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9년만에 금정산을 찾았다는 목사님과 함께...
▲ 금정산... 29년만에 금정산을 찾았다는 목사님과 함께...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둘 보태기 둘, 이번엔 네 사람이 동행해 금정산(5월 28일)으로 가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김 목사님 부부는 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작년이었는지 재작년이었는지 조차 깜깜하다. 모처럼 남편의 금정산행 제의에 반가워하셨다. 부산에 살면서도 금정산에 가 본 것이 29년만이란다. 토요일 아침, 등산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부산으로 접어들어 범어 역에서 기다리고 있는 목사님부부를 우리 차에 모시고 범어사 쪽으로 올라갔다.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등산객들로 입구부터 북적댔다. 금정산에는 언제나 많은 등산객들이 즐겨 찾지만 오늘은 유난하다.

차를 주차하고 범어사 경내로 막 들어서려는데 계단 앞에서 행사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다. 제1회 금정산 막걸리축제였다. '금정산성 18,845명소 탐방미션'으로 행사 주최 측에서 제안하는 18곳 중에서 7곳을 선택해 미션 깃발 앞에서 사진을 찍고 본부인 산성마을인 금성동사무소에 가면 선물을 준다고 한다.

막걸리축제...
▲ 금정산성... 막걸리축제...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이번 등산 코스는 범어사에서 북문, 그리고 고당봉을 거쳐 장군봉까지 가기로 했지만, 남편은 갑자기 계획을 수정했다. 금정산은 여러 번 왔으니 행사에 한 번 참여해보자고 했고 모두 동의했다. 동문, 금정산성 성곽 잇기 현장, 제2망루, 남문, 서문, 금정진관아터, 정수암, 미륵사, 고당봉, 금샘, 북문, 원효봉, 의상봉, 제4망루, 제3망루, 국청사, 장대, 범어사 총 18곳 중에서 우리는 범어사, 북문, 원효봉, 의상봉, 4망루, 장대(장군지휘소), 국청사, 금성동으로 정했다.

금정산은 등산객들로 울긋불긋 북적거렸다. 범어사를 지나 너덜바위 길인 계곡을 따라 걸어 올라가 북문에 이르렀다. 금정산성의 4문 가운데 가장 투박하고 거칠다는 북문엔 아직도 산성 벽 보수공사가 한창이고 막걸리 축제장에서는 종이컵에다가 막걸리를 따라주고 있었다. 뒤쪽에는 막걸리 말 통이 수십 개가 놓여있고 등산객들은 행사장 앞으로 계속 몰려들었다.

금정산성 미션탐방...
▲ 금정산... 금정산성 미션탐방...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날은 흐렸다 맑았다...
▲ 금정산성길... 날은 흐렸다 맑았다...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우린 북문 산성 벽 앞에 있는 깃발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산성 길 따라 걸었다. 금정산 고당봉은 점점 멀어지면서 언덕배기 위에서 돌아보면 훤히 조망되었다. 원효봉에 올라 시가지 쪽을 바라보면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에 땀을 식혔다. 저만치 마주보이는 의상봉, 이어지는 산성길이 환했다.

뜻밖의 장소에서 예상치 못했던 만남

사람들이 내 옆을 스쳐지나간다. 마주 오는 사람들도 있고 앞에서 뒤에서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 무심한 얼굴들을 하고 간다. 나는 앞서 가는 김 목사님과 남편 뒤에서 목사님 사모님과 대화를 나누며 걸었다. 금정산엔 등산로도 사방으로 열려있어 동서남북에서 다 올라온다. 문으로 치자면 동문, 서문, 남문, 북문으로 크게 길을 나눌 수 있지만  길은 갈래갈래 사방으로 뻗어 있다. 큰 길, 작은 길, 샛길, 금정산 지도를 보면 마치 그물을 펼쳐놓은 것처럼 사방으로 길은 길에서 이어지고 엮어진다.

어디에서부터 어디로 가는지 다 알 수 없지만 대체로 예서제서 올라온 사람들이 산길 중간에서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같은 시간대에 같은 장소에 와도 전혀 다른 길에서 올라와 또 전혀 다른 길로 가기도 한다. 그동안 금정산을 수도 없이 많이 다녔지만 산길에서 아는 사람 한 번 만난 적이 없었다. 지리산에 가끔 가도 예전에 보았던 얼굴 또 다시 본 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 금정산성길... ...!!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날은 흐렸다 맑았다 하기를 반복했다. 등산은 거의 남편과 단둘이 해오던 버릇 때문에 동행이 있으니 산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이야기하는데 더 많이 마음 쓰인다. 산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 가늠해보기는커녕 그저 앞서가는 두 남자 뒤를 따르는 것 뿐이었다. 원효봉을 지나고 의상봉으로 향해 걷는 길. 의상봉에 올라가자 바람이 불어 겨우 바위를 붙잡고 잠시 앉았다가 다시 내려간다. 4망루가 옆에 있다. 이젠 완경사진 내리막길이다.

좁은 경사로를 걸어 내려가는데 마주 오는 중년남자가 왠지 낯이 익었다. 마주 올라오는 사람과 내려가는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만남에 놀랐지만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그제서야 나를 올려다보았다. 오르막길에서 숨을 몰아쉬는 그의 얼굴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무

슨 말을 했을까. 그는 올라가고 나는 내려가는 좁은 경사로에서 얼떨결에 인사를 나누었다. 의상봉에서 내려가는 경사진 산성 길옆에는 작은 오솔길이 있다. 아내와 함께 온 일행들은 그 숲길로 먼저 갔다고 했다.

장대로 내려가는 길...
▲ 금정산... 장대로 내려가는 길...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동문을 지나고 에둘러 간다...
▲ 금정산성길... ...동문을 지나고 에둘러 간다...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우리는 범어사에서 올라왔고 그의 일행은 남문에서부터 고당봉에 올라 범어사 쪽으로 하산하신단다.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주 반가웠다. 헤어지고나서야 사진 한 장이라도 같이 찍을 걸, 후회했다. 산에 오면 수많은 등산객들을 스쳐가지만 단 한번도 아는 얼굴을 만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지인을 만나다니.

스치듯 짧은 일별을 하고 우리는 4망루 앞에서 장대(장구지휘소)쪽으로 간다. 의상봉과 4망루 사이 앞으로 길게 나 있는 오솔길이다. 오솔길 쭉 이어지다 장대에 도착했다. 장대는 전투 시에 장군의 지휘소를 말한다. 지난 2009년 5월 25일에 복원되었지만 이번에 처음 와보았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형태로 벽체가 없이 원기둥이 늘어서 있어 사방이 툭 트여 보인다. 바람이 드나들었다.

하산길에서...
▲ 금정산... 하산길에서...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숲에서 점심도시락을 맛나게 먹고 산성마을 금성동에 도착해 선물(타올)을 받고 다시 동문 쪽으로 접어들었다. 동문에서 4망루 방향으로 걷다가 상마마을로 하산해 범어사 주차장에 이르렀다.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금정산을 빙빙 둘러서 하산한 것이다. 아침에 시작해서 저녁 땅거미 질 때까지 우린 금정산에 있었다. 온종일 금정산을 걷고 또 걷고 쉬엄쉬엄 걸었던 하루. 부산 살면서도 29년 만이라는 김 목사님 부부와 동행하면서 뜻밖의 만남에 기쁜 하루였다.

산행수첩
1. 일시: 2011년 5월 28일(토) 약간 흐림
2. 산행기점: 범어사
3. 산행시간: 7시간 55분
4. 진행: 범어사 입구 주차장(09:45)-범어사(9:50)-북문(10:05)-원효봉(11:40)-의상봉(12:05)-제4망루(12:15)-장대(장군지휘소/12:40)-점심식사 후 출발(2:00)-국청사(2:30)-동문(3:10)-4망루 앞 안부(4:20)-용락암(5:05)-상마마을(5:25)-주차장(5:40)
5. 특징:①제1회 금정산성 막걸리축제-주최: 부산금정 구청
②금정산성 등반 추천코스: 범어사-북문-고당봉-북문-원효봉-의상봉-4망루-3망루-동문(3시간 30분소요)


태그:#금정산, #금정산성 탐방미션, #만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