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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이화여대 제125주년 대동제 첫날인 18일 낮 12시경. 이대 정문 잔디 운동장에서는 30여 명의 청소노동자·이화여대 학생들이 둥글게 둘러앉아 '수건돌리기'를 하고 있었다.

 

손뼉을 치며 '어디에 손수건을 놓을까' 고민하던 술래가 '지화자 좋다, 파이팅!' 팀의 팀장인 이민도(64)씨 뒤에 수건을 놓자, 이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술래를 잡기 위해 달렸다. 하지만 술래 역시 빠르게 달려가 이씨의 자리에 앉아 버렸다. 새로운 술래가 된 이씨에게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은 일제히 "노래해! 노래해!"를 외쳤다.

 

"아유, 난 못해. 아유, 숨차" 손사래를 치던 이씨는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 쉬고, 하나, 둘, 셋, 넷' 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노래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를 부르며 손수건 놓을 자리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일회성 연대 아닌 진짜 연대 위해"... 생활환경 개선 위한 장터도 열어

 

이대 총학생회는 대동제 첫날을 '후마니타스(인간다움)의 날'로 정하고 청소노동자들과 '연대'에 나섰다.

 

정윤지 후마니타스 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월 총학생회에서 미화경비 노동자들과 함께 임금투쟁을 했는데, 일회성 연대가 아닌 진짜 연대, 관계 맺기를 위해서 이번 체육대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소속인 고대·연대·이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봄, 수차례의 파업 끝에 '시급 4600원'을 얻어냈다. 당시 세 학교 총학생회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경비 노동자인 김준호(62)씨는 "이대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대동제를 즐기게 된 것은 125년 만에 처음일 것"이라며 이번 행사에 의미를 부여했다.  

 

미화·경비 노동자와 이화여대 학생들이 함께하는 '한마음 체육대회'는 '지화자, 좋다, 파이팅!'팀과 '아자, 아자, 파이팅!' 두 팀으로 나뉘어서 진행되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오전 근무'를 마친 노동자들이 속속 잔디 운동장을 찾았다. 미화 노동자, 경비 노동자, 그리고 학생들로 이루어진 각 팀의 팀장은 미화 노동자 이민도씨와 신채우(65)씨. 이대에서 5년 동안 일했다는 신씨는 "이런 행사를 함께하는 건 처음"이라며 "학생들에게 고맙고 즐겁다"고 활짝 웃었다.

 

1라운드 제기차기에 이어 진행된 수건돌리기. 등록금 투쟁으로 삭발을 한 류이슬 총학생회장이 술래가 되자, 또다시 "노래해, 노래해"가 나왔다. 류 회장이 '남행열차'를 부르자, 학생들은 물론이고 처음에는 어색해하며 쭈뼛쭈뼛해하던 '어머님', '아버님'들도 모두 함께 나가 춤을 췄다. 대부분이 60~70세인 청소노동자들과 가장 높은 학번이 07학번인 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노는' 순간이었다. 학생들은 '막간 공연'으로 그룹 시크릿의 '샤이보이'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마지막 경기는 2인 3각 릴레이 계주. 서로 손을 잡은 학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은 함께 달리고, 풍선을 터트리고, 밀가루에 묻혀 있는 사탕을 먹었다.

 

한편, 이날 이대 학생문학관에서는 청소노동자들 장터도 열렸다. 하늘색 유니폼에 검은색 앞치마를 두른 청소노동자들은 바쁘게 부추전을 만들었다. 가격은 한 장에 3천 원. 재료는 총학생회에서 준비했다.

 

정윤지 위원장은 "오늘 하루 청소노동자 어머님들이 얻은 수익은 청소노동자 생활환경 개선에 모두 사용하고, 청소노동자들을 돕겠다고 신청한 학생들이 운영하는 부스에서 얻은 수익 가운데 1%도 청소노동자들을 위해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어머님들과의 관계맺기를 위해 이번 가을 김장도 함께하는 등 지속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이화여대, #이대 대동제, #이대 축제, #청소노동자, #미화경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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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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