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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씨가 14일 오후 평택대학교 음악당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자 가족 위한 토크 콘서트에서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다.
 김제동씨가 14일 오후 평택대학교 음악당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자 가족 위한 토크 콘서트에서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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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노동자? 저 솔직히 그런 거 잘 몰라요. 그냥 웃는 거죠. 이때만큼은 다 같은 관객이고 사회자 아닌가요."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족들이 모처럼 웃었다. 2009년 4월 쌍용차 옥쇄 파업 이후 일터와 함께 웃음을 잃은 지 2년만이다. '웃음 제조기' 김제동 앞에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김제동, 무료 콘서트로 해고자 가족 지원 동참

14일 오후 대동제 뒤끝이라 쓸쓸하기까지 했던 경기도 평택시 평택대학교 음악당이 또다시 웃음으로 들썩였다. 이날 김제동씨가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을 위로하려고 무료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이 자리엔 해고자 가족 100여 명을 비롯해 400여 명의 청중들로 가득 찼다.

지난 2월 말 쌍용차 '무급휴직자' 임아무개씨 돌연사로 두 자녀가 부모를 모두 잃는 등 지난 2년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갑자기 숨진 쌍용차 노동자는 14명에 이른다. 이번 콘서트를 앞둔 지난 10일에도 '희망 퇴직자' 강아무개씨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사망하기도 했다.

해고자 가족들의 죽음이 계속되자 가수 박혜경씨를 시작으로 사회 각계의 온정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 박사가 두 달 전부터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을 위한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김제동씨도 자신의 '웃음'으로 동참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김선기 평택시장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해고자, 휴직자 복직에 물심양면 지원을 약속했다. 

김제동 입담에 2년만에 다시 찾은 '웃음'

14일 오후 평택대학교 음악당에서 쌍용차 해고자 가족 위한 토크 콘서트를 연 김제동씨
 14일 오후 평택대학교 음악당에서 쌍용차 해고자 가족 위한 토크 콘서트를 연 김제동씨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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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기자가 이런 데 오는 거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던데, 여기도 사람 사는 데인데요. 주말에 집에 혼자 있으니 외로워서 밥 먹으러 왔습니다."

김제동씨는 이날 2시간 남짓 마이크를 붙잡고 재치있는 입담으로 해고자 가족들에게 편안한 웃음을 선물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역시 행사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김제동씨에게 모든 진행을 맡겼다.

"노동자, 농민, 자본, 재벌, 시민… 이런 거창한 거 잘 모르겠고 사람들이 함께 살아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잖아요. 아이들이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한 거고. 여러분 웃기고 싶은 이유요? 제가 행복해지고 싶어서죠."

"'사촌이 땅을 사면...' 다음에 뭐냐고 물으면 어른들은 전부 '배가 아프다'고 하는데 속담을 모르는 아이들은 마음대로 바꿔요. '가본다' 일단 가보고 나서 배가 아플지는 그다음에 결정하겠다는 거죠. 쌍용차, 4대강 어떻게 돼 있는지 가보고 결정하라는 거예요.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달라질 것 없잖아요."

정혜신 박사와 노래 부르며 해고자 가족들 '눈물'

"'호랑이가 죽어서...' 다음에 뭐냐고 물었더니 '~안됐다'고 그래요. 사람이나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면 뭐합니까. 살아서 뛰어다는 게 좋은 거지."

청중들은 김씨의 부담없는 유머에 박장대소하다가도 이렇듯 '죽음'을 언급하는 대목에선 순간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특별 게스트로 나선 정혜신 박사는 노래로 이들의 마음을 달랬다.

정 박사는 '오빠 생각', '메기의 추억', 유심초의 '사랑이여' 등을 직접 피아노로 연주하며 청중들과 함께 노래로 입을 맞췄다. '그리움'을 떠올리는 노랫말에 이정희 대표 등 일부 청중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정혜신 박사는 "오늘 해고노동자와 희망퇴직자들이 많이 오시길 기도했다"면서 "그동안 두려워서 이런 자리 못 나오는 거 잘 알고 있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8주 전부터 용감한 '13인 전사' 중심으로 안에 있던 상처를 꺼내놓기 시작해 7~8주 동안 많이 좋아졌어요. 속에 분노가 있었는데 화가 덜 난다는 분들도 있고 기억을 차단하려 애썼는데 없어지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분도 있었어요. 8주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면 새로운 팀을 짜서 진행할 생각이에요. 또 부모의 불안은 아이들에게도 전달돼요. 77일간 옥쇄 파업 당시 폭력에 노출돼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이에요. 아이들 돕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어요."

14일 오후 평택대학교 음악당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자 가족 위한 김제동토크 콘서트에서 정혜신 박사 피아노 반주로 관객들과'오빠 생각', '사랑이여' 등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다.
 14일 오후 평택대학교 음악당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자 가족 위한 김제동토크 콘서트에서 정혜신 박사 피아노 반주로 관객들과'오빠 생각', '사랑이여' 등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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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자, 함께 놀자, 그리고 함께 웃자"

"일본 고베 대지진으로 수 천 명이 죽은 뒤 절망감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많아 일본 정부에서 역학조사를 해봤더니 방제 여건보다 지역사회 공동체가 살아있고 서로 관계가 작동되는 지역에서 생존율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관계가 파괴되지 않아야 집단의 생존율 높아져요. 여러분 투쟁하는 옷 등판에 문식 같이 붙은 구호가 '함께 살자'인데 함께 살아야 살 수 있습니다. 잊고 살려는 것 이해하지만 같이 모여야 살 수 있어요. '레몬트리 공작단' 메시지가 '함께 살자', '함께 놀자' 2가지에요. 함께 살고 노는데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정혜신 박사의 당부를 끝으로 다시 바통을 이어받은 김제동씨는 잠시 눈물로 숙연해진 청중을 다시 웃음으로 되돌려 놨다.

"함께 살자, 함께 놀자. 추가하자면 함께 웃자에요. 함께 노래하면 울컥하다 '간주중~'이란 자막보고 모두 웃었는데 우리 삶에도 간주가 필요하구나, 자신을 편하게 둘 때가 필요하다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은 늘 우리 주변에 있어요. 네잎 클로버를 찾다 꽃말이 '행복'인 세잎 클로버를 밟곤 하는데 그건 '행운'을 찾다 행복을 짓밟는 거예요. 조금만 떨어져 보면 웃길 일은 많아요."

"KBS 사장 제가 잠시 잘랐어요... 여러분도 그렇죠?"

콘서트 말미 김제동씨는 'KBS 퇴출'이라는 자신의 처지에 빗대 해고 노동자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주문해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KBS 대상 타고 요즘에는 잘 안 부르는데, KBS도 사실 제가 안 나가는 거예요. KBS 사장도 제가 잠시 잘랐어요. 여러분도 잠시 그쪽(쌍용차 사장)을 잘라놓은 상태죠? 다시 이으면 되죠."

김씨는 "밥 잘 먹었습니다, 밥값 하러 또 오겠습니다"라며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마지막으로 무대를 내려왔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이창근 쌍용차 노조 기획실장은 "오늘 김제동씨 덕분에 모처럼 해고 노동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면서 아무런 대가 없이 콘서트를 연 김씨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행사가 끝난 뒤 지난 2월 임아무개씨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날 아내와 함께 콘서트를 찾았다는 그는 모처럼 만면에 활짝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지난주도 울고 이번 주도 울었는데 오늘은 마음 놓고 웃었습니다."


태그:#김제동, #쌍용차, #정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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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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