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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쳐놓은 천막 우측으로 한남동 대중음악·뮤지컬 공연장 주차장 증축공사 현장이 보인다.
 주민들이 쳐놓은 천막 우측으로 한남동 대중음악·뮤지컬 공연장 주차장 증축공사 현장이 보인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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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3번 출구, 옛 한남동 면허시험장 부지에 위치한 한남동 대중음악 및 뮤지컬 공연장 건설현장. 지하철역에서도 '탕탕' 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오는 8월 완공 후 11월 개관하는 이곳 '블루스퀘어'에는 1600석 규모의 뮤지컬 공연장과 1268석 규모의 콘서트 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문공연장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공연장 맞은편 환승주차장에는 296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지상 2층 규모의 주차장이 증축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부터 민자사업으로 이 공사를 진행해 왔다. 

12일 오전 기자가 찾은 공연장 건설현장 앞에는 한 70대 남성이 쓰려져 있었다. 한남동 727-2번지 25통장인 강용구(55)씨는 "오전에 코오롱 건설에서 주차장 공사를 강행하는 걸 막다가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 지역 주민 김무웅(71)씨는 "아줌마 혼자서 (공사장 인부) 열댓 명한테 밀리니까... 나이가 많고 힘이 없어서 밀렸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김씨는 이후 구급차에 실려갔다.

"공연 끝나고 주택가에 차 몇백 대 지나가면..." 

주민들에 천막 주변에 붙여놓은 게시물.
 주민들에 천막 주변에 붙여놓은 게시물.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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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주민 20여 명은 5월 초부터 주차장 공사를 막기 위해 공사현장 인근에서 매일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대부분이 강 통장과 같은 50~60대다. 파란색 천막 옆에는 '한남동 문화예술 공연장 지하철 환승 주차장 증축공사 결사반대한다―한남동 주민일동'이라고 쓰여 있는 노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한남동 주민들이 주차장 건설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대립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연장 공사가 1년여간 진행되면서 소음과 통행불편 등이 있었지만, 한남동 주민들은 공사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서울시에서 '한남동 주차전용건축물 민간투자사업시설 주민설명회'를 했을 때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강용구 통장은 "그때 주민들이 주차장을 지상에 증축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주민들은 지난 4월 서울시에 탄원서를 보내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주차장 건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주차장 건설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주거환경문제를 들었다. 기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한 결과, 현재 건설되어 있는 환승주차장의 고도는 주차장 바로 뒤편에 있는 4층짜리 빌라의 2층 높이와 비슷했다. 강 통장은 "여기에 2층짜리 주차장이 올라가면 빌라를 다 가린다"고 말했다.

농성현장에 나온 한 주민은 "안 그래도 고속도로 매연 다 마시면서 사는데, 고도도 높은 주차장에 2층짜리 주차장까지 증축되면 이건 주차장을 떠받들고 살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주민은 "공연 끝나고 (차) 몇백 대가 나가면 어떻게 되겠어요"라고 물었다.

지난 4월 12일 한남동 주민일동이 서울시에 보낸 탄원서를 보면 "저희 동네는 동쪽으로는 1호 터널 출구와 강남 경부고속도로 진입로가 있고, 서쪽으로는 이태원도로 북쪽으로 중구 방향에서 진입하는 차량진입로가 있다"며 "이렇게 이 지역 주민들이 매연과 소음 속에서 공연장 신축으로 인한 소음 및 공해 등의 고통을 감수하면서 빨리 공사가 진행되기를 기다렸는데 공영주차장에 2층으로 공연장 주차장을 증축한다니 주민들이 어떻게 찬성을 하겠습니까"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주민들은 지상이 아닌 지하로 주차장을 증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 측에서는 "암반이 나오고 공사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지하주차장 건설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주민들 의견 전혀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사 강행" 

주민들이 한남동 대중음악·뮤지컬 공연장 주차장 증축 공사를 하려는 인부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이 한남동 대중음악·뮤지컬 공연장 주차장 증축 공사를 하려는 인부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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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몸싸움까지 하면서 주차장 공사를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서울시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설혜영 용산구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의 문화복지를 위해서 대중음악공연장을 건립하겠다고 하는 건데, 해당지역 주민들과는 소통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를 주고 있다"고 서울시를 비판했다.

강 통장은 "서울시가 주민설명회에서 주차장 증축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부터 시작해서 우리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오늘만 해도 그렇다. 지난 월요일 면담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으면서 이런 식으로 공사를 강행하는 건 주민들을 기만하는 거 아니냐"고 분노했다.

강 통장에 따르면, 지난 9일 서울시 문화정책과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주민들은 '지상주차장을 꼭 건설해야 한다면, 주차장 주변에 녹지공원을 조성해 달라'는 데까지 의견차를 좁혔다. 서울시 역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사흘 만에 주차장 공사가 재개되자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더 거세졌다. 취재가 진행되는 동안 인부들이 주차장 주변에 철제 펜스를 치려고 하자, 90대 남성까지 달려가 이를 저지했다. 한 여성주민은 나뭇가지로 인부를 공격하려 했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이미재 용산구의원이 "현재 서울시가 주민들의 의견을 검토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중재해 보려고 했지만, 한 주민이 "검토 중이면 공사를 중단해야지 지금 우리를 우롱하는 거냐"라고 이 의원에게 소리치기도 했다. 

한남동 주민들의 반발에 대해 서울시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공사 일정이 정해져 있는데 민원인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지 않느냐"며 난감해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주민설명회를 늦게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면서도 "주민설명회는 법적인 절차가 아닌데도 저희들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월요일 면담 이후 다시 공사를 강행한 것과 관련, "녹지 조성 등의 요구사항을 반영해서 설계를 다시 하고 있지만 그 때까지 공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태그:#블루스퀘어, #한남동, #한남동 대중음악공연장, #대중음악 뮤지컬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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