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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해군기지 현장에서 주민을 포함해 해군기지 반대 측 인사 8명을 연행했다. 해군기지 행정소송이 기각 결정된 지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라, 해군기지 공사를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정부의 뜻으로 풀이된다.

 

19일 오전 8시 30분쯤, 서귀포경찰서는 해군기지 공사가 진행 중인 강정동 해안에 경찰 병력 100여 명을 투입했다. 당시 현장에 설치된 농성 천막 주변에는 강정마을 주민들, 범대위 활동가들, 외지에서 강정마을을 찾은 평화 운동가들을 포함하여 30여 명이 지키고 있었다.

 

9시쯤에 경찰은 주민들을 향해 "업무방해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현장 농성이 업무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산하지 않으면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고 현장에 있는 주민들을 연행하겠다"고 고지했다. 경찰의 고지에도 주민들은 동요하지 않았고, 경찰은 곧바로 병력을 투입해 강제연행에 들어갔다.

 

 

한편, 당시 경찰이 병력을 투입할 시간에 강동균 마을회장을 비롯한 주민 다수는 10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도의회로 향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18일에 있었던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기각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었다. 강정마을에서 제주도의회까지는 승용차로 약 1시간 거리다.

 

마을회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경찰의 강제연행 소식을 접하고 급히 해군기지 현장으로 차를 돌려야 했다. 강동균 회장 등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경찰은 이미 강제연행을 마친 상태였다.

 

이날 연행된 사람은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동대책위원장, 주민 김종환ㆍ정경보ㆍ최종대씨, 평화운동가 최성희씨, 생명평화결사 전진택 목사, 기독교 청년 아카데미 소속 김봉현씨, 민주노동당 서귀포시위원회 김혁남 부위원장 등이다. 최근 해군기지 투쟁에 가장 열정을 보인 이들이다.

 

현장에서 경찰과 대치하면서 강제연행 과정을 지켜본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 소속 송영섭 목사는 "경찰이 미리 연행할 사람들의 명단과 사진을 확보한 다음, 공권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보면서 해당 인물만 골라서 연행했다"고 말했다. 경찰에게 '찍힌' 사람들만 골라서 연행하는 것은 업무방해 신고를 받고 법을 집행한다는 주장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는 말이다.

 

도의회에서 열기로 한 기자회견을 취소한 주민들은 해군기지 현장에서 성명서로 기자회견을 대신해야 했다. 주민들은 경찰을 향해서는 "주민의 안녕과 질서를 책임져야 할 경찰이 편법과 제도적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고, 우근민 지사를 향해서는 "해군기지를 기정사실화하고 주민갈등을 풀기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강정마을 1900여명 주민이 모두 잡혀갈 때까지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주민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강대일 서귀포경찰서장이 뱉은 말로 한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경찰이 공권력을 집행하는 것을 지켜본 마을 원로가 경찰서장을 향해, "왜 우리는 잡아가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강서장은 "내일 잡아가겠다"고 답했다. 주민들은 강서장의 이같은 발언이 주민들을 무시한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강서장의 발언이 지역 언론에 공개되자 강서장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말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19일에 있었던 경찰의 병력투입은 17일 국방부가 '공사 중단 불가' 방침을 밝히고, 18일 법원이 행정소송 항소 기각을 결정한 직후 나온 조치여서, 해군기지 공사를 급하게 밀어붙이려는 정부의 의도를 쉽게 읽을 수 있다.

 

현재 강정마을 중덕해안에 있는 또다른 천막도 28일까지 철거하라는 계고장이 날아온 상태다. 주민들과 범대위 관계자들은 앞으로 열흘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그:#제주도, #해군기지, #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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