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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가 14일 촬영해 공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위성사진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가 14일 촬영해 공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위성사진
ⓒ 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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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부터 어느덧 3개월 경과했다. 그 사이 우려했던 원자로 노심용해가 초기에 일어났다는 도쿄전력의 발표가 있었다. 또 쓰나미와 원전사고 쇼크,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방사능 피해의 범위와 사태 수습을 둘러싼 암울한 전망이 일본사회에 더욱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대규모 반핵 시위가 벌어졌고, 독일과 스위스는 현재 가동중인 원전을 순차적으로 모두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에 보다 주력하겠다고 '탈원전' 방침을 선언했다.

6월 6일 현재, 일본 경찰청 긴급 재해 경비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진과 쓰나미 등의 재해로 사망자가 1만5373명, 실종자가 8198명, 방사능 위험 지역 피난 주민을 포함해(장거리 피난을 제외하고) 인근지역 집단 피난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약 10만 명에 이른다.

방사능 오염 위험 때문에 계획적 피난구역(행정집행에 의해 강제적으로 집단 피난해야만 하는 구역)으로 설정된 후쿠시마 제원전에서 반경 20km와 일부 20km 권역 밖 30~40km 권내의 주민은 장시간 피난생활 탓에 피로에 지쳐있다.

하지만 피해는 20~30km 이내에 머무르지 않고 훨씬 더 광범위하게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0km 바깥의 여성 모유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사실도 몇 차례 있었다. 애초 10km, 20km, 30km라는 인위적인 숫자로 위험지역을 잘라내는 것 자체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3개월, 무엇이 달라졌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지금 일본 사회는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 방사능 대재앙이 정치, 경제, 사회와 일본 사람들의 심리에 미친 영향은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피해 지역과 비교적 인접한 지역 등 나이와 성별, 직업이 각기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난 3월 말부터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인터뷰는 각기 사고 후 시간 경과순으로 야마구치·도쿄·나가사키에 거주자 순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피해 심층 탐사보도 혹은 방사능 오염 및 피해실태를 파헤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핵발전소 사고 이후 사람들의 마음 속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며 탈원전의 목소리와 작은 노력들을 담아내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음을 밝힌다.

첫 순서로 야마구치시(山口)에 거주하는 서른 세 살의 미혼 여성 후쿠다 미치코(福田美智子)씨를 인터뷰했다. 그녀와의 인터뷰는 3~4차례 서면으로 이루어졌으며, 주된 내용은 4월 21~22일의 발언이지만 그뒤 최근 근황과 그녀의 추가 코멘트까지 포함하여 약간의 내용을 보충하였다.

유기농 채식 음식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후쿠다 미치코 씨.
 유기농 채식 음식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후쿠다 미치코 씨.
ⓒ 전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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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지역에서 934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가미노세키(上関)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사전조사 작업 등이 진행되어 온 현장이기도 하다.

후쿠다씨는 당시 야마구치시의 모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근무중이었으며 현재는 골동품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시절 전공이 환경사회학이었던 그녀는 새만금사업의 모델이 되었던 나가사키현 이사하야시의 갯벌 파괴와 간척사업에 반대하며, 국책사업과 주민 민주주의에 대하여 졸업논문을 쓰는가 하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며 이라크 시민에게 의료지원을 하는 운동에도 참여했다.

20대부터 공정무역, 유기농채소, 페미니즘, 일본의 침략전쟁과 가해의 역사를 반성하는 위에서 반전평화를 실천하는 운동 등에 관심을 갖고 활약해 온 그녀는 나가사키 평화자료관의 가장 젊은 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대안 미디어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중이다.

인터뷰는 쓰나미와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폭발 빛 방사능 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약간 지난 시점인 4월21~22일에 걸쳐 이루어졌기 때문에, 시일이 경과한 지금 시점에는 피해 지역 주민의 상황과 피난생활 환경에는 일부 고령자 집중 소규모 피난소를 제외하고는 개선과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피난 생활을 하고 있지 않는 가운데 속수무책으로 보이지 않는 방사능 오염에 노출되고 있을 사람들과 지역이 어디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것인지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매스컴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방사능 오염 실태의 심각성을 공유하기보다는 '기준치' 운운하고 슬쩍 넘어가는 것에 그치고, 대지진의 피해로부터 빨리 일어나 사회를 부흥해야 한다는 논리 혹은 한여름 전기 부족 사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의 방식으로만 되풀이되고 있다.

그녀는 사고 발생 초기에는 충격과 함께 다소 혼란스러운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점차 원전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전문 학자의 강연을 외국어로 번역하여 국제사회에 보급하거나 주류 언론이 보도하는 내용 이외의 원전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탈원전 시위에 참여하거나 다른 활동가와 주민을 지원하는 활동을 펼치는 등 탈원전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가미노세키 신규 원전 건설이 추진 중인 현장을 다녀왔으며, 이번 주말에는 '6.11 국제 공동 100만인 행동-탈원전 사운드 데모'에 참석하기 위해 후쿠오카에 갈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3월 11일 대지진과 쓰나미 발생 및 12일부터 잇따른 원전 사고 당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야마구치시의 초등학교(연안부에 위치)에서 일하는 중이었다. 지진이 일어난 것은 근무를 마친 뒤에 알았다. 이 지역에서도 50센티미터의 해일이 발생했지만 알지 못했다. 그뒤 두 주간 정도는 매일 밤늦게까지 인터넷 미디어를 보거나 기자회견을 시청했다."

"일본 언론은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

- 지진과 원전 사고를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구나, 무섭다, 사고 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이것은 인간으로서 아름다운 감정이 아니라서 나 자신이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독일 등 외신을 통한 방사능 예보에서 야마구치까지도 방사성 물질이 날아올 것이라고 했을 때는 대단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위험 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약간 안도했다가, 우리 동네까지도 오염 물질이 날아온다고 하면 불안해지고.... 사람은 역시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일처럼 아파할 수는 없는 것일까….

처음에는 모든 게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탈원자력 발전 운동을 좀더 열심히 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또 지금의 심각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죄책감과 정부와 도쿄전력, 원자력안전보안원의 발표에 대한 불신과 분노의 감정도 컸다. 지금은 피재 지역 주민을 돕기 위한 지원이나 탈원전을 위한 직접적 행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  무엇이 제일 걱정입니까?
"방사능으로 토지나 물이 오염되어 장기적으로 나와 주변의 사람들이 암에 걸려 죽게 되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

- 현재 일본의 분위기와 시민들의 반응, 여론은 어떻습니까?
"언론이 지나치게 감상주의적인 보도를 하고 있고 알맹이 없는 감정적 언어가 넘쳐 흐르고 있다고 느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지금 일본은 위기에 부딪혀 있지만 우리 일본인은 참을성이 강하고 예의바르며 냉정하고 근면하기 때문에 다함께 반드시 다시 부흥시킬 수 있다.' '힘내자 일본.' '일본은 강하다.'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일본의 힘을 믿는다.'

거기에 일장기 이미지나 천황 부부가 재해지를 방문했다는 뉴스가 덧씌워진다. 그럴 때면 정말 화가 치민다. 정부와 언론을 향해 중요한 사실 정보를 요구하기보다 정부나 매스컴의 발표를 믿고 싶어하는 것은 냉정한 태도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고, 원전에 대해서 공부하고 지금까지 원전을 추진해 온 국가와 전력회사, 학자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 당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존의 재해가 발생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부금을 모으는 단체의 활동과 그러한 장소가 많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야마구치현은 가미노세키(上関) 원전 건설 문제가 있는 지역이므로, 소수의 시민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사재기에 대해서는 도쿄의 중심부에 살고 있는 언니에게 물어보니, 3월 11일 지진발생 직후에는 슈퍼마켓에 물건이 동났지만, 이삼일 지나고 나니 침착한 분위기가 되었다고 한다.

방송에서 보도한 정도의 심각한 사재기는 실제로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지금도 생수, 차, 요구르트는 구입 수량에 재한이 있는 듯하다. 우유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한다. 하지만 3월 16일 에다노 관방장관이 연료 사재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한 일이 있고, 건전지 등도 사재기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다.

원전과 관련해서 인터넷에 불확실한 정보와 유언비어가 넘쳐나고 있는데, 무엇이 루머이고 무엇이 정확한 정보인지 구별하는 것이 힘들다. 정부나 도쿄전력도 정보를 제대로 내놓지 않거나 소극적인 말투를 사용해, 피해가 확대되거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닐까."

원자폭탄 투하의 체험을 가진 히로시마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외치며 시위 및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
 원자폭탄 투하의 체험을 가진 히로시마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외치며 시위 및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
ⓒ 후쿠다 미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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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에 많은 외국인이 도쿄를 탈출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일단 언론에서는 그러한 뉴스는 보도하지 않는다. 원래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지역 이외의 방사선량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하고 있지 않다. 트위터에서는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서쪽으로 피난 가는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와 그 엄마들이 상당히 많이 도쿄를 떠나 피난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

도쿄에 사는 초등학생 조카에게 물어보니 학교를 쉬고 가족과 함께 서일본으로 이동하고 있는 아동들도 있는 모양이다. 시민 사이에는 아이들이나 임산부는 가능한 한 후쿠시마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야마구치현 가미노세키에서는 '아기들의 이사 프로젝트'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엄마 그룹도 있는 모양이다. 계약된 일을 파기당하면서까지 원전 반대를 외치는 연예인도 생겨나고 있다."

- 정부나 전력회사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당신은 정부와 전력회사의 대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은폐, 이익 지상주의, 무사 안일주의를 꼽을 수 있다. 바닷물에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하면서도, 수돗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어도, '즉시 인체에 영향은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사고 수습을 위해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식사나 휴식도 불충분하고, 피폭의 공포 속에서 일하고 있다.

행정과 기업에 대해서는 '현장에 대한 상상력의 결여'라는 말도 들려온다. 믿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도쿄전력은 작업원에게 절대로 필요한 선량계(방사선의 양을 측정하는 기계)를 갖게 하지도 않았다. '너희들, 정말로 시민이나 노동자의 생명, 건강, 평온한 생활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아냐?'라고 따지고 싶어진다. 전에 후쿠시마현 지사였던 사토 에이사쿠씨는 반원전론자는 아니지만, 국가와 도쿄전력에 맞서 싸웠다. 중앙정부와 대기업이 함께 지방을 속이고 짓밟는 방식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해왔는데, 이번에 그가 쓴 책을 구해서 읽어볼 생각이다."

"정부와 전력회사 책임 크지만... 원자력발전 믿은 시민도 나태했다"

- 매스컴의 보도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십시오.
"매스컴의 보도는 이재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예를 들면 지진 재해 후 당분간 쓰나미나 화재의 충격적인 영상만을 반복적으로 내보낼 뿐, 사람들이 이 재난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보, 어디서 음식이나 석유를 구할 수 있는지 등의 정보는 적었다.

특히 원전에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거나 전력회사에게 불리한 사실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은 방송에서 거의 인터뷰하지 않는다. 전력회사나 원자력안전보안원의 기자회견이 인터넷에서 생중계되고 있어도, 방송에서는 곧바로 컷트해 버린다. 담당자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거나 답을 못하는 장면 등은 시청자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편집해 버린다.

나는 우에스키 다카시, 아와 프라넷 TV, 이와카미 야스미, 진보 테츠오, 하타케야마 미치요시, 에가와 쇼코, 다나카 료사쿠, 키노 류이치, 히스미 카즈오, 히로세 다카시 등의 저널리스트, 미디어 전문가 등의 발언을 참고하고 있다. 이들 저널리스트는 대체로 자유보도협회에 소속되어 있다. 일본의 보도 실태에 비판적이며 특히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에게 배타적이며 권력에 영합하는 '기자클럽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잡지로는 <주간금요일>이나 <데이즈 저팬>이 신뢰할 만하다. 웹매거진 <웹다이스>와 환경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관한 정보지 <얼터너>도 좋다. 그밖에 원자력자료정보실, 도시바의 격납용기 설계사 출신인 고토 마사시, 전 원전기술자였던 기쿠치 요이치, 교토대학의 코디에 히로아키 교수 등의 발언과 글도 참고하고 있다."

- 현재 피난자들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습니까? 피난처에서의 생활 환경은 대략 어떻습니까?
"생활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가 충분하지 않고, 가족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도 많다. 아직도 행방불명인 가족을 찾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 일이고, 마음대로 슬퍼할 수도 없는 그런 상황에 놓여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추위에 의한 저체온증도 문제가 되었지만 앞으로는 날씨가 더워질 테니 위생상태도 나빠질까 걱정이다. 쓰나미가 덮친 지역은 지금도 악취가 심하다고 한다. 수도나 하수, 화장실 등도 복구가 되지 않은 곳도 많다. 집을 잃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설주택을 세우는 장소는 정하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대학시절의 친구가 공공기관의 지원이 닿지 못하는 곳, 작은 규모의 피난처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를 만들어 참여하고 있는데, 그들의 생활문화도 지켜줄 수 있는 지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살고 있는 야마구치나 젊은 시절을 오래 보낸 나가사키, 후쿠오카의 친구들도 협력하고 있다. 나도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일본 이라크 의료지원 네트워크는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이번 피재지에서도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원전 주변지역에서 피난해온 사람들에게는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도쿄전력의 사과도 없고, 언제 원전 사고가 끝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단히 불안해 하고 있다. 원전 주변의 낙농가나 농가에 대해서도 보도가 별로 나오고 있지 않은데, 가슴이 먹먹하다. 농가가 애써 재배한 야채는 팔 수도 먹을 수도 없고, 낙농가에서는 매일 소의 젖을 짜서 그대로 버리고 있다. 혹시 보상금을 받는다고 해도, 낙농가와 농가로서의 자부심과 지금까지의 삶은 상처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수십년 이상 예전의 장소에서 살 수도 없고, 농사를 지을 수도 없게 되면 그들은 대체 어떻게 될까?"

- 지금과 같은 일본의 원전 사고와 방사능 재앙의 사태에 대하여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선은 원자력발전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소수 기업에 의한 독점적인 전력 공급 시스템을 만들어온 국가(경제산업성), 이익을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만들고 늘려온 전력회사에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비록 지금까지 원전에 관련된 사실 정보가 교묘하게 조작되고 은폐되었다고는 해도, 원전 문제를 남의 일로 여겨온 우리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수에 머무르긴 했어도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끝임없이 지적하는 시민이나 과학자가 있었는데 그들을 특수한 존재로만 취급하고 이들의 주장에 귀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원전은 안전하다고 하는 말을 믿는 편이 정신적으로 편하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하는 것을 멈추고 편한 쪽을 선택해 버린 것이다. 덧붙이자면, 원전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세워진다면 사람들은 아마도 열심히 공부하고 조사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자기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기분이 우리를 나태하게 해온 것 같다.

우리는 정말로 원자폭탄 피해로부터 무엇을 배운 것일까 자문하고 있다. '핵무기는 안 되지만, 핵의 평화적 이용인 원자력발전은 어쩔 수 없다(혹은 필요하다)' '정부나 큰 기업이 추진하고 있으니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사회적 공기를 모두가 함께 만들어온 것은 아닐까.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것은 정책과 경제 차원에서 여러가지 있겠지만, 나 자신은 원자력 발전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 말도 못하는 태도는 그만두고 싶다."

지난 4월 히로시마에서 열린 탈원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 쥬고쿠 전력 건물 앞.
 지난 4월 히로시마에서 열린 탈원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 쥬고쿠 전력 건물 앞.
ⓒ 후쿠다 미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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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불편하고 불리한 일일지라도 사실을 말하는 것, 사실을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 당신은 핵발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전세계에서 전부 폐기해야 한다. 후쿠시마에서 사고가 일어나기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첫째, 원자력 발전은 연료가 되는 우라늄 채굴 때부터 이미 호주, 캐나다, 미국의 원주민 지역 토지를 오염시키고 주민들을 방사능 피폭자로 희생시켜 왔다.

둘째, 발전소를 건설하는 지역의 자연과 역사, 문화,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전력회사와 행정기관에 의하여 파괴되어 버린다. 지역주민의 삶의 기반이 되는 자연환경이나 인간 관계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이며, 막심한 고통을 준다. 이것을 보충할 수 있을 정도의 이익이 혹시 있다고 해도 그 이익은 지역민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런 실태에 대해서는 원자력발전소가 실제로 지어진 니가타현 카시와자키시의 시의원이 고발하기도 했다.

셋째, 관련 노동자의 방사능 노출을 피할 수가 없다. 더욱이 방사능에 피폭되는 노동자는 전력회사의 하청기업 노동자들이거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다. 그 다음으로, 경제적인 힘 관계와 양극화를 고정화시키며, 정보 은폐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게 원자력 발전의 실체다.

넷째, 핵폐기물 처리 방법이 국가적으로 전혀 정해져 있지 않다. 앞으로 해결 방법이 발견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앞으로도 자연재해는 닥쳐올 것이고, 정치나 경제도 변화할 것이다. 그것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사람이 반영구적으로 핵폐기물을 관리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원자력 발전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미래 세대에 대해서 그 생명과 건강, 자유, 재산, 생활문화 등을 빼앗는다.

결론적으로, 원전은 매우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이며 비논리적인 존재다. 내가 지금까지 나열한 반대 근거 중 단 하나만으로도 원전을 선택해서는 안 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지금도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유하자면 '섹스 때 피임을 안 하려고 하는 남자'와 비슷하다. 사실은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콘돔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지금까지 괜찮았으니까 이번에도 괜찮아' '조심하고 있으니까 괜찮아'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수잔 손택은 9.11 이후 "함께 슬퍼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손에 손을 잡고 전원이 함께 바보가 될 필요는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 일본의 상황에서도 그녀의 말이 맞아 떨어진다."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은 분위기... 하지만 일본도 변할 것"

- 사고 전과 후, 무엇이 달라질 거라 생각하십니까?
"임팩트가 매우 크다. 이 사고를 빼놓고서는 향후 일본 사회에 대해서 생각할 수도 말할 수도 없다. 원자력발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일본 경제의 구조 그 자체, 행정의 의사결정방식, 미디어 본연의 자세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도 무엇이 바뀌었고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보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바뀌고 있지 않은 현실을 절감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로 이 사회가 변화할지 어떨지는 앞으로 우리 시민의 행동에 달려있다. 나는 이번 사고로 절대로 탈원전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론은 반드시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4월 17일 발표된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아직도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51%였다. 우리 아버지도 아직까지 원전에 찬성하고 있다. 자신이 암에 걸려 죽을 수도 있는데, 물과 토양이 오염되어 마실 물과 음식도 사라질 지 모르는데,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과잉 전기를 갖고 싶어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원전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와 대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더 많은 정보가 제대로 전해져야 한다. 변화가 나쁜 게 아니라는 인식을 사람들이 가질 수 있다면 변화는 가능하다. 다만 아직도 이시하라 신타로 같은 사람이 도쿄 도지사로 당선돼 버리는 일본이지만."

- 한국에서도 일본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반원전 운동이 그렇게 대중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는 못합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우선은 사과하고 싶다. 한국의 여러분에게는 정말 미안하다. 식민지 지배의 역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고, 피해자를 무시하고,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원자력발전 문제를 방치해서 일어난 이번 사고로도 한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 사람들에게도 폐를 끼치고 있다. 원자폭탄 피폭국인 일본이지만, 원전 사고로 핵에서도 가해자가 되려 하고 있다. 아니 이미 가해자가 되어 있다.

그러나 입으로 사과하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도쿄전력 사장처럼. 나는 전부터 원전에는 반대해왔지만 직접적인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이제부터는 행동으로서 자신의 미안한 기분을 실천해 가고 싶다. 일본인은 지금부터 누구라도 원자력발전 문제와 떨어져서 살 수 없다. 원자력발전 문제에 대하여 책임있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를 바꾸기 위한 행동에 대해서는, 한국의 시민에게 배우고 싶다. 한국인 친구에게 들었던 촛불시위 이야기는 나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주었다. 일본의 시민운동은 특정한 노동조합이나 정당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시민운동을 하고 있더라도 '어차피 나는 마이너리티', '그렇게 간단하게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생각에 빠질 때가 많다.

우리 자신의 사회는 스스로가 만들어간다는 의식을 가지고, 권력자가 말하는 대로 되어 가도록 두지 않겠다, 동시에 자신이 가진 권력에 대해서도 자각한다, 자신에게는 직접적인 손해가 미치지 않는 듯이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인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행동해 가고 싶다."


태그:#후쿠시마 원전 사고, #핵, #방사능,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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