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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중병을 앓고 있다. 각종 통계가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은 근로시간 1위, 비정규직 비율 1위, 산재사망률 1위, 저임금 노동자 비율 1위, 소득격차 2위, 사교육비 비중 1위, 이혼율 1위, 자살률 1위, 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서민들은 가장 위험한 노동환경 하에서 가장 장시간 일을 한다. 하지만 일자리는 불안정하고 소득 불평등은 극심하다. 소득은 적은데 애들 교육비는 가장 많이 들어간다. 팍팍한 세상살이 탓에 많은 가정이 해체되고, 많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미래가 암담하기 때문에 애를 낳는 것도 거부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한국사회는 조만간 최소한의 공동체적 기반마저 허물어지는 길로 접어들 것이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한국사람이 결코 행복할 리가 없다. 한국 사회는 현재 불안과 분노, 불신에 가득 차 있다. 한국사회를 규정짓는 가장 근본적인 키워드는 '불안'이다. 한국사회는 승자독식의 사회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경쟁에서 탈락한 약자들이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없다. 패자부활전이 불가능한 사회, 공동체의 따뜻한 사회안전망이 없는 사회, 그래서 모두가 불안한 사회다. 중소기업, 직장인, 자영업자, 영세상인, 비정규직, 청년, 학생 모두가 불안 속에 살고 있는 사회다.

 

세상이 정의롭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할 때, 분노는 터져 나오게 된다. 법은 가진 자에게 관대하고 약자에게 가혹하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수조 원을 탈세해도 특별사면되고, SK 오너 일가는 봉건적인 사적 린치를 가해도 '사회적 지탄을 충분히 받았다'는 기가 막힌 논리로 석방된다. 반면 용산 철거민은 살기 위해 망루에 올랐다가 공권력에 의해 죽어서 내려왔다. 재벌 기업은 한결같이 탈세, 횡령, 배임, 부당거래, 편법상속 투성이고, 고위공직자는 부동산투기와 위장전입 전문가들이다. 오죽하면 고소영 강부자 정권이라고 하겠는가.

 

가진 자의 자녀는 좋은 교육을 통해 부를 대물림하는 반면, 사교육비를 감당 못하는 서민의 자녀는 출발선에서부터 경쟁에서 탈락한다. 대기업은 중소하청기업을 쥐어짜고,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희생 위에 자신만의 성채를 짓고 산다. '분노가 밖으로 표출되면 존속살인이나 묻지마 살인의 방식으로 나타나고, 분노가 나를 향하면 자살로 이어진다.'

 

한국사회를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 사회의 발전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승자독식 사회에서 함께 사는 사회로 바꾸어야 한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함께 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살고, 동과 서, 남과 북,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이 함께 살아야 한다. 나아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야 한다.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공동체의 정의롭고 공정한 규칙을 세워야 한다. 기득권층의 특권과 반칙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민주주의 원리를 짓밟아서는 안 된다. 재벌 대기업의 탐욕은 공정과 상생의 원리 아래 제어되어야 한다.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은 권력 분립과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구조로 개편되어야 한다. 보수언론은 사실에 기초하고 상식을 회복하도록 개혁되어야 한다. 관료의 폐쇄적 철밥통 구조는 깨져야 하고 국민의 공복으로 거듭나야 한다. 관은 다스리기(治)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民)을 주인(主)으로 섬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수직적·권위적 리더십에서 수평적·소통지향적 리더십으로

 

이 모든 것은 정치로부터 출발한다. 정치가 바로서야 국가와 사회가 바로 선다. 사회 발전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도, 사회에 정의와 공정의 원칙을 세우는 것도 정치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는 국민의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국사회를 분열시키고 퇴행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남북분단상황은 이 나라 보수를 시대착오적인 수구이념에 사로잡히게 만들었고, 영호남 지역주의 구조는 지역 대립, 분열을 부채질하는 데 이용되었다.

 

한국의 정치는 상식과 합리에 기초해서, 건전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개혁이 경쟁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구적 보수는 영원히 퇴출되거나 정치적으로 무의미할 정도로 위상이 줄어야 한다. 반대로 진보개혁 세력은 혁신의 거듭남을 통해 정치적인 위상을 키워야 한다. 이렇게 변화할 때 한국정치는 보수와 진보개혁 간 경쟁을 통한 선순환의 발전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나는 한국사회의 발전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이 땅에 정의와 공정의 원칙을 세우는 데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정치를 시작한다. 그리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진보개혁 세력을 통합하고 혁신적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기여하고자 정치를 시작한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비전은 '지식문화강국'이다. 이미 한국사회는 지식산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공장노동자보다 사무직·전문직 노동자의 비중이 훨씬 크다. 게다가 한국사회는 세계에서 첫 번째로 꼽힐만한 우수한 인적자원과 문화적 창의성,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사회가 갖춘 주·객관적인 조건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은 21세기를 주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

 

나는 인터넷 전문기업 나우콤에서 20년간 한우물을 파왔다. PC통신 시절 나우누리로 시작해 아프리카TV를 성공시키기까지 통신·인터넷·뉴미디어 분야의 벤처1세대이자 성공한 기업가로 일해왔다. 지난 20년은 한국사회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어온 시절이기도 했다. 앞으로는 디지털시대다. 수직적인 위계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아날로그 사회는 수평적인 해체와 통합을 본질로 하는 디지털 사회로 바뀌어 갈 것이다.

 

"수직에서 수평으로!" 이게 디지털 시대를 맞아 생겨나는 사회변화의 또 하나의 키워드다. 사회가 바뀌면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 수직적·권위적인 리더십에서 수평적·소통지향적인 리더십으로 바뀌어야 한다.

 

게다가 지금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SNS 기반의 뉴미디어로 바뀌었다. 획일적인 지시와 통제가 먹히지 않는 시대다. 누구나 정보의 발신자가 되고, 누구나 정보의 수신자가 된다. 개방·참여·공유의 플랫폼 위에서 소비자가 미디어를 창조적으로 소비하는 시대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바뀌면 당연히 정치행태와 정당의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능력, 이슈를 놓고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소통능력, 온·오프를 넘나들면서 정보와 지식의 나눔을 즐기는 능력, 이를 통해 우호적 지지자 네트워크를 효과적이고 광범위하게 결집시키는 능력이 정치행위에서 새롭게 요구되는 리더십이다.

 

젊은 청춘이 가장 많이 죽는 나라가 제대로 된 사회일까

 

지금의 진보개혁세력, 특히 민주당에 이런 리더십이 시급히 강화되어야 한다. 민주당은 진보개혁세력의 맏형이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해왔다.

 

이제 민주당은 소셜 네트워크 등의 뉴미디어 환경 내에서 청년·화이트칼라·전문직 등의 새로운 지지층을 결집함으로써 젊은 정당으로 거듭나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나는 지난 20년 동안 IT기업을 경영한 경험을 살려서 민주당이 새로운 정치 리더십을 선보이고, 새로운 지지층 - 지식문화산업의 원동력이 되는 일꾼들- 을 결집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대에 민주화 운동 할 때 죽을 각오로 했다. 죽을 용기는 없었지만, 운동하다가 군사독재정권의 고문과 탄압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내가 주도했던 깃발과 민추위 조직의 가까운 후배 우종원은 의문사 당했다. 또 수배 중인 깃발 조직원의 후배였던 박종철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 고문사 당했다. 이는 결국 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되어 거대한 승리를 이루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민주화운동할 때 누구나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했다. 그러나 결국 계란이 모여 바위를 깨트렸다. 이게 제 인생 1막이었다.

 

이후 3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는 나우콤에서 일했다. 대주주가 연속 세 번씩 부도를 내고 누적적자가 100억이 넘어서 회사가 망할 위기에 있을 때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누구나 망한다고 그랬다. 이미 사업 트렌드는 바뀌었고, 기존사업은 망해가고, 신규사업은 준비해놓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기적 같은 반전에 성공했다. 운도 좋았고, 직원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였다.

 

나우콤이 가장 성공한 회사는 아니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강한 기업이라는 자부심 정도는 내세울 수 있다. 20년간 기업 경영을 하면서 비록 최선의 결과를 얻지는 못했을지라도, 과정에서 매 순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감히 자부한다. 이게 제 인생 2막이다.

 

이제 인생 3막을 살려고 한다. 한국사회의 물꼬를 돌리는 데 남은 인생을 바치려 한다. 꽃다운 젊은 청춘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목숨을 끊는 나라가 어찌 제대로 된 사회라 할 것인가! 나락으로 빠지지 않으려고 경쟁에 몸부림을 칠 뿐 협력과 배려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가 어찌 인간의 사회라 할 것인가! 사람에 대한 사랑은 정의를 추구하게 하고, 정의의 실현은 평화로 열매를 맺을 것이다.

 

함께 살자! 공정한 원칙을 세우자!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자! 그래서 21세기 지식문화강국으로 우뚝 서자!


태그:#문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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