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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 비밀접촉이 북한에 의해 전면 폭로되면서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북한은 6월 1일, 지난달 베이징 등에서 이뤄진 남북 비밀접촉에서 남측이 '정상회담을 세 차례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히고, "정상회담 개최를 빨리 추진시키자며 돈봉투까지 내놨다"고 이례적으로 폭로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천안함-연평도 문제와 관련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내놓자고 하면서 우리 측에 제발 양보해 달라고 애걸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또 "(남한 관계자들이) 남북 비밀접촉을 꼭 비밀에 붙여 달라고 간청했다"고 언급하고 "정치적 흉심을 위해 앞뒤가 다르고 너절하게 행동하는 이명박 역정패당과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황당한 얘기"라며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남북간의 비밀접촉이 폭로되면서 국내외 언론은 물론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체적인 분석은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되어 최악의 상황에는 물리적 충돌까지 재발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남북간의 동상이몽으로 불발 당연

 

북한은 남한이 ▲ 6월 하순 판문점에서 1차 정상회담 ▲ 8월 평양에서 2차 정상회담 ▲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3차 회담 등 이미 일정을 모두 잡아놓고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핵심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출범 당시부터 '비핵개방3000'을 역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베를린 제안'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적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핵보유를 사활적 문제로 보고 '비핵'을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우리 정부의 제의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북한은 식량문제, 경제현대화 등을 위해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동안 여러 차례 제안하고 만나왔다.

 

그러나 최근 잇단 남북 간의 접촉에서 북한은 비핵만을 위한 남북정상회담 논의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양측이 필요성을 공감했지만 서로 다른 목표로 인하여 성사되기 힘든 상황이었다.

 

낮은 수준의 접촉과 합의를 통해 상호 신뢰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남북이 대립과 갈등으로 상호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비핵해결이라는 고수준의 의제를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북한은 결국 먹을 수 없는 밥에 '폭로'라는 모래를 뿌린 것이다.

 

상대방 발로 찬 후 "남북정상회담 하자"? 꿈 같은 얘기

 

북한이 정상국가 사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폭로'를 한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 비공개접촉을 폭로한 것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하고 있다. 먼저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가 말도 안 되는 조치라는 태도를 강하게 확인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또한 최근 한국군이 일부 예비군훈련장과 야전부대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김정은 부자 등 '1호 사진'을 사격 표적지로 사용한데 대한 강한 불만도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정권 수뇌부를 겨냥한 비난에 대해선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격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밖에 북한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체제보장을 받았다는 자신감이나 미국이 대북식량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강경한 대남공세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모두가 부분적인 이유로 볼 수 있으나 핵심적인 이유는 '1호 사진'을 사격 표적지로 사용한 것에 대한 격앙으로 보인다.

 

사실 남북 간에 6·25전쟁 등 전면전에 이어 서해교전 등 국지전으로 여전히 강하게 충돌하는 것은 상호불신의 심화 때문이다. 그동안 시민사회나 정부차원에서 민족화해와 협력을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해왔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와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남북이 이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아킬레스건을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남북은 모두 이미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의 평화와 미래를 논의하는 정상회담은 사실 꿈같은 것이다.

 

냉정 되찾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남북이 이제 갈 데까지 가고 있는 상황이다. 약자가 궁지에 몰리면 폭력에 의지하려고 한다. 북한은 당분간 긴장을 유지하며 대화보다는 관망을 할 것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국지적 도발이나 미사일 발사, 3차 핵실험 같은 물리력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남북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내 비난과 갈등은 물론 포격전까지 발발하여 남북을 '신 암흑시대'에 빠지게 했다. 우리말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현실의 바탕 위에서 냉정을 되찾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남북은 평화적 통일을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이듯이 헝클어진 남북관계를 바로 집기 위해선 서로 마음을 비우고 만나야 한다. 그리고 만나기 위해서 최소한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호 간의 노력 없이는 남북은 더 큰 시련에 직면할 것이다.

 

평화는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존중하고 배려할 때에만 뿌리를 내릴 수 있다. 그리고 평화를 준비해야 평화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장영권 기자는 한국평화미래연구소 대표이자 한국미래연대 대표입니다.


태그:#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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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금 자연환경의 악화, 과학기술의 진화, 인간의식의 퇴화, 국가안보의 약화 등 4대 미래변화 패러다임의 도전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한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해결과 상생공영을 위한 ‘세계국가연합’ 창설을 주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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