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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31일 오후 5시 22분]

240만 원짜리 '귀족' 수학여행 결국 포기

서울 영훈국제중학교가 '귀족 여행' 비판을 받은 240만 원짜리 해외 수학여행 추진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31일 오후 밝혔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긴급 논평을 내고 "특권교육인 국제중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정책에 맞서 투쟁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곽아무개 영훈국제중 교장은 이날 오후 4시쯤 전화통화에서 "수학여행 계획 수립을 위해 학부모 의견조사를 벌였을 뿐이며, 해외 수학여행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곽 교장은 "학부모 의견조사 결과 호주와 뉴질랜드에 대한 선호도도 높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교조(위원장 장석웅)는 이날 오후 '귀족학교 정책으로 학부모를 울리지 마라'는 제목의 긴급 논평을 내고 "차별교육과 특권교육을 추진하는 국제중과 자사고 정책을 폐기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논평에서 전교조는 "영훈국제중의 경우 해외 수학여행비와 수업료, 기타 학비를 합하면 1500만 원이란 돈이 든다"면서 "나머지 대원국제중과 청심국제중, 그리고 자사고도 사정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교조는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자사고를 확대하기 위해 규칙을 개정하는 등 차별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니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이라면서 "돈 있는 자에게 특권교육을 시켜주기 위한 교육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국제중과 자사고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신 : 31일 오전 9시 18분]

중딩 수학여행비가 240만원? 학부모 울먹

최근 영훈국제중으로부터 가정통신문을 받은 김승구(가명)씨는 30일 "가슴에 응어리가 생겼다"며 울먹였다. 이 통신문엔 2학년 자녀의 수학여행 비용이 240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영훈국제중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
 영훈국제중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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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배려자' 울린 가정통신문 어땠기에...

"가난한 우리 형편에서 이 돈이면 두 달 생활비입니다. 그런데 4박 6일 해외여행비로 한 번에 240만 원을 내야 한다니 앞이 캄캄합니다."

영훈국제중은 지난 5월 21일 학부모들에게 보낸 '수학여행 계획수립을 위한 사전조사'란 제목의 가정통신문에서 "학생들의 국제적인 감각을 높이고자 수학여행을 계획하여 운영하고자 한다"면서 "수학여행을 희망하는 지역에 표시를 하여 회신을 달라"고 적었다.

이 학교가 희망 지역으로 제시한 여행지는 호주와 뉴질랜드. 두 곳 모두 10월 31일부터 4박 6일 일정에 예상비용으로 240만 원을 적어 놨다.

김씨의 자녀는 '사회적 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으로 2010년 입학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영훈국제중의 사배자는 정원의 20%인 100여 명 정도. 이 가운데 김씨와 같은 '경제 곤란' 사유에 따른 사배자는 59명이다.

사배자는 2008년 하반기 영훈과 대원 국제중 등 두 학교에 대한 '귀족학교' 논란이 불거지자 본격 시작된 제도다. 당시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이 "가난한 집 자녀에게도 학습 기회를 주겠다"면서 도입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두 사립재단은 서울시교육위에 '사배자를 위해 해마다 1억 원을 장학기금으로 출연하겠다'고 문서로 약속했다. '귀족중학교'라는 이유를 들어 교육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서울시교육위도 제동을 건 뒤 생긴 일이다. 하지만, 2009년 3월 개교 뒤 한 해가 흐른 뒤부터 두 재단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대신 2010년부터 서울시교육청이 사배자에 대한 수업료와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10월 1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국제중 설립 당시 그 많은 비판을 완화시켜 준 것은 사배자에 대한 장학금 지급이었다"면서 "올해 국제중 두 곳은 장학금으로 고작 50만 원만 부담했다, 국제중이 이것(사배자에 대한 지원)을 못하면 사배자를 이용하고 착취한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김씨는 "공부 잘하는 자식이 국제중학교를 진학한다고 했을 때 중학생이 돈이 들면 얼마나 들겠냐고 판단한 것이 오판이었다"면서 "자식이 사배자라는 것을 다른 학생들이 알까봐 두렵고 수학여행비는 마련하기도 어렵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참여연대, 전교조, 문화연대 등 30여 개 교육시민단체가 지난 2008년 9월 3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 특권층 자녀를 위한 국제중 설립에 반대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전교조, 문화연대 등 30여 개 교육시민단체가 지난 2008년 9월 3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 특권층 자녀를 위한 국제중 설립에 반대 한다”고 밝혔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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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50만원 추가 학비, 등골 휘는 가난한 학부모들

김씨가 한 달에 내는 학비는 5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그는 "스쿨버스비, 방과후 수업비, 간식비, 운동비, 레슨비 등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면서 "아버지회까지 만들어 발전기금을 사실상 강요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시교육청이 지원하는 한 해 수업료 600만 원과 급식비를 빼고도 이렇게 큰돈이 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정으로 사배자 자녀들이 국제중을 떠나고 있다. 국회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교육과학기술위)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국제중 설립 2년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09년 국제중에 입학한 사배자 자녀 중에 영훈국제중은 3명(사배자 전체 32명), 대원국제중은 7명(사배자 전체 31명)이 전학을 갔다.

이번 영훈국제중의 값비싼 해외 수학여행에 대해 교육청도 우려를 나타냈다. 영훈국제중을 관할하는 서울 성북교육지원청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은 올 초 학생의 해외 수학여행을 지양하도록 초중고에 공문을 보낸 바 있다"면서 "영훈국제중이 이런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시교육청에서 학기 초에 수학여행지를 사전 조사할 때도 해외여행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이것은 걱정할 만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훈국제중 김아무개 교감은 "학부모들이 원하면 해외 수학여행을 가겠다는 것이지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작년 수학여행에도 사배자 자녀들이 학교나 다른 학부모 지원을 받아 한 명도 빠짐없이 여행을 모두 다녀왔다"고 해명했다.


태그:#영훈국제중, #사회적배려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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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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