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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중에서 받은 돈(또는 내지 않은 돈)과 비교하여 가장 많은 벌금(과태료 등 포함, 이하 벌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누구인가?

① 길동이 어머니 : 일당 받고 모 정당 후보의 불법 전화 선거운동을 하다 적발
② 길동이 아버지 : 무임 승차하려고 지하철 개찰구 뛰어넘다가 적발
③ 길동이 형 : 대학생인데 철수의 청소년용 할인카드로 지하철 타다가 적발
④ 길동이 누나 : 지갑을 놓고 왔는데 지각할 것 같아 몰래 뒷문으로 마을버스 타다 걸림
⑤ 길동이 : 급식비를 못 냈는데 학교식당에서 급식 먹다가 걸림(일명 '도식'(盜食))

정답은 "길동이"이다. 정말? 길동이네 가족이 모두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은 배수의 벌금을 내야 하는 것은 황당하게도 길동이란다. 2011년 대한민국에서는 가장 큰 잘못이 급식비 못 냈는데 학교급식 먹는 거란다. 한번 따져보자.

 '*공지사항* 도식하는 학생, 적발시 급식비의 50배 납부'라고 적혀 있다. '도식'이라는 말 자체가 학교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학교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것이 무상급식이 시급히 시행되어야 또 하나의 이유 아닐까?
▲ 어느 학생식당 게시판의 공지사항 '*공지사항* 도식하는 학생, 적발시 급식비의 50배 납부'라고 적혀 있다. '도식'이라는 말 자체가 학교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학교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것이 무상급식이 시급히 시행되어야 또 하나의 이유 아닐까?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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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전화로 모 정당의 불법 선거운동을 하고 일당을 받은 길동이 어머니는 공직선거법 제261조에 의하여 최소 10배~50배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전에는 무조건 50배였는데 이것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서 현재는 잘못의 경중에 따라서 과태료도 달라진다. 어쨌든 최대 50배이니 그 범위 안에서 과태료를 물게 될 것이다.

2번과 3번은 지하철 무임 승차 또는 부정 승차를 한 건이다. 이에 대해서는 철도사업법 제10조(부가운임의 징수)에 의해서 운임의 최대 30배의 범위 안에서 부가운임을 벌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 그러니까 현행법상 무임 승차이든, 아니면 성인이 청소년 할인권으로 승차를 하는 부정 승차이건 30배 이내에서 벌금을 물어내야 한다.

4번 (마을)버스 무임승차에 대해서는 법에 정해진 과태료 조항(부가 운임 조항)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전직 버스 운전기사도 무임승차 과태료 관련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고, 승차를 거부할 수 있다고만 한다. 가끔 지갑을 놓고 왔다고 하면 버스 기사 아저씨가 그냥 태워주는 이유가 이래서인가 보다. 다만, 경범죄처벌법에 무임 승차나 무전 취식의 경우에 배수 규정은 아니지만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을 내릴 수 있다는 조항은 있다.

5번, 길동이는 급식비를 못 냈지만(안 냈는지, 못 냈는지는 다를 수 있다) 친구들 사이에 끼어서 점심 급식을 먹다가 학생부장에게 걸렸다. 얼마의 벌금을 물어내야 할까? 50배란다. 물론 학교급식법이니 경범죄처벌법 같은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모든 학교에서 이렇게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이런 학생에게 급식비를 50배 물렸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학교나 급식업체에서 도식을 하는 학생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만든 '공지사항'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학교에 도식(盜食)이라는 말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불행이고, 비교육적인 일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그러나 학생은 예외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와 참교육학부모회, 참여연대, 전교조 서울시지부, 서울친환경무상급식추진본부 소속 회원들과 학부모들이 지난 3월 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거부를 비판하며 서울지역 5·6년 학생들에 대한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와 참교육학부모회, 참여연대, 전교조 서울시지부, 서울친환경무상급식추진본부 소속 회원들과 학부모들이 지난 3월 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거부를 비판하며 서울지역 5·6년 학생들에 대한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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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교육청(교육감 곽노현)에서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에 대해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극구 반대하며 의회 출석마저 거부하고 있다. 이를 받아 보수적인 시민단체들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주장하며 서명을 받고 있는 중이다. 좌파 포풀리즘이니, 사회주의니 하는 구시대적 어휘들도 등장하고, 선거 때마다 이슈가 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환경 재료로 만든 밥 한끼 공짜로 먹이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최근 <한겨레>는 북유럽의 복지국가인 스웨덴에 대한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스웨덴은 지금으로부터 65년 전인 1946년부터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아예 스웨덴 교육법에 학교급식은 무상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고 한다. 스웨덴의 한 학교 교감은 "아이들에게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가르치면서 정작 학교에서 가정환경에 따라 학생을 차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무상급식은 교육의 일환으로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다.

2011년의 대한민국은 1946년의 스웨덴보다 못 사는 나라인가? 아니면,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고 가르쳐야 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모든 인간은 평등하지만 학교 급식은 예외다"라고 가르쳐야 하나?


태그:#무상급식, #도식,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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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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