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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 이백면 양가리에 살고 있는 양병호(29)씨가 벼를 심기위해 논두렁을 제 정비 하고 있다.
 남원시 이백면 양가리에 살고 있는 양병호(29)씨가 벼를 심기위해 논두렁을 제 정비 하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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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하는 물건이래요?"
"이거요? 논둑을 정리하는 논두렁조성기예요."
"참 희한하게 생긴 것이 신기하네요. 그 기계는 얼마 주고 사신 거예요?"
"이거요? 산 거 아니고 농업기술센터에서 빌린 건디요. 일 년에 한 번 사용하는데 비싸서 살 수가 없당게요."

전북 남원시 이백면 양가리에 살고 있는 양병호(29)씨가 모내기를 위해 무너진 논둑을 다듬고 있다. 젊은 사람이 농사일을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고 농촌에서 보기 드문 전경에 이제는 농촌도 달라져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농기계를 대여해 주는 곳을 찾아가 보기로 맘먹고 남원시에 있는 농촌기술센터로 발길을 옮긴다.

완성된 논두렁이다.
 완성된 논두렁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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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는 지역상 대체로 해발 480미터에 이르는 고지대이다 보니 다른 지역보다 좀 이른 농사를 시작한다. 때문에 지금이 농사일을 시작하는 적기인 셈이다. 요즈음이 모내기가 한창이지만 농촌에는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도시로 나가고 고향을 지키는 연로하신 어르신들만 살기에 일손이 턱없이 모자라다. 어릴 적 어르신들은 농번기에는 숟가락들 힘만 있으면 논으로 밭으로 나가 일손을 거들어야 한다고 늘 말씀하시곤 하였다.

언제부터인가 농촌에서 농사짓는 젊은 사람을 만나기가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 따기처럼 여겨졌는데 요즈음은 많이 달라졌다. 최신식 농기구가 등장했기 때문에 농사짓기가 수월해진 터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보다 젊은 사람들이 농기계를 다루기가 쉽기 때문에 농촌도 변화가 되고 있는 추세다.

농기계담당 오희재씨(51)가 ss퇴비살포기 이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농기계담당 오희재씨(51)가 ss퇴비살포기 이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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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 이백면 서곡리에 있는 농업기술센터에 도착하니 다양한 농기계들이 즐비하게 정리정돈 되어 있었다. 농기계 임대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오희재(51)씨가 반갑게 맞이한다.

"남원시는 농업 인구가 25% 정도 되는데 많은 양의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농기계값들이 대체로 고가인 데 비하여 일 년에 사용하는 횟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농촌에서 쉽게 구입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시에서 운영하는 이곳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루하루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답니다.

이 사업은 2008년 말부터 시작했는데 홍보와 입소문을 통해 전년도에 비해 매년 40~50% 정도가 매해 증가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이런 시설과 제도가 있는 것조차 모르기도 하거니와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기에 장비를 사용할지 몰라 힘들게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죠.

농기구임대사업은 농사짓는 사람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사업이지 수익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에요. 남원시 시조례 제정을 거쳐 운영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농기계의 종류와 임대비용은 지방단체마다 좀 다르다고 볼 수 있죠.

기계를 대여해 줄 때 사용방법에 대한 교육과 안전교육은 필수로 하고 있고, 농업인 안전공제보험에 가입한 사람에 한해 임대를 해주고 있답니다. 원동기가 달린 농기계에 한해서 보험을 들게 되는데 1년 보험료가 12만 원이에요. 그중 50%를 국가에서 지원해주고 있답니다."

논두렁조성기를 임대하러 온 김희영(60)씨에게 농촌기술센터에서 근무하는 박용엽씨(43)씨가 기계사용법과 안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논두렁조성기를 임대하러 온 김희영(60)씨에게 농촌기술센터에서 근무하는 박용엽씨(43)씨가 기계사용법과 안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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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삼매면 관동리에 사는 김희영(60)씨가 논두렁 조성기를 빌리기 위해 찾아왔다.

- 이 기계를 이용해보니 어떠세요?
"2년째 농사철이면 이곳을 이용해 빌려다 쓰고 있는디 50명 정도가 할 수 있는 일을 반나절이면 할 수 있당게…. 요즈음 농촌에는 일할 사람도 읍는디 일도 빨리 끝낼 수 있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해 치우니 인건비도 덜 수 있제. 하루에 40마지기나 되는 논두렁을 정리할 수 있당게요."

관리겸다목적비닐피복기’를 빌려갔던 좌측에서 두번째 신정동에 사는 임채옥(60)씨가 작업을 마치고 기구를 반납하기위해 센터를 찾아왔다.
 관리겸다목적비닐피복기’를 빌려갔던 좌측에서 두번째 신정동에 사는 임채옥(60)씨가 작업을 마치고 기구를 반납하기위해 센터를 찾아왔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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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겸 다목적비닐 피복기'를 빌려 갔던 신정동에 사는 임채옥(60)씨가 작업을 마치고 기구를 반납하기 위해 센터를 찾아왔다.

"오늘 빌려 간 것은 처음 사용하는 거라서 처음에는 좀 어려웠지만 몇 번 하고 나니 익숙해져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제. 집사람과 함께 5시간 동안 두둑을 만들고 비닐까지 씌우는데 1200평 정도 했으니께. 근디 콩 타작하는 기계는 있는디, 깨 터는 기계는 왜 없는 겨? 그것도 맹그러보라고 햐~ 허허허….

'농자천하지대본'인디 (농업을 장려하는 말) 농부들이 힘들게 농사지어 수확할 때가 되면 물량이 너무 많아 똥값이 되버린 게 살맛이 안 나지. 지난해에는 배춧값이 폭등하여 배추김치가 금치였는디….

봄배추를 많이 심은 사람들이 배춧값이 폭락하니 계약했던 중간상인이 계약금을 포기한다고 해서 작업하자니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그대로 방치해 두는 농가도 있어서 양쪽이 모두 손해를 보게 되었제. 정부는 농민들이 제대로 작물을 제배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정책을 제시해 주어야 하는디 그저 묵묵히 땅 파고 농사만 짓는 우리가 뭘 알간디…."

원판쟁기6련을 트럭에 실고 있다.
 원판쟁기6련을 트럭에 실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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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자가 농기계를 반납하러 왔다. 작업은 다른 분이 했고 트럭에 실어 센터로 반납을 하기위해 왔다고 한다.
 젊은 여자가 농기계를 반납하러 왔다. 작업은 다른 분이 했고 트럭에 실어 센터로 반납을 하기위해 왔다고 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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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한 농촌현실, 농사를 짓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시설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있어 힘들게 농사일을 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농업기술센터를 전국에 많이 설치하여 많은 농민들이 다양한 농기계를 임대하여 능률적인 작업을 하고 이제는 농부들도 허리 펼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소 대신 논이나 밭을 가는 쟁기역활을 하는 원판쟁기6련이다
 소 대신 논이나 밭을 가는 쟁기역활을 하는 원판쟁기6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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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나 땅속에서 나는 농작물을 수확하는 기계
 감자나 땅속에서 나는 농작물을 수확하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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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국에 160여 개의 시군농업기술센터가 있는데 농기계를 사용하려면 농기계 임대신청서를 작성하고, 임대료 세외수입납부영수증과 본인확인 신분증을 지참하고, 빌린 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작업을 하고 깨끗하게 세척을 하여 반납하면 된다. 남원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번기철이 되면 휴무일도 없이 10명이 교대로 기계를 임대해주고 수령하기 위하여 근무하고 있다고 하며, 고장 난 기계를 정비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대형농기구는 영농현장까지 운송하여주기도 하지만 소형 기구는 개인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남원농업기술센터에는 72개종의 다양한 기계가 있는데 임대료는 기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어 5천 원~10만 원까지 한다. 모내기에 앞서서 사용되는 논두렁을 일정한 폭과 높이로 정리하는 논두렁조성기의 경우에 농사철에 한 번 사용하는데 구입비용은 약 400만 원인 데 비하여 임대비용은 하루 3만 원(남원시의 경우)이라고 한다.

남원농업기술센터에는 다양한 농기계들이 비치되어 있다.
 남원농업기술센터에는 다양한 농기계들이 비치되어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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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문제도 있지만 농가에서 직접 구입하여 사용할 경우 작업 후 오랜 시간을 방치했을 때 각종 정비를 해야 하는 시간과 경비를 감안할 때 진정 농민을 위한 제도가 아닐까 한다. 특히 요즈음 귀농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귀농 초기에 투자해야 할 막대한 영농기계 구입비용 때문에 망설이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 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한 농촌현실, 좀 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농기계가 보관창고에 보관되어 있지 않고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인건비도 절감하고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농업기술센터를 이용하는 농민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태그:#남원농업기술센터, #논두렁조성기, #농기계임대, #관리겸다목적비닐피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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