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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순 따기
▲ 생강나무 순 따기 생강나무 순 따기
ⓒ 이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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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잘 알려진 김유정 소설 '동백꽃'의 일부이다.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어린 시절에도 이 대목을 읽으면 나도 주인공처럼 정신이 아뜩해지면서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향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였다. 생강나무를 산 동백나무라고도 부르기 때문에 그 향기는 바로 생강나무 꽃향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서야 그 향을 알게 되었고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진한 향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매혹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화기 즈음 꽃이 만개했을 때는 실제로 정신이 아뜩해질 정도로 강한 향일지도 모른다.

이날은 생강나무 어린 잎으로 장아찌를 담는다 하여 달마산 산책로에서 잎을 따는 운력을 하였다. 봄날의 절집에서는 사계절 내내 봄이 담긴 산나물들을 즐기기 위해 산과 들에서 나는 나물 채취로 바쁘다. 재료의 희소성과 정성으로 이 봄나물들은 상에 올라온 반찬 중에서 가장 상석에 놓이는 인기메뉴이다. 모르면 몰랐지 스님들 대부분은 가장 좋아하는 봄나물 한 두 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여러 조리 방법이 있겠지만 생강나무의 어린 잎은 장아찌로 담고 단오 전에 큰 잎을 따서 부각으로 만들기도 한단다.

절에서 지내면서 신기했던 것은 스님들도 하루 중 의, 식, 주를 위해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었다. 처소를 청소하기도 하고 승복을 세탁하여 옷에 풀을 먹이고, 운력을 함께 하고, 차를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문명화되면서 삶의 기본 요소인 의, 식, 주를 직접 하지 않고 위탁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오히려 그것이 노동력과 자본을 집중할 수 있어서 합리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기계의 부속품처럼 인생의 재미를 모르게 되었다고도 생각한다.

서울대 미대 출신의 한 목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분이 그림을 중단하고 한옥 목수를 따라 전국을 떠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대학 은사님이 언제 그림을 다시 시작할 것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 분은 '제 스스로 의, 식, 주를 해결할 수 있을 때 다시 붓을 들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그 뜻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느꼈다. 하물며 구도자인 스님들께서 자신과 일반 대중들의 한끼를 위해서 생각나무 어린순을 따는 모습은 어찌 아니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일하는 중에도 과하게 채취하는 것을 염려하시고 한 잎 한 잎 정성스럽게 채집하신다. 정성이 가득한 슬로우푸드라는 것, 또 사찰음식이라는 것은 생명의 소중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생강나무 순 따기
▲ 생강나무 순 따기 생강나무 순 따기
ⓒ 이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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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사찰음식, #생강나무, #해남, #미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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