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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에 간 판검사가 있을까" 저자 김용원 변호사. 수사검사 출신인 그는 노회찬 전 대표에 대한 대법원 일부 유죄 판결을 향해 "대법원이 보호해주고 싶은 비밀이 뭐냐"고 비판했다.
 "천당에 간 판검사가 있을까" 저자 김용원 변호사. 수사검사 출신인 그는 노회찬 전 대표에 대한 대법원 일부 유죄 판결을 향해 "대법원이 보호해주고 싶은 비밀이 뭐냐"고 비판했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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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다물고 그냥 살아라. 왜 자꾸 따지냐? 입 함부로 놀리면 신세 조진다. 힘 있는 사람들과 잘 살아라. 그렇지 않으면 고달프다.' 노회찬 전 대표를 향한 대법원 판결은 이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수사검사 출신인 김용원 변호사는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에게 내려진 대법원의 판결을 이렇게 꼬집었다. 자신의 저서 <브레이크 없는 벤츠>(1993년)와 <천당에 간 판검사들이 있을까>(2011년)에서 검찰과 법원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김 변호사는 "법원이 여전히 기득권의 수호자임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3일 노 전 대표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을 위반했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형벌 법규 해석의 초보적 원칙도 저버렸다"

17일 오후 법무법인 '한별' 사무실에서 만난 김 변호사는 "대법원은 검사들이 떡값을 받았더라도 그것을 공개하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판결문에서 폈다"며 "이것은 정말 황당무계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법원은 공소장 변경절차 없이도 직권으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적시한 대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으로 볼 때 떡값검사의 실체가 사실이더라도 그것을 인터넷에 실명으로 공개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김 변호사는 "이것은 대법원이 명예훼손죄를 신줏단지처럼 지극정성으로 떠받들고 있어서 생긴 것"이라며 "한마디로 '입 함부로 놀리지 마라'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한국의 현대사에서 판검사의 역할이 무엇이었나?"고 물은 뒤, "그들은 국민적 정당성이 없는 권력, 즉 친일세력, 군사독재세력 등의 주구 노릇을 해왔다"며 "그들은 권력의 명예를 철저하게 보호해왔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판검사들은) 명예훼손, 통신비밀보호, 사생활보호 등을 통해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박탈해왔다"며 "하지만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을 포함한 서구국가의 기본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대법원이 노 전 대표가 통비법을 위반했다고 인정한 점도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통비법 제3조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16조 1항에 따라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제1호)나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지득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를 처벌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통비법 제16조 1항은 본인이 공개되지 않은 대화를 녹음해서 공개하면 녹음행위와 공개행위를 모두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라며 "하지만 노 전 대표는 이러한 통비법 제16조 1항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노 전 대표는 제3자가 녹음해서 알려진 대화내용을 우연히 알게 된 경우"라며 "이런 경우 그 내용을 공개하더라도 통비법 제16조을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의 녹음 또는 청취행위 등에 관여하지 아니고 다른 경로를 통하여 대화의 내용을 알게 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불법 감청·녹음 등이 이루어진 사정을 알면서 이를 공개·누설하는 경우에는 통비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 변호사는 "형벌 법규 해석의 초보적 원칙인 '확대해석 금지'나 '유추해석 금지'를 정면으로 저버린 판결"이라며 "이는 위헌적인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을 변화시키려면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켜라"  

이어 김 변호사는 "대법원은 노 전 대표의 떡값검사 공개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결했다"며 "하지만 거대언론 사주와 거대재벌 2인자가 만나 공직자들에게 수백, 수천만 원의 뇌물 주는 것을 논의하는데 이것이 비상한 공적 관심사가 아니라고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은 노 전 대표가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인터넷에 떡값 검사들의 명단을 공개한 것에도 '상당성'이 없다고 했다"며 "그렇다면 노 전 대표가 대검에 수사촉구서를 보내면 대검이 '잘 알아서 수사하겟다'고 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의 힘을 받지 않고는 수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같은 대법원의 판결내용을 향해 "잠꼬대도 유분수가 있지"라며 "법원이 (재벌과 검찰 등) 추악한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하는 셈"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또한 김 변호사는 "2심은 통비법 위반 부분에서도 사회적 상당성이 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며 "인권보호 차원에서 하급심의 유죄를 무죄로 돌려보내야지 하급심의 무죄를 유죄로 돌려보낸 것은 대법원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이 보호해주고 싶은 비밀이 과연 떳떳한 비밀이냐?"라며 "대법원이 기성권력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전형적인 보수집단인 검찰과 법원은 기성권력의 수호자로서 기능하고 있다"며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은 기득권세력이 저지르는데 그것을 법조집단이 보호해주고 있다"고 거듭 법조계를 성토했다. 

끝으로 김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알파와 오메가"라며 "법원과 검찰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1983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울산·부산·수원지검 등에서 수사검사로 근무했다. 현역검사 시절 '브레이크 없는 벤츠'로 불렸다. 현재는 법무법인 한별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대법원은 통비법 위반 부분만 유죄로 인정"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인터넷 홈페이지 게재에 의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고 주문했다.

대법원의 주문에서 주의할 대목이 있다. 주문 내용으로만 보면 노 전 대표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검사들의 명예를 훼손했고, 통비법을 위반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언론들도 대법원이 두 가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파기의 범위'에서 "인터넷 홈페이지 게재에 의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부분은 위법은 없다"고 적시했다. 이어 대법원은 "(하지만) 파기되는 통비법 위반 부분과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이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부분은) 함께 파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즉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부분은 무죄이지만 그것이 통비법 위반 부분과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기 때문에 함께 파기환송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대법원은 노 전 대표의 통비법 위반 부분만 인정한 것이다.

김용원 변호사도 "대법원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과 통비법 위반을 파기환송했다고 해서 노 전 대표의 두 가지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대법원은 노 전 대표의 통비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상상적 경합관계'란 '하나의 행위가 동시에 두 가지 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말한다"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무죄인데 통비법 위반 부분과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파기환송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언론들이 판결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보도했다"며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통비법 위반 부분만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태그:#김용원, #노회찬, #떡값검사,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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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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