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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친근한 글쓰기로 여러 생활법률 이야기를 들려주는 김용국 시민기자가 새로운 책을 내놓았다.
 평소 친근한 글쓰기로 여러 생활법률 이야기를 들려주는 김용국 시민기자가 새로운 책을 내놓았다.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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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하라 그래!"

흔히 너무 쉽게 내뱉는 말이다. 산다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 맺기다. 늘 웃으며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동화책이 아니다. 내 뜻 같지 않고, 처음과 달라지는 약속들. 그럴 때 사람들은 법을 찾는다.

그런데 그 법 제대로 알고 있을까? 평소 '무슨 법이 이따위야?'라며 한가득 불평을 늘어놓긴 쉽지만, 막상 그 법을 이용하려 할 때 드는 막막한 기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 자신의 억울함을 알릴 것인가. 절차는, 비용은? 누구 법에 대해 아는 사람 좀 없을까.

"작가요? 아이고 그런 이야기는 부담스러워요.(웃음)"

환하게 웃는 이 남자. 바로 이 사람의 머리와 손끝에서 그런 지식이 쏟아진다. 김용국 시민기자. 서울 동부지법에 근무하는 법원 공무원이자 높은 조회 수는 물론 양질의 기사로 유명한 시민기자기도 하다. 작년에 펴낸 <생활법률 상식사전>(위즈덤하우스)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저서인 <생활법률 해법사전>(위즈덤하우스)을 내놨다. 지난 11일 저녁, 책 때문에 그간 멀리했다던 소주 한잔을 곁들인 인터뷰를 나누었다.

이미 알 만한 이는 알 듯이 그가 풀어내는 법률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어왔다. 각종 소송은 물론 생활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분쟁까지, 독자들은 그의 사려 깊지만 친근한 글에서 지식을 얻어갔다. 올해 그간의 집필활동에 새롭게 추가된 자료들을 더해 또 한 권의 법률 실용서를 탄생시켰다.

글쓰기와 직장생활 모두 중요해

이번에 나온 책에는, 실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다.
 이번에 나온 책에는, 실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다.
ⓒ 위즈덤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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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출간된 책의 경우 보름 만에 3쇄를 찍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쉽게 읽히는 법률실용서가 거의 없었다는 방증일 터. 밀리언셀러 급의 초대박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도 꾸준히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책을 보시고 연락 주셔서 질문하시는 분들이 주로 40~50대 아주머니·아저씨들입니다. 제가 애초 목표로 했던 게 법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거였죠. 그런 부분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본인의 업무와 관련됐다고는 해도, 직장생활을 하며 책을 낸다는 게 결코 만만치 않은 일. 이에 대해 특히 이번 책을 쓰면서는 술자리는 물론 개인약속을 거의 잡지 않았다고 한다.

"거의 1년간 남들이 술 마시고 취미활동 하면서 보냈을 시간 모두를 쏟아 부었고요. 막판엔 새벽 새벽 3~4시까지 작업을 하곤 했죠. 보람되기도 하지만 때때로 감옥에 갇힌 기분이기도 했어요. 물론 그만큼 본업에도 충실했습니다. 만일 책 때문에 일을 등한시 하면 주변에서 곱게 볼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 시선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했고요."

그래서 작업을 마친 지금 두 가지를 다 해낸 것에 대해 작은 만족을 느낀단다. 그러며 평소 법원공무원으로써 민원인들을 보며 느꼈던 아쉬움을 담아냈다고 한다.

"제가 민원인들에게 법률상담을 할 순 없거든요. 해드려도 안 되고. 권한 밖의 일이죠. 그러면 궁금한 분들에게 어떻게 해드려야 하나. 그래서 책을 통해 이야기하는 거죠. 역설적으로 대중이 법을 '만만하게' 여길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법, 어렵고 무섭게만 생각해선 안 돼"

어렵고, 무섭고, 헷갈리고,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법'이란 한 음절에서 사람들은 다양하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이에 대해 김용국씨는 법원에 오시는 민원인들의 절반 정도는 두려워하거나 적대적인 마음만 갖고 계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다.

"과거 군사정권시절 사법 살인 등이 있었던 건 사실이죠. 법원을 비판하는 건 자유지만 무조건 예전의 잣대로 현재를 재단하는 건 경계할 부분입니다. 시대가 달라졌고 예전같이 영장도 없이 잡아간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요. 자신의 주식이 오르내리는 것엔 관심을 두면서, 소송에 관해선 방치를 해두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 놓고 패하면 법원이 썩었다고 비난합니다. 안타깝죠."

물론 지난 시절 법이 일반인에게 어렵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 이유는 소수 전문가들이 좌지우지했기에 용어나 절차 등을 쉽게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책을 쓰면서 '유치할 정도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애를 썼단다. 그러며 법원을 비판하는 건 좋지만, 그 전에 '왜 그랬을까'를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입사원서 쓰고 면접 볼 때 열심히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결과가 다르겠죠. 마찬가지입니다. 판사는 신이 아니에요. 어떻게 재판에 임했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또한 물건 살 때 가게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곳에 가면 되지만, 법원은 대체재가 없어요. 그렇다면 비판하더라도 활용해야만 합니다."

한편 궁극적으로는 법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깨어 있는 의식으로 견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믿는단다. 한 예로 지난 3월 학교 내 간접체벌이 가능하도록 초중등교육법률의 하위법령인 시행령이 바뀌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사실을 모른 채 체벌찬반 논쟁에만 매달려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법대로 사는 세상, 어떨까?

'법'이란 단어는 늘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 그런 인식을 깨기 위해 책을 집필 했다고 한다.
 '법'이란 단어는 늘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 그런 인식을 깨기 위해 책을 집필 했다고 한다.
ⓒ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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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문득 법대로 살면 살만한 세상이 될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법대로 사는 세상이 이상향이 되려면 우선 제대로 된 법이 선행되어야 겠죠. 그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만 노력해선 안 되고, 시민들이 늘 깨어 있는 정신으로 견제를 해야만 합니다. 소비자의 항의에 제조사가 리콜을 하듯이 법도 마찬가지죠. 별 말이 없으면 그냥 넘어갑니다. 그래서 시민들의 관심이 중요합니다."

그가 말한 것처럼 법은 시민들 스스로가 만들어가고 고쳐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생각보다 다양하게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지난 번 책의 5배가 넘는 자료를 동원하느라 많은 시간이 들었다는 이번 책에 더욱 관심이 간다.

"작년에 낸 책이 법률용어 등 아주 기초적인 부분을 다뤘다면, 이번 책은 응용 편쯤 될 겁니다. 택배 배달사고, 교통사고, 동물사고, 직장 내 명예훼손이나 성희롱 관련 등 실생활에서 실제 벌어졌던 다양한 사례를 담았죠. 안락사, 불심검문, 부부강간, 성매매와 같은 민감한 문제도 다뤘습니다. 법이 어디까지 얼마나 개입하는 게 맞는지 함께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어쨌건 내 이름을 단 책을 만드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혹시 '나도 한 번쯤'하고 자신만의 책을 꿈꾸던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을까.

"흔히 두 가지 일을 했다고 하면, 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소홀히 해도 괜찮은 본업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못하는 사람이 책을 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능력보다 자세가 우선이겠죠. 스스로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되고, 그런 분들이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고 봅니다."

"무죄 관련 사건 다루고 싶어"

막힘없는 대답을 듣다보니 문득 그의 다음 책이 궁금해진다. 너무 이른 질문이 될 것 같아 망설였지만, 질문보다 훌륭한 대답이 돌아온다.

"아직 없었던 시도인데…, 법원에서 무죄를 받는 게 1%가 채 안 됩니다. 그 각각의 사연들이 기구하죠. 시대를 뒤흔들었던 사건도 많고요. <무죄를 말한다>라는 제목쯤으로  무죄관련사건에 대해 파헤치고 싶어요. 가능하면 당사자들 인터뷰도 해보고요. 주목할 만한 사건을 뽑아 관련 법 조항 등도 분석해 깊숙이 다루고 싶네요."

멋진 생각이다. 벌써 기대감이 앞선다. 하지만 혹시 이런 계획, 남이 가로채면 어쩌려고 발설하나. 김용국 기자만의 글쓰기 방식이 대중적으로 통하고 널리 읽힌다는 건, 한 변호사가 그간 연재된 글을 무단으로 자신의 홈페이지에 옮겨놓았던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알 만한 사람'마저도 법을 어긴 사례.

그런데 "그럼 어쩔 수 없죠"라고 소탈하게 웃으며 소주잔을 털어 넣는다. 기사 보시는 다른 작가나 출판관계자 분들. 남의 아이디어 도용하는 것, 엄연히 법에 저촉되는 행위라고 <생활법률 해법사전>에 잘 나와 있다. 읽고 참고 하시라.


생활법률 해법사전 - 누구나 한번은 법원 갈 일이 생긴다

김용국 지음, 위즈덤하우스(2011)


태그:#생활법률 해법사전, #김용국, #법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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