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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몸을 실은 지하철에서 느껴지는 이 냄새의 정체는? 아…, 그건 바로 진정한(?) 남자의 냄새였다. 전문 남성화장품인 '목욕탕 스킨' 냄새로 추정된다.

주위를 둘러보니 수상한 저 분에게서 옆집 아저씨의 '스멜'이 느껴지는데, 목욕탕 스킨으로 전신 샤워를 했는지 강력한 향이 지하철 한 칸을 다 채우고도 남는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출근길, 숨을 제대로 못 쉬니 현기증 직전이다. 5분을 더 버티니 이젠 완전 입덧수준으로 눈물까지 난다.

머릿기름에 은단까지 듬뿍 섭취하신 어르신에 이은 또 하나의 냄새폭탄이라면 바로 남자들의 목욕탕 스킨향기다. 목욕탕 스킨냄새에 담배냄새까지 조합하면 아빠가 생각난다는 여성도 있지만, 길 가다 잠시 스칠 때 나는 목욕탕 스킨냄새는 아마도 여성들이 혐오하는 냄새임이 분명하다. 하기야 남자인 나도 싫을 때가 있었으니까….

목욕탕 스킨의 혐오감은 누가 바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우성은 즐겨 사용했지만, 그걸 바르고도 여자는 넘어갔다.
 목욕탕 스킨의 혐오감은 누가 바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우성은 즐겨 사용했지만, 그걸 바르고도 여자는 넘어갔다.
ⓒ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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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매력남 정우성도 애용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우성은 영화에서 목욕탕 스킨을 즐겨 사용했지만, 그걸 바르고도 여자는 넘어간다. 그러니, 너무 싸구려 화장품이라고 치부하지는 말라.

냄새 하나만으로 당신 마음대로 너무 정죄하지도 말라. "그러는 당신이나 많이 쓰라"며 내몰지도 말라.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화장품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다, 난 목욕탕 스킨 애호가다. 대놓고 찬양 고무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싸구려로 치부하기에는 매력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80년대 유행하던 대표적인 제품인 태평양의 '쾌O'이나 'O스타'를 기억하는가? 대기업브랜드임에도 집에서 이발소에서 목욕탕에서 언제 어디서든 서민들의 '국민화장품'으로 사랑받은 이 필수품은 귀족적 오만함이란 전혀 찾을 수 없다. 남자의 화장대에 고가의 스킨로션이 있어야만 있어 보인다는 환상은 접으라.

욕실에 비치된 목욕탕 스킨(오른쪽). 선물로 받은 왼쪽의 고가 제품보다 내가 더 즐겨 사용한다.
 욕실에 비치된 목욕탕 스킨(오른쪽). 선물로 받은 왼쪽의 고가 제품보다 내가 더 즐겨 사용한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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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뺀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이만한 목욕 전용 기능성화장품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돈을 적게 쓴다고 해서 피부에 해로울 것은 없다. 반대로 돈을 많이 쓴다고 피부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가격이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또, 요즘 나오는 '저자극성'이라는 라벨은 남자의 피부를 위해 별다른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일단 목욕탕 스킨의 가장 큰 장점은 알코올 성분이 강해, 바르면 급속한 증발작용으로 피부가 시원해지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냄새가 강력해 순한 맛은 좀 떨어지지만 반면에 깔끔한 느낌은 그 어느 고가제품도 따라올 수 없다.

그렇다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면도 직후 얼굴에 바르는 순간 그 따가움이란… 한 두번 '불 난 데 기름 붓는' 고통은 감수해야 하리라. 땀과 함께 수분까지 말라버린 건조한 피부에 면도까지 하고 스킨을 바르니 순간 얼굴에서 '확~' 타오른다. 아주 얼굴이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다. 보드카 원액 더블 잔으로 원샷 수준이라고나 할까? 면도 후에 멋모르고 발랐다가 방바닥에서 뒹구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니 꼭 명심하라.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난 목욕탕 스킨이 최고다. 피지분비 조절에 이만한 제품이 또 있겠는가? 목욕 후 뺨이 당기거나 각질이 허옇게 일어날 때 '딱'이다. 워낙 강력하니, 피부트러블이 일어날 틈도 전혀 없다. 20년 이상 써 온 내가 장담한다.

강력한 향이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까짓것 가슴이 콩닥거릴만한 미녀가 번호를 묻을 일도 없고 정우성처럼 훈남 될 일도 없는데 맘껏 바르리라. 그래서 오늘도 쇼핑몰을 클릭한다. 광고와 유통과정에 들어가는 모든 거품을 뺀 합리적인 가격 1400원에 배송료까지 합해도 4천원이 안 된다.

아, 참 어제 목욕탕에서 만난 당신, 목욕탕 스킨을 온 몸에다 바르고 헤어드라이어로 말리는데…. 정말 너무합니다! 제발 용도에 맞게 사용하시면 안 될까요? 그건 목욕탕스킨에 대한 모독이라고요!

이 가격에 이만한 목욕 전용 기능성화장품이 또 어디 있을까. 종류도 무궁무진하며 배송료까지 합해도 4천원이 안 된다.
 이 가격에 이만한 목욕 전용 기능성화장품이 또 어디 있을까. 종류도 무궁무진하며 배송료까지 합해도 4천원이 안 된다.
ⓒ 옥션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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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목욕탕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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