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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일자 <제주도민일보> 기사. 뉴세븐원더스재단은 이 기사를 문제삼아 <제주도민일보>와 기사를 작성한 한종수 기자에게 '정정보도-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4월 19일자 <제주도민일보> 기사. 뉴세븐원더스재단은 이 기사를 문제삼아 <제주도민일보>와 기사를 작성한 한종수 기자에게 '정정보도-사과'를 요구했다.
ⓒ 제주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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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를 주관하고 있는 뉴세븐원더스재단(N7W재단)이 <제주도민일보>와 한종수 기자에게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은 한국 쪽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KNC를 통해 한종수 기자가 쓴 4월 19일자 <제주도민일보> 기사가 허위사실을 포함하고 있고, 재단을 근거 없이 비방하고 있다며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했다. 정정보도와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등 소송까지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곽경직 KNC 대표변호사는 제주제일고를 졸업한 제주출신이다.

<제주도민일보>와 한 기자가 그동안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 행사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도해 왔다는 점에서 '비판언론 재갈 물리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측은 "법률대리인으로부터 증빙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한 다음에 후속조치를 결정하겠다"는 태도다.

법률대리인 "월드투어 행사 비용, 제주도에서 다 부담 안 했다"

<제주도민일보>는 지난 4월 19일자 'N7W재단 초청에 혈세 콸콸콸'이라는 기사에서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설립자 초청 행사에 제주도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4월 25일 월드투어에 나선 재단 쪽 인사 5명의 항공료와 6성급 호텔 숙식·차량 등 체류비를 제주도에서 부담하기로 했다는 것.

재단 쪽에서는 '항공료·체류비의 제주도 부담'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원찬 범국민추진위 사무총장도 "월드투어 당시 내 개인 카드와 지인들의 도움으로 비용을 지불했다"며 "제주도에서 지원해준 것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단 쪽에서는 "N7W는 희대 사기꾼"이라고 보도한 대목도 '근거없는 비방'이라며 문제삼았다. <제주도민일보>는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와 관련된 누리꾼들의 비판여론을 전하는 과정에서 "심지어 재단은 '세계에서 가장 화끈한 여자들'을 뽑는 이벤트도 진행하는 등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꼬집은 일부 누리꾼들의 반응을 인용해 보도했다.    

KNC의 이형곤 변호사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제주도민일보>의 보도 이후 비슷한 취지의 기사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서 정정보도를 한 번 요청할 필요가 있겠다고 재단이 판단한 것"이라며 "내부에서 검토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있어 정정보도 요청이 조금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재단의 월드투어 비용과 관련해 "국제항공료는 재단, 국내항공료는 범국민추진위, 차량은 제주도, 숙박은 KT와 범국민추진위, 식사는 제주도와 도교육청, 도의회, KT에서 부담했다"며 "제주도가 일체의 비용을 부담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범국민추진위에서 국내항공료 97만 원, 호텔비용 145만 원 등 총 242만 원을 부담했고, 제주도 등에서는 얼마나 부담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변호사는 "재단에서 다 부담했다면 재단에서 자료를 받아 증빙하면 되는데 여러 곳에서 경비를 보조받았다"며 "범국민추진위와 제주도, KT 등에서 지원한 내용을 증빙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희대의 사기꾼' 부분은 정정보도가 아니라 사과 대상"이라며 "누리꾼들이 올리는 것을 인용해 보도한 것까지 문제 삼을 생각은 없지만 그것을 부제목으로 뽑은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손해배상까지 청구할지는 아직 모르겠다"며 "재단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확답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한종수 기자 "재단이 한국의 로컬지까지 꼼꼼하게 챙겨보나?"

이와 관련, 한종수 <제주도민일보> 기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재단의 법률대리인으로부터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지난 23일에 받았다"며 "재단이 대한민국의 로컬지(지역신문)까지 꼼꼼하게 챙겨보는 데 놀랐다"고 전했다.

한 기자는 '월드투어 비용의 제주도 부담' 보도내용과 관련해 "제주도에는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와 관련된 팀이 두 개가 있는데 거기에 소속된 인사로부터 직접 '이쪽에서 오시는 손님(재단 관계자들)이니까 제주도가 비용을 부담하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렇게 확인하고 쓴 것인데 그것이 허위사실이라고 하니까 황당하다"고 말했다.

한 기자는 "정정보도 요청이 들어온 뒤에도 다시 확인한 사실"이라며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부분도 누리꾼들의 비판 여론을 인용했을 뿐인데 근거없는 비방이라며 사과하라고 하는데 받아들일 수 없다"고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이어 한 기자는 "'우리가 법적으로 대응하면 일개 지방지가 별수 있겠어?'라며 우리 매체를 얕잡아본 느낌이 든다"고 토로하면서 "'개인 재단에서 하는 이벤트에 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하느냐'가 우리의 문제의식"이라고 강조했다.

한 기자는 "제주도에서는 '국가가 하는 게 아니라 범국민추진위라는 민간단체에서 하는 일'이라고 얘기한다"며 "하지만 인력을 빼서 제주도청 산하에 두 개의 팀을 만들었고, 재단의 공식 후원위원회도 범국민추진위가 아니라 제주관광공사라는 점에서 '민간 주도 캠페인'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태그:#뉴세븐원더스재단, #세계 7대자연경관, #제주도민일보, #한종수, #K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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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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