색 수집 시스템 개선이라는 글을 네이버 공식 블로그에 올린 데 이어 네이버 대표 이사 명의의 NHN 대표이사가 드리는 글까지 올라왔습니다.

네이버는 또 내부 직원들에게 해명용 전체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기사를 다룬 언론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제 기사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이 사태를 다룬 한 언론에는 제목 수정을 요구했던 것으로도 확인됐습니다.

지난 기사는 사실 업계에 있는 분들에게는 상식에 불과할 정도로 진부한 내용입니다. 그 내용도 여태까지 IT 전문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날마다 쏟아지는 비판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마 잠깐만 검색을 하면 누구라도 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네이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요? 이것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포털의 탄생배경을 알아야 하는데, 포털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은 후속 기사에 자세히 쓰도록 하고 이번 글에서는 네이버의 해명글에 대해서만 묻겠습니다.

'검색어 조작하지 않았다'는 네이버, 그럼 이건?

제 글에 대해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사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네이버에서 발간한 2008년의 실시간 검색어 통계자료에 의하면 '광우병'은 405위, '촛불집회'는 1723위, '탄핵'은 3329위라고 나와 있습니다. 또한 검색어 10000등까지 어디에도 '이명박 탄핵'이란 단어는 찾을 수 없습니다.
▲ 네이버 트렌드에서 추출한 검색어 네이버에서 발간한 2008년의 실시간 검색어 통계자료에 의하면 '광우병'은 405위, '촛불집회'는 1723위, '탄핵'은 3329위라고 나와 있습니다. 또한 검색어 10000등까지 어디에도 '이명박 탄핵'이란 단어는 찾을 수 없습니다.
ⓒ nhn

관련사진보기



네이버는 해마다 검색어를 통한 트렌드 추이를 살펴보는 책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트렌드 연감이라고 나오지만 실시간 검색어를 시간대별로 나열하고 전체 등수를 매긴 것입니다. 네이버 트렌드 연감은 네이버에서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2008년 5월에 시작된 촛불 집회는 6월과 7월의 대규모 비폭력 시위와 시국 미사를 거쳐 사안이 생길 때마다 지역적으로 거듭 발생함으로써 거의 6개월 이상 전 국민의 관심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색어 '촛불집회'가 2008 네이버 트렌드 통계에서 1723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2008년도에 검색어 순위 10000등까지 봤을 때, '이명박 탄핵'이란 단어가 검색어 10000등 안에 들어있지 않았다.
 2008년도에 검색어 순위 10000등까지 봤을 때, '이명박 탄핵'이란 단어가 검색어 10000등 안에 들어있지 않았다.
ⓒ 네이버 화면캡쳐

관련사진보기


'촛불집회'는 네이버 트렌드에 수록된 1년간의 매 시간대별 인기 검색어 기록에서 1년 동안 단 두 차례, 시간으로 따지면 6시간 동안만 1위를 했을 뿐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당시 이명박 탄핵 서명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100만 명에 육박했고 다음 아고라 서버를 다운시키기까지 했음에도 검색어 순위 10000등까지 봤을 때, '이명박 탄핵'이란 단어가 검색어 10000등 안에 들어있지 않을 뿐더러 '탄핵'이란 단어조차 1년 내내 한 시간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한 바도 없다는 것은 네이버 트렌드 연감의 데이터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 관련 검색어 조작 의혹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처럼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검색어에서 제외하던 방식에서 서울시장 선거 때 한명숙 후보 검색어 제한처럼 "모든 후보에게 일괄적으로 후보명과 후보자 지위로 검색어 추천을 단일화"하는 기계적 공정을 가장한 불공정 행위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2008년 7월에 있었던 교육감 선거 당시 네이버에서 '서울시교육감'을 검색하면 야권 후보였던 '주경복'후보만 연관 검색어에서 빠졌습니다.
▲ 교육감 선거 검색 조작 2008년 7월에 있었던 교육감 선거 당시 네이버에서 '서울시교육감'을 검색하면 야권 후보였던 '주경복'후보만 연관 검색어에서 빠졌습니다.
ⓒ nhn

관련사진보기



전 세계 어떤 검색 엔진도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후보자의 검색어 추천에 손을 대지 않는 반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네이버만 여론을 무시한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네이버는 포털 다음이 밝히 바와 같이 "음란물처럼 배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경우에도 편집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네이버는 저의 지난 기사에서 거론한 'dvdprime의 블루레이' 리뷰가 검색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검색을 위한 자료 수집과 실제 검색에 반영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제가 거론한 사이트에 네이버 자료 수집기가 5월 10일 방문했고 공교롭게도 기사나 나간 후인 5월 23일에 검색결과에 반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제가 문제 삼은 사이트의 이전 글을 찾아주지 못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네이버는 기사가 퍼지자 제가 사용한 검색어에 대한 발 빠른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문제된 글보다 더 오래된 글은 여전히 검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전 기사에 거론했던 자료는 3월 30일자 자료였고 지금 보여드리는 자료는 같은 게시판의 2월 11일자 자료입니다. 문제가 되었던 자료보다 무려 한 달 전 자료인데, 여전히 검색되지 않습니다.
▲ Dvdprime 자료 이전 기사에 거론했던 자료는 3월 30일자 자료였고 지금 보여드리는 자료는 같은 게시판의 2월 11일자 자료입니다. 문제가 되었던 자료보다 무려 한 달 전 자료인데, 여전히 검색되지 않습니다.
ⓒ dvdprime

관련사진보기


구글과 빙 그리고 야후는 정확하게 이 글을 첫 번째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외국 검색 엔진의 검색 결과 구글과 빙 그리고 야후는 정확하게 이 글을 첫 번째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google,bing,yahoo

관련사진보기


네이버는 이 글을 전혀 찾아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네이버에 자료를 제공하는 블로그와 네이버 내부 데이터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 네이버 검색 결과 네이버는 이 글을 전혀 찾아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네이버에 자료를 제공하는 블로그와 네이버 내부 데이터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 nhn

관련사진보기


네이버는 또 "외부 검색 수집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글도 추가로 발표했습니다.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근원적인 대책은 못 된다는 판단입니다. 그들의 검색 개선 약속의 요지는 검색 엔진이 원본을 찾아 줄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데이터를 내부에 쌓는 작업을 강화해 검색의 우월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입니다. 네이버의 취약한 검색 엔진 성능 때문에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행위를 마치 검색 시스템 개선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1위 네이버, 지금이 최대의 위기이자 마지막 기회

구글과 애플,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미래의 새로운 컴퓨터 환경을 지배할 플랫폼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항상 인터넷에 연결된 단말기, 모든 데이터가 클라우드란 인터넷 저장소에 담겨 분실 걱정 없이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 환경이 됩니다. 이 싸움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플랫폼 전쟁에서는 사용자와 개발자들이 만나는 생태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편리한 환경으로 사용자를 모으고, 개발자들에게 수익의 대부분을 나누어 줄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하여 플랫폼 생태계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플랫폼만이 중요할 뿐 하드웨어와 같은 그 이외의 요소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이 가장 주목 받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아이폰 같은 하드웨어도 없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와 같은 운영체제도 없으며 구글의 크롬 같은 웹 브라우저마저도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소셜 네트워크 시대의 최강자로 부상한 것은 사용자들을 끌어 모으고 개발자들이 이들에게 직접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수 있는 가상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하드웨어, 운영체제 그리고 웹 브라우저에서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으로 들어가 사람들과 교류하고 페이스북 플랫폼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검색을 씀으로써 모든 수익을 페이스북이 독점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여전히 최고의 수익을 갱신하고 있음에도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모바일 시장에서 뒤처졌기 때문입니다. 핀란드도 휴대폰 1위 기업인 노키아의 불안한 미래 때문에 국가 전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는 한국의 포털 특히 네이버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최고의 매출과 이익을 달성한 지금이 그들의 최대의 위기이며 변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네이버는 지금이라도 검색 엔진에 투자를 하여 검색 성능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외부 전문 검색 엔진과 제휴하여 원본을 찾아 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외부 사이트와 상생하여 컨텐츠 제작자들에게도 수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인터넷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풍성해진 그들의 컨텐츠를 공정하게 검색하게 된다면 네이버의 경쟁력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포털이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는 공정한 검색이 출현함으로써만 개선될 수 있습니다. 네이버 스스로 개선 의지가 없다면 새로운 검색엔진이 또 등장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학교 연구실에, 아파트 베란다에 컴퓨터를 쌓아 놓고 공정한 검색엔진 만들기에 주력하는 젊은 친구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우리 스스로 이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한국 인터넷을 구원하기 위해서 결국 외국 검색엔진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은 현명한 소비를 통해서 세상을 바꾸는 일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정한 검색엔진을 찾아 적극적으로 소비해야 합니다. 편안함을 주는 포털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깨닫고 인터넷 사용 방식을 잠깐이라도 고민하시기를 바랍니다. 깨어 있는 사용자들만이 한국의 인터넷을 바꿀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김인성 기자는 시스템 엔지니어이자 IT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일반인을 위해 한국 IT의 문제점을 지적한 <한국 IT 산업의 멸망>을 출간했습니다.

지난 기사의 요청에 따라 네이버의 불공정 사례를 제보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보내주신 자료들은 추후에도 네이버의 검색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태그:#네이버, #검색조작, #불법복제, #구글, #엔지니어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7,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IT와 관련된 기술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서 전달하고, 엔지니어 입장에서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정보통신, 컴퓨터, 인터넷, 방송, 사회적 인물등이 관심분야입니다. http://minix.tistory.com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