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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3년 연속 5.18 기념식 불참석" 이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동시에 광주민주화운동의 가해자 전두환과 MB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찍은 여러 사진장면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또 지난 해 11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학회에서 "제주 4.3은 폭동, 광주 5.18은 민중반란"이라고 발표해 한국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MB가 임명한 전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이영조씨의 얼굴도 떠오른다(관련기사 보기)

이런 믿을 수 없는 기막힌 현상이 다 그동안 역사, 특별히 한국현대사, 교육을 경멸한 죄 값을 우리가 톡톡히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광주민주화운동 31주년을 맞은 지난 5월 18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여하여 제단에 예를 표했다. 전두환 군사정권의 총칼에 희생된 고인들 앞에 서서 그 분들의 명복을 조용히 빌었다. 그러나 당시 학살자 전두환은 지금도 매년 경호비용으로 국민들의 혈세 8억 원을 지원받으며 잘 먹고 잘살고 있다.

반면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대한 국고지원은 1원도 없다. MB정권은 지난해 노 대통령 묘비에 분뇨를 뿌리는 사건이 발생하자 사저를 지키는 경찰인력 일부를 묘역 주변에 배치했다. 하지만 이 사저에 대한 경찰 경호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이후에는 묘역을 경비할 경찰지원 조차도 받을 수 없게 된다. 학살자에게는 국고로 매년 8억 원 이상을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전 대통령에게는 1원도 지원하지 않는 우리나라,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이상한 나라다.

이런 황당한 현실에 분노와 우울함이 교차하는 날, 서울광장 제단에서 나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직접 나누어 준 주먹밥을 받고 씁쓸하게 앉아 있었다. 그때 서울광장 한 구석에 "고문피해자 접수를 받습니다. -인권의학연구소-" 라고 쓰여 있는 천막을 보았다. 좀 생소하게 들리는 '인권의학연구소'? 그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천막 주변에 여러 가지 자료가 눈에 띄어서 이것저것 읽어보았다. 그래도 궁금증이 잘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단아하게 보이는 한 여성이 있어서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주고받았다. 받아든 명함을 보니 "인권의학연구소, 소장/내과전문의 이화영" 이라고 쓰여 있다. 그래서 그녀에게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지난 5월 18일에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 소장과 서울광장에서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화영 소장
 이화영 소장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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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7월 한국 최초로 '인권의학연구소'를 설립했는데 인권의학이 무엇인가?
"인권의학이란 용어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의료와 인권의 접목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지난 30년 동안 의학의 새로운 영역으로 발전해 왔는데 국가나 개인으로부터 부당하게 인권침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돕는 현장에서 시작되었다. 인권의학은 '건강은 일종의 인권'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건강과 인권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인권침해는 직접적으로 건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한 예로 아프리카에서 성행하는 여성 할례 관습이 여성에게 신체 정신적 후유증을 초래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억압적 정권에서 자행된 수많은 고문이나 성폭력, 여성폭력, 아동학대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트라우마도 일생에 거쳐 피해자의 건강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온다. 한편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 보건의료정책은 국민의 인권에 막대한 해를 끼치는데 정신장애인이나 HIV감염인들이 겪고 있는 인권침해나 차별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 만큼 의료인들은 환자 건강의 확보를 위해서라도 질병치료를 넘어서 환자 인권을 살피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의학은 바로 건강을 지키는 책임이 있는 보건의료인들이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실천하고, 인권피해자들을 잘 돕도록 이론적 근거와 실천적 방법들을 제시하는 의학의 새로운 영역이라 할 수 있다."

- 자료를 보니 종양내과 전문의에서 인권의학 전문가로 변신했는데 이 일에 뛰어든 동기가 무엇인가?
"임상의사로 암환자들을 진료하다가 2000년부터 미국 조지타운대학 암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 과정에서 대학 내 외국인 과학자들의 차별을 목격하면서 대학당국과 언론에 보고하여 이슈화하였지만 당시에는 인권과 의료를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그 이후에 국제분쟁학을 공부하면서 인권의학과 관련해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현장실습으로 폭력적 분쟁지역을 약 한 달 동안 방문하게 되었는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지역이었다. 그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정치범들을 위해서 이스라엘 정부의 고문 사실을 폭로하고 구속 중인 고문 피해자를 감옥으로 방문해서 치료하는 이스라엘의 의사들을 알게 되었다. 이 단체가 이스라엘의 '인권을 위한 의사회'인데, 인권에 입각해 활동하는 의사들의 국제적인 단체로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고문피해자를 돕는 이스라엘 의사들과의 만남이 의료와 인권, 의료와 평화 이슈에 직접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첫 번째 계기가 되었다."

이화영소장
▲ 이화영 이화영소장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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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1 사태를 미국에서 직접 목격하면서 '국제분쟁학'을 연구했는데, 국제분쟁학과 인권의학 사이엔 어떤 연관성이 있나?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9.11과 미국에 의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략전쟁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인권이라는 이슈가 전쟁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의 보수적 방송매체인 폭스가 이슬람 국가들의 여성인권 문제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더니 결국 전쟁을 시작했다. 그 후 북한인권 이슈를 방송에 연일 내보낼 때는 위기감이 느껴졌다. 미국은 과연 한반도 분단 상황을 어떻게 보고 해결하려 하나를 알고자 했다.

펜타곤에서 가까운 "분쟁분석과 해결학" 연구소에서 대학원 과정으로 국제분쟁학을 공부할 기회를 가졌다. 국제분쟁학은 분쟁의 원인을 분석하고 평화를 가져올 방법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니 결국 평화학이다. 1980년대 중앙아메리카에서 어린이들의 예방접종을 위해 무력분쟁을 일시 멈추고 양측이 협조하였던 것처럼 분쟁지역에서 의료인들의 인권에 기초한 의료 활동은 평화를 위한 교량이 될 수 있었다. 빈곤, 기아, 폭력, 차별 등은 무력적 분쟁의 원인이 되며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 권리에 대한 침해 방지가 건강 확보에 절대적으로 필요할 뿐 아니라 폭력분쟁을 막을 수 있다. "

- 인권의학연구소에서는 현재 고문피해자를 위한 실태를 조사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고문피해자의 현실은 어떠한가? 과거에는 실태조사가 없었나?
"불행한 한국 현대사에서 우리는 어느 나라 못지않게 국가가 직접 고문을 자행하고 고문피해자들을 속출해왔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 하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지만 1980년대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 하에서는 수없이 많은 고문 피해자들이 양산되었다. 정통성 없는 정권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거세어지자 그 저항을 억압하기 위해 강도 높은 탄압과 구금이 시작되었고 고문과 가혹행위로 이어졌던 것이다.

분단 상황을 십분 활용하면서 조작 간첩 사건이 증가하였고 특히 가족단위의 대규모 간첩 사건들이 조작되었다. 무엇보다도 무고한 국민을 간첩으로 조작하여 국민의 저항을 억압하려고 한 것은 전두환 정권의 최고의 악정이라 할 수 있다. 보안사나 안기부, 치안본부 등에서 재일동포, 납북어부, 한국전쟁 때 월북했거나 납북된 가족들을 대상으로 불법연행, 장기간 구금, 고문 등과 같은 인권유린을 통해 무고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조작했었다. 그 결과 많은 고문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오랜 세월을 감옥에서 고통 받았으며 출소 이후에는 보안관찰과 사회적 냉대 또는 무관심 속에서 그들의 고통은 지속되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일부 고문피해자들의 고발, 소송제기, 모임 결성 등의 과정을 통해 고문피해자들의 존재와 고통의 내용들이 사회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문실태 폭로나 보고가 대부분 개별적 고발 차원에 머물렀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고문 후유증이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과거 참여정부에서 과거청산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친일문제, 한국전쟁을 전후한 민간인 학살문제, 의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진상규명 위원회들이 구성되었으나 고문 문제에 관한 개별적 논의나 관심이 없었다.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 고문피해자들에 대한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과연 얼마나 많은 고문피해자들이 생겨났으며, 그들은 지금 어떤 상황에서 고통 받고 있는지조차 조사된 적이 없는 것이다.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도 고문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나 진단 분석 등이 없기 때문에 일반화해서 말하기가 힘들었다. 고문을 자행하는 사회도 야만적이지만 이미 드러난 고문피해자들을 위해 치유와 배상의 가능성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회는 더욱 반문명 사회라고 하겠다."


- 고문피해자들이나 가족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어떤 지원시스템이 필요한가?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을 근거로 재심을 거쳐 무죄선고를 받았던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배상금과 보상금 형태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정신적 외상에 대한 의료적 지원을 소홀히 해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가폭력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국가적 사회적 시스템이 형식적이거나 물질적 지원에 치중되었을 뿐, 정신 심리적 의료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도 부족했다.

실제로 한국사회에는 수천 명의 고문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 받고 있으나 재활프로그램이 없었다. 국가폭력으로 인한 고문 피해자들의 정신 심리적 트라우마는 치유프로그램 없이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직접적 치료와 재활을 담당하는 트라우마 치유센터, 고문피해자들의 고문후유증에 대한 실태조사가 절실하다. 정부 예산으로 고문피해자 치유프로그램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인권의학연구소에서 진행하는 "고문피해자 실태조사 " 연구진 회의
 인권의학연구소에서 진행하는 "고문피해자 실태조사 " 연구진 회의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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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31주년인데, 그동안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나 그 유족들과 상담한 적이 있나? 있었다면 그 소회를 이야기 하면?
"국가공권력에 의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 즉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신체적 상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충격으로오랜 기간 그 후유증에 시달린다. 이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후에 오게 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PTSD) 때문인데. 사건이후에 발생하는 불안감, 공포, 죄책감이나, 분노와 같은 증상들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자살, 우울증, 알코올 및 약물 중독 등의 피해를 겪을 수 있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그 후유증은 심각해져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가족해체와 같은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반드시 이들 피해자들에게 전문가에 의한 정신심리적 의료지원이 필요하다. 인권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료모임에서 만난 피해자들의 공통점이 있다. 많은 피해자들은 "좀 더 일찍 이런 치유모임이 있었더라면 그 긴 세월 본인과 가족들의 고통이 좀 덜했을 텐데…" 라고 한다. 트라우마를 받은 피해자들의 치유방법은 상처를 털어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5.18광주민중항쟁은 31년 전에 발생했지만 피해자들과 가족들, 유족들의 고통은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다. 5.18민중항쟁 피해자들의 심리부검보고서에서도 나와 있지만 일반인에 비해 자살률이 10배로 월등히 높지 않나? 정신적 트라우마 치유를 소홀히 했던 결과라고 본다. 분명한 사실은 이 아픔을 돌보는 일은 피해자들 개개인의 극복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우리사회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광주시와 민간단체의 노력으로 5.18민중항쟁 피해자와 가족의 고통을 돌보는 '트라우마 치유센터'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정신과전문의와 임상심리전문가들, 사회복지사들로 구성되어 PTSD와 후유증에 대한 전문적이고도 포괄적인 지원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 2009년 '공권력 피해자의 정신적 외상 치유에 관한 법률안' 입법 지원을 했고 국회에서 발의까지 했는데 그 주요내용이 무엇인가?
"1985년 UN에서는 '범죄 및 권력남용 피해자에 관한 사법의 기본원칙 선언'을 통해 공권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권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공권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별도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권의학연구소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정신적 외상 치유를 통해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명예 회복, 정상적 사회활동으로의 복귀를 위한 노력으로 "공권력피해자의 정신적 외상 치유에 관한 법률안" 입법 지원활동을 하였다. 그 결과 2009년 12월 야당 국회의원 36인에 의해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정부의 공권력에 의해 인권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그 가족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원활한 치유와 지원을 목적으로 하였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권력 피해자의 피해정도, 보호 지원의 필요성에 상응하여 상담, 의료서비스 지원, 법률구조, 취업관련 등의 모든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아직까지 계류 중으로 토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 인권의학이 그동안 한국에 별로 소개되지 않은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2007년 연세의대에서 "인권의학" 이라는 과목이 개설되기 이전에는 의과대학이나 의료인 수련과정에서 건강이 일종의 인권이라는 것을 교육하지 않았다. 의료윤리 원칙은 주로 의사-환자의 관계에 초점을 두었고, 의학교육은 진단, 치료, 예방과 같은 질병중심의 건강모델에 집중해왔을 뿐 환자와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이슈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의료단체 또한 빈곤이나 폭력, 차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더구나 인권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의료의 역할을 인식하지 못하였고, 인권보호와 증진이 어떻게 개개인의 건강개선과 연계되는지 알 수 없었다. 지난 10년간 국제사회에는 의과대학의 정규과목에 인권교육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왔고 1999년 세계의사회(WMA) 제 51차 총회에서는 "모든 의과대학에서 의료윤리와 인권교육은 필수 과목이 되어야 한다" 라고 하였으나 여전히 의과대학에서는 인권교육의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이수 과목들이 이미 너무 많이 책정되어 있고 인권을 가르칠 교수진이 극히 소수이며 또한 인권을 "정치적" 이슈로 인식하기 때문에 의과대학 교육에 도입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서울시청앞 5.18민중항쟁 기념식에서 시행한 "고문피해자 실태조사" 접수 및 상담
 서울시청앞 5.18민중항쟁 기념식에서 시행한 "고문피해자 실태조사" 접수 및 상담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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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가 현재 유엔 인권이사국인데 다른 OECD 국가의 인권피해자 지원현황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면 어떻게 되나?
"인권의학연구소에서 인권클리닉을 오픈하고 피해자들의 정신심리적 회복을 지원하고 있으나 이들을 돌봐야 할 책임은 근본적으로는 국가와 사회에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이고 유엔인권이사국이라고 하나 인권피해자들의 지원 면에서는 절대 후진국이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유발하는 가장 충격적 사건은 성폭력(강간)이나 고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서구의 예를 보면 제도적으로 폭력으로 인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프로그램이 도입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카운티(우리나라 구청단위) 별로 피해자지원센터를 갖추고 있어서 보건복지부서에서 운영하는 위기센터에는 24시간 정신과 의사들과 심리상담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폭력적 사건 발생 72시간 이내에 위기개입이 시작되는데 사건 현장으로 위기개입팀이 출동하거나 피해자들이 위기센터로 직접 의뢰되어 오기도 한다. 성폭력, 가정폭력은 물론이고 공권력 남용이나 각종사고(교통사고, 화재, 천재지변 등)로 인해 정신심리적 트라우마를 입은 피해자들이 그 대상이며 위기개입이후 심리치료가 지속된다.

지난 20년간 국제사회는 상당한 수준의 고문방지장치와 제도, 고문피해자들의 재활과 치유프로그램들을 발전시켜왔다. 전 세계적으로 약 70여 개국의 130개 이상의 고문피해자 치유센터에서 4천 명이 넘는 의사들이 지원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1998년부터 '고문피해자 구제법안'을 제정해서 미국과 외국의 고문피해자들의 치유센터를 지원해왔다. 미국 정부의 '고문피해자 구제법안'에 의한 2008년도 예산을 보면 고문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금액은 2500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3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양산한 고문피해자도 아닌데 외국의 고문피해자들을 위해 구제 법안을 만들고 연간 약 300억 원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권이사국인 한국정부는 과거 억압적 정권에서 수없이 양산한 자국의 고문피해자들을 위해 어떤 구제안을 수립하여 왔을까? 고문피해자들을 위한 구제안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반인권 국가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적용하여 오히려 고문가해자들을 보호해오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 현재 인권의학연구소에서 피해자 상담을 거의 무료로 해 주는 것으로 아는데 그러면 활동에 어려움과 애로사항이 많지 않나?
"지난해 말부터 국내 의료인들을 우선대상으로 인권피해자 치유프로그램(인권클리닉)을 위해 모금을 시작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고 후원회원으로 가입해주셨다. 이 분들의 동참으로 기금이 어느 정도 모여 인권클리닉을 오픈하고 피해자 지원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심리치료와 관련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나 다른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후원 형식으로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아직은 재정적으로 부족해서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과 의사들은 거의 자원봉사로 피해자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의료제도의 한계로 의료인들이 경제적 수입에 집중하도록 몰아가는 비인간적인 시스템이 의료계 현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건강과 고통을 접근하면서 의료조차 상품화하는 현실에 맞서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실천하는 의료인들이 많다.

인권클리닉에서 피해자 지원활동을 하는 의료인들은 물론이고 노숙인들, 이주노동자들, 재난지역이나 빈곤층들을 위해 개인비용과 시간을 들여 현장에서 활동하는 의료인들은 이미 인권의학을 실천하는 의료인들이다. 향후 폭력피해자들을 위한 "트라우마 치유센터"를 통해 포괄적이고 전문적 의료지원 제공을 위해서는 자원봉사 의료인 이외 상근 치료자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난 5월 1일 인권의학연구소는 "트라우마 치유센터" 건립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오마이뉴스 마라톤 대회에 단체로 참가하기도 했다. 더 많은 의료인들과 피해자 지원에 공감하시는 시민, 단체, 기업들의 관심과 후원이 절실하다. "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 소장, 내과 전문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석사(내과학),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생리학). 미국 조지타운대와 국립보건원(NIH)에서 암연구를 하던 중 9ㆍ11 테러와 '테러와의 전쟁'을 미국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2003년부터 조지메이슨대 분쟁학 연구소에서 국제분쟁학 공부를 시작하게 하였다.

2005년 1월, 분쟁지역 현장실습 중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고문 피해자들을 치료하는 "이스라엘의 인권을 위한 의사회" 의사들을 만나면서 인권과 의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후, 폭력적 분쟁 해결과 화해의 방법으로 의료와 평화, 의료와 인권을 접목하는 인권 의학을 공부하였다. 또한 미국과 유럽에서 인권 활동을 펼치는 의료인들과 단체들을 방문하면서 한국 사회에 인권피해자 치유프로그램 (인권클리닉)의 도입을 준비하였다.

2007년부터 국내 의대에 "인권 의학" 과목을 개설, 현재 연세의대와 아주의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2008년 10월, 고문에 가담한 의료인들에 대한 서적인 "배반당한 히포크라테스"를 번역 출간하였고, 2008년 10월, 세계의사회(WMA) 서울총회에서 "건강과 인권에 대한 의학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강연을 하였다.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고문당했던 고문 피해자들의 치유 모임에 참여하였다. 2009년 7월, 의료인들의 인권마인드를 높이고, 폭력으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들을 지원하고자 인권의학연구소와 인권클리닉을 개소하였다.

첨부파일
전두환.jpg


태그:#이화영, #노무현,5.18광주민주화운동,전두환,박정희,이근안, #인권의학, #고문피해, #김성수,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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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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