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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돌아와 4년째 자라 양식에 유별난 애정을 쏟고 있는 김문태(청자골토종자라농장 대표)씨다.
 고향으로 돌아와 4년째 자라 양식에 유별난 애정을 쏟고 있는 김문태(청자골토종자라농장 대표)씨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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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자욱하다. 멀리 보이는 월출산 산자락에 드리우고 있는 구름이 길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 아름다운 자태에 잠시 넋을 잃고 서있다. '청자골 토종 자라농장'을 가는 길이다. 남도답사 1번지로 유명한 전남 강진 고을, 성전면 월평리 처인마을로 향한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의 논길을 가로지른다. 농부는 모내기 준비를 위한 논물가두기에 한창이다.

자라 1kg 키우는 데 자연에서 10년, 양식하면 3년

동물과 파충류에 유별난 애정을 쏟고 있는 김문태(52, 청자골토종자라농장 대표)씨를 만났다. 한때 동물사육사로 일하기도 했다는 그가 고향으로 돌아와 4년째 자라를 키우고 있다. 동면을 하는 자라는 자연 상태에서는 성장이 더디므로 하우스 시설에서 키운다.

이렇게 직접 키워낸 자라는 음식과 엑기스로 만들어 판매한다. 상품으로 내놓을 자라는 미리 잡아 어두운 곳에서 저온으로 강제 동면을 시킨다. 이렇게 동면을 한 자라는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그 품질과 맛이 월등하다.

자라 먹이로 사용하는 냉동한 잉어다.
 자라 먹이로 사용하는 냉동한 잉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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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의 먹이는 천연한방사료(50%)와 잉어(50%)다. 천연한방사료는 물과 밀가루의 비율을 1:1로 밀가루 반죽하듯 반죽을 해서 먹인다. 또한 잉어를 통째로 던져주면 자라들이 모여들어 다 뜯어먹고 뼈만 앙상하게 남는다.

"사료는 천연한방사료를 먹이거든요. 사료 저장실은 항상 20°C를 유지해줍니다. 잉어는 한겨울에 5톤을 주문해 살아 있는 상태로 냉동을 합니다."

자라양식장 시설의 규모는 661평방미터(m²)다.
 자라양식장 시설의 규모는 661평방미터(m²)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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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장의 수온은 30°C를 유지해준다. 자라의 빠른 성장을 돕기 위해서다. 자라가 1kg 성장하는데 자연 상태에서 10년이 소요되는 반면 상온에서는 3년이 걸린다.

"자연 상태에서 자라가 1kg으로 성장하는데 10년이 걸립니다. 자라는 약 7개월여를 동면하기 때문에 먹이를 먹을 수 있는 기간이 4~5개월밖에 안돼요."

자라 한마리가 년 5회 약 60여개의 알을 낳는다.
 자라 한마리가 년 5회 약 60여개의 알을 낳는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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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알에서 45일 만에 올 첫 태어난 자라다.
 지난 21일, 알에서 45일 만에 올 첫 태어난 자라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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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양식장 시설의 규모는 661m², 노지 양식장이 약 1984m²다. 자라의 성장 단계별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현재 이곳에는 성장하고 있는 자라는 암컷이 1천여 마리, 수컷이 400여 마리다. 자라 한 마리가 년 5회 약 60여 개의 알을 낳는다.

갓 태어난 자라다.
 갓 태어난 자라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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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부화장이다. 자라 알을 앉힌 후 45일 지나면 부화한다. 지난 21일 알에서 올 첫 새끼가 태어났다. 스티로폼 박스에서 부화한 자라의 새끼는 스티로폼 아래에 있는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온다.

"알은 45일이 지나면 부화합니다. 스티로폼 박스에 350~400개의 알을 앉히죠. 지난 4월 5일 앉혔는데 21일 알에서 나왔습니다, 귀엽죠."

산란을 위해서는 적정한 온도와 습도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온도와 습도가 자라 부화율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름만 들어도 몸보신 될 것 같은 용봉매운탕

자라요리는 미식가들 사이에 몸보신용으로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15년 전 한때 우리나라에 자라양식 붐이 일기도 했지만, 자라는 성장이 더딜 뿐만 아니라 수요처가 별로 많지 않아 양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곳 농장에서 키운 자라는 음식과 엑기스로 판매한다.

식당의 실내가 고풍스럽다. 박제한 꽃사슴, 꽃수를 놓은 병풍, 유명한 동양화가의 수묵화가 눈길을 끈다. 한정식으로 내공을 쌓은 안주인의 음식 솜씨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자라요리는 용봉탕, 자라찜, 용봉매운탕 등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평범하고 대중적인 용봉매운탕을 선택했다. 용봉탕 12만 원, 자라찜 8만 원, 용봉매운탕은 1인분이 1만 원이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부담 없는 메뉴인데다 이집에서 올 3월 개발한 음식이라 유독 관심이 간 것이다.

사실 우리 같은 서민들이 단돈 1만 원에 어디 가서 용봉탕 맛을 보겠는가.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에 식당 메뉴판은 덕지덕지 인상된 딱지가 붙어있으니. 요즘 한식집에 가면 1만 원으로 고를 수 있는 음식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김치전용 냉장고에서 숙성된 3년 된 묵은지, 농장에서 자란 자연산 미나리와 채소 등으로 차려낸 상차림은 정갈하다. 꼴뚜기젓갈과 다른 찬들도 손놀림을 분주하게 만든다.

이름만 들어도 몸보신이 될 것 같은 느낌의 용봉매운탕이다.
 이름만 들어도 몸보신이 될 것 같은 느낌의 용봉매운탕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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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만 들어도 몸보신이 될 것 같은 느낌의 용봉매운탕이다. 갖은 한약재에 자라와 닭의 비율은 약 4:6이다. 국물 맛이 가히 일품이다. 자라고기의 맛 역시 쫄깃한 것이 토종닭고기와 흡사하다. 몇 술만 떠도 속이 확 풀어지는 것이 술국으로 금상첨화다. 이 정도의 맛이라면 지금껏 내 머릿속에 저장된 해장국 맛은 싹 지워내도 될 듯싶다.

건더기를 어느 정도 건져 먹은 다음 밥을 말아 먹으면 좋다. 지난해 강진 지역 축제(2010마량미항축제)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는 용봉매운탕을 먹으면서 내내 행복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음식(용봉매운탕)을 먹으면 너나없이 땀이 나요. 따뜻한 성질의 음식이 열을 발산합니다."

용봉매운탕은 맵지도 않은데 먹을수록 신기하게도 이마에 땀이 송알송알 맺힌다. 1만 원에 임금님 수라상을 받은 이 기분 정말 좋다. 온몸에 힘이 느껴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라, #청자골, #용봉매운탕, #맛돌이, #전남 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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