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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저거 저러면 안 되는데… 큰일 나겠구먼…."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연신 미간을 찌푸리며 흙탕물이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은 무너진 제방, 깊게 침식된 하천 바닥, 부서지고 무너져 여기저기 널브러진 바위 더미(하상유지공)를 향해 있었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낙동강 현장조사에 나선 박 교수는 최근에 내린 봄비(지난 9일부터 11일 사이)로 상처 입은 낙동강을 보며 다가오는 장마철 홍수 피해를 우려했다. 박 교수는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4대강 사업 대응 하천환경 공동조사단'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된 지난 2009년부터 4대강 사업 반대 진영의 이론가를 자청하며 수차례 4대강 공사현장을 누벼왔다. 그가 가진 전문지식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자양분이 됐고,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사례들로 그 이론을 뒷받침해왔다.

 

이번 낙동강 조사에서도 그는 50여 곳에 달하는 지천과 본류 주요지점을 답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에는 남한강 공사구간을 이틀간에 걸쳐 조사했다. 낙동강 조사가 마무리된 21일 오후 박 교수와 경남 합천 합천보 공사현장 인근에 식당에서 만났다.

 

"제2의 구미 단수 사태 올 수 있다"

 

4대강 사업의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낙동강과 수도권에 중요한 남한강을 답사한 이후 박 교수는 또 다시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홍수는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올바른 치수 방법은 인간이 하천에 양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 발생에 미친 영향으로 각 지천에서 발생한 '역행침식'에 주목했다. 역행침식은 강의 하류부터 상류 쪽으로 침식현상이 번져 가는 것으로, 대규모 준설로 인해 본류의 하상이 낮아지면서 지류의 유속이 급증해 발생한다.

 

그는 "여러 지천에서 역행침식이 일어나고 제방이 붕괴 된다"며 "쇄굴현상(강물 소용돌이에 의해 교각이나 제방이 파이는 현상)으로 인해 교량의 교각 아래가 침식돼 붕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하천 주변의 주거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현상이다.

 

문제는 지천뿐 아니라 낙동강 본류에서도 감지됐다. 박 교수는 지난 비로 인해 심각한 단수 사태를 맞은 경북 구미와 같은 일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보며 "낙동강의 경우 주변 도시의 대부분이 본류에서 (상수도를) 취수한다, 하상 수위가 낮아짐으로 취수에 상당한 문제가 생겼고 '제2의 구미 단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하천 상황에서 그나마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박 교수는 '준설 중단', '가동보 작동 금지', '하천 공간 개발 제한'을 들었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 홍수 대비 조사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현재 낙동강 지류에 대한 홍수 대비는 거의 안 돼 있거나, 되어 있더라도 형식적이다. 하상보호공으로 설치된 발파석을 담은 돌망태가 이번 봄비에 대부분 유실 됐다는 게 그 이유다. 설치하나마나 했고, 예산 낭비만 했다. 본류는 보가 있는 곳에서 홍수 피해가 일어났다. 시공업체 현장 관계자들은 홍수 피해가 없었다고 하는데, 눈이 있다면 상식선에서 피해가 났다는 걸 알 수 있다. 남한강 이포보 문화광장 유실처럼 명백한 증거를 들이대도 국토해양부와 시공사는 홍수 피해가 없었다고 잡아뗀다.

 

상주보 좌안 제방이 무너졌고 합천보도 우안 쪽이 유실됐다. 만약 유실이 안됐다면 강에 다시 모래를 붇고 있을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 건 다음달(6월) 말까지 무조건 공사를 끝내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4대강 사업 현장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현 상태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6월 장마 때 예상할 수 있는 피해는 무엇인가?

"여러 지천에서 역행침식이 일어나고 제방이 붕괴 된다. 쇄굴 현상으로 인해 교량의 교각 아래가 침식돼 붕괴 위험이 있다. 보에서는 구조물과 흙이 만나는 취약한 지점이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 또 보 하류부의 새로운 제방이나 예전 제방들이 침식될 위험에 놓여있다.

 

- 그런 현상들이 시민들에게 어떤 피해를 입히나?

"현재 상황이 작년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준설이 더 됐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경우 주변 도시의 대부분이 본류에서 (상수도를) 취수한다. 하상 수위가 낮아짐으로 취수에 상당한 문제가 생겼다. 지난번 구미 단수 사태도 마찬가지다. 그 점을 보강하기 위한 공사를 많이 했는데 본격적으로 큰 비가 올 경우 과연 그런 조치가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 2의 구미 단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홍수는 '방어' 아닌 '대응'한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 현재 4대강 사업으로 대표 되는 치수 방식의 문제는 무엇인가?

"지금의 치수 방식은 기본적으로 댐을 이용한 방식이다. 이는 언젠가 무너지는 방식이다. 댐은 영원히 가지 않는다. 우리세대가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무너진다. 제방도 점점 높게 쌓게 되겠지만 그것도 언젠가는 무너진다. 홍수는 근본적으로 '방어'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방향으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홍수는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홍수에 대응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홍수를 완화 시키는 방법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이 쓸려 내려오는 건 위험하다. 천천히 흘러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하천이 흐를 수 있는 공간을 넓혀 주어야 한다. 홍수터 같은 개념이다. 이번 4대강 사업 이전에는 낙동강에 홍수터 역할을 하는 22개의 강변 저류지가 예정돼 있었는데 백지화 됐다.

 

또 하나는 인간이 적응 하는 방법이다. 저지대 사는 사람들을 고지대로 이동시켜야 한다. 홍수가 날 수 있는 범위 안에는 집을 짓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법이다. 낙동강의 경우 지난 100년 간 자연이 차지하고 있던 습지가 90% 사라지고, 그 자리에 농경지와 주택이 들어섰다. 고도의 개발을 하면 할수록 땅값은 올라가겠지만, 높게 쌓은 제방이 영원히 홍수를 막아주지 못한다. 인간들이 양보를 해야 한다."

 

 

- 준설과 보 건설이 홍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는데, 아직 그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홍수대비에 큰 문제점이 아닌가?

"현행법상 현재 4대강 사업에서 건설 중인 보는 관리 주체가 없다. 보 기능 자체가 애매하다. 댐이라고 한다면 수자원공사가 관리 책임을 맡겠지만 보라고 한다면 각 지자체에서 맡게 된다. 6월에 모든 보를 준공하겠다고 하는데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할 것인지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결국 보 관리는 수자원공사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심명필 4대강 사업 추진본부장이 지난해 연말 대통령에게 보고한 자료를 보면 사업 추진 조직을 관리 조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하천법을 개정해 국가하천 관리권을 지자체에서 회수에 수자원공사에 주겠다는 것이다. 지방하천은 각 지방국토청이 관리하도록 일원화 한다는 계획도 있다.

 

이런 조치는 커다란 맹점을 가지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기본적으로 수자원을 개발 관리하는 곳이지 하천을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그런 조직에 관리를 맡기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정체성이 불분명한 보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데, 정부는 이를 지자체에서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천관리를 중앙집권화 하려는 것이다. 하천관리를 중앙이 가져가겠다는 것은 결국 몇몇 대기업이나 큰 엔지니어링 회사에 모든 용역권을 넘겨 이익을 주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그럴수록 각 지자체에 맡게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높이는 일을 해야 한다."

 

- 4대강 사업이 거의 완료 단계에 와있다. 현재 상황에서 홍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준설 작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4대강 추진본부에서는 준설이 90%까지 이뤄졌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보면 50~60% 정도 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준설은 의미가 없다. 이번 비로 준설을 한 곳에 또 모래톱이 생기는 등 다시 모래가 쌓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준설은 중단해야 한다.

 

보는 구조물 공사이기 때문에 일단 완성해야 한다. 완성하되, 수문 작동을 하지 말고 그냥 열어 둬야 한다. 또 하천 변에 인공 공원들을 엄청 많이 조성하고 있는데, 필요한 곳만 해라. 경상도 산골에 공원을 만들면 누가 온다는 건지 모르겠다. 홍수 때 그 유지 관리비를 누가 충당할 수 있냐? 6월 20일 부터는 법정홍수기이기 때문에, 이때는 공사를 중단하면서 한숨 돌려야 한다.

 

4대강 사업은 시작은 했지만 완성할 수 없는 사업이다. 계획 자체가 하천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천의 특성은 물이 스스로 하천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데, 인간이 굴착기로 인위적으로 조절했다고 해서 그 모습이 지속되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상황들을 자연이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은 지금 당장 중단하는 게 옳다."


태그:#4대강, #구미 단수, #4대강 사업, #박창근,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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