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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이 어느 때보다 불안한 가운데 지식경제부가 지난 3월 2일 '에너지 위기 주의경보 발령'을 내린 뒤 골프장업계에서 대량 실직사태가 발생하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초과하자 에너지 위기 주의 발령 후 "기업의 생산 활동과 국민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불요불급한 에너지사용을 제한해 고유가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된 후 골프장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문제는 에너지사용을 절감하자는 취지의 조치가 대량해고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골프장 야간조명이 금지된 후 인천의 한 골프장에서만 벌써 1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때문에 업계에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야간조명 금지조치'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절전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이다. 교육 12주를 마쳤다고 한 골프장 캐디 원아무개씨는 신문고를 통해 대통령에게 처지를 하소연했다.

"야간영업을 하면 저녁에 평균 한 달에 20번은 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걸로 저는 올해 빚을 갚을 생각이었는데 1달이 지나도 야간이 시작되지 않고 2달이 되어도 마냥 기다리라고 하시니. 잘못하면 이자도 못 내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게 아닌지 두렵습니다.

문제는 저뿐만이 아닙니다. 이곳에는 350여명의 캐디들이 저마다의 사정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돈을 벌어 학비를 마련해 진학하려는 친구도 있고, 집안 모두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친구도 있습니다. 친한 동료의 아버지는 췌장암으로 입원하셔서 치료비를 벌어야 하구요.

금, 토, 일만 근무하며 일하던 야간반 친구들은 더 심각합니다. 1주일에 6번을 근무해야 생활이 유지되는데, 지금 현재는 3번밖에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다른 골프장들도 (야간조명 금지조치로) 영업을 못하니 캐디가 남아돌아 다른 곳으로 가려해도 쉽게 일자리를 얻기 힘듭니다."

 야간조명 소등 조치가 있기 전 인천의 한 골프장 직원들이 골프장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 골프장 야간조명 소등 조치가 있기 전 인천의 한 골프장 직원들이 골프장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 부평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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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2억 5000만원 절감효과에 임금소득 77억 원 날아가

야간조명 소등 조치가 3개월째 접어들면서 눈에 띄게 나타나는 변화는 단연 실직이다. 인천의 골프장 '스카이72'만해도 전체 고용인원 1000여명 가운데 당일 일용직을 제외한 야간 관련 직접 고용 인원이 약 25%~30%인 250명이다. 연인원으로 환산했을 때 6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벌써 상용직노동자 100명이 퇴사한 상태다.

앞서 스카이72 사측은 지난 3월 30일 개최된 노사협의회를 통해 '정부의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로 4월까지 약 20억원 이상의 매출액 감소가 예상되고 연간 143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사태가 2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우선 사측에서는 야간영업을 위해 추가로 운영 중인 90여명의 정직원과 협력사 인원의 유지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일용직과 캐디의 고용창출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미 야간에 그린 보수와 이슬털이 등의 일을 하던 일용직 대부분은 이미 일자리를 잃었고, 오르는 물가와는 다르게 올해 직원들의 임금은 우선동결 조치가 됐으며, 협력사에는 인원 구조조정을 요청한 상태다. 캐디들의 수입도 줄었고 정직원들에게도 명예퇴직, 무급휴가 등의 지침이 내려온 상태다."

스카이72 경원지원팀장은 이렇게 설명한 뒤 "회사 상황이 매우 어렵다. 고용안정이 중요하기에 가급적 회사도 (노동자와) 같이 가고 싶지만 더는 버틸 수 없다. 현재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야간조명 금지조치 해제를 당국에 요청하고 있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스카이72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정부의 야간조명 소등조치로 연간 전기료는 2억 5000만 원 절감된다. 이에 비해 매출액은 143억 원, 임금소득(=고용소득)은 77억 원, 세수 32억 원이 감소한다. 이대로 가면 연간 매출액에서 약 253억 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문제는 이 사안이 인천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단법인 대중골프장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야간조명 소등을 통해 전기료는 33억 원을 절감할 수 있지만, 기업 매출이익은 1379억 원, 세수는 328억 원이 감소한다.

더 큰 문제는 고용에 있어 무려 54만 명(1일 고용인원 2272명)이 일자리를 잃게 돼 고용소득은 558억 원이 감소하게 된다는 점이다. 고용소득 감소는 바로 경기침체로 직결되는 문제다. 하지만 캐디노동자가 신문고를 울렸던 것처럼, 여기서 그만둔다고 해도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에너지절감 노력불구, 사용량 되레 늘어 '효과 미미'

정부가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한 뒤 전기사용 에너지는 되레 늘었다.

2011년 4월 '전력통계속보 390호'를 보면, 시행 후 올해 3월과 4월 인천의 전력사용량은 각각 192만 5500메가와트와 185만 9000메가와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9만 7800메가와트와 182만 5700메가와트에 비해 12만 7700, 3만 3300메가와트씩 늘었다.

같은 기간에 전국적인 사용량을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4월 3556만 8000메가와트와 3597만 9900메가와트에서 올해 3월, 4월에는 각각 3844만 7900메가와트와 3772만 7300메가와트로 늘었다. 사실상 정부의 에너지 절감대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채 되레 고용불안만을 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절감 대책과 관련해 한국전력의 자료를 보면, 심야시간대와 새벽시간대의 전력은 어느 정도 남는 상태라 한전역시 야간 전기료를 낮게 책정하며 이를 권장하고 있다. 이미 발전된 전력은 비축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스카이72 경영지원팀장은 "결국 골프장이 야간과 새벽에 남는 에너지를 가지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절감액에 비해 엄청난 생산유발효과를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이 정책(=야간조명 소등)이 정말 최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거래소에서 만든 전력통계정보시스템 '2010년 전력 운영실적에 발전 원료별 발전 실적'을 보면, 원자력(31.5%)과 유연탄(42%), 가스(21.3%)가 압도적으로 높다. 유류는 2.3%에 불과하며 수력(1.3%)과 기타(1.7%)가 그 뒤를 이었다.

인천시 유류에너지 사용 통계현황을 보면, 44%가량이 운송 분야에 쓰이고, 42%가량이 산업 활동에 쓰인다. 운송 분야 44% 중에서도 40%는 승용차 운행에 쓰이고 있다. 인천의 경우 항만과 공항을 끼고 있어 유류사용량 중 운송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탄소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은 시대흐름이다. 탄소에너지는 산업 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한 뒤 "인천만 보더라도 전체 유류의 18%를 승용차가 사용하고 있다. 유류사용을 줄이려면 승용차 사용을 제한하는 동시에 대중교통체계를 개선하고 자전거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골프장, #야간조명, #절전, #해고, #지식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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