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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재보선 결과는 한나라당을 뒤흔들었다. 특히 친이명박계 의원들은 민심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당 내에서는 친이계 책임론이 대두됐고, 결국 당 지도부는 총사퇴 끝에 황우여 의원을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됐다. 이런 가운데 기자는 지난 11일 오후 12시, 한나라당 이춘식 의원(비례대표)을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원회관으로 찾아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이춘식 의원은 대표적인 친이명박계 의원이다.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정무부시장으로 이 대통령을 도왔다. 대선 때는 외곽조직인 안국포럼을 주도했고, 대선캠프에서는 조직본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청계천 복원공사, BBK사건 등 굵직굵직한 현안마다 이 대통령 옆에는 그가 있었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는 비서실 정무보좌역을 역임했고,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경력만 보더라도 이 대통령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재보선 결과 국정운영에 큰 지장 없다"

기자는 가장 먼저 재보선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이춘식 의원은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 충분히 예상했다는 듯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은 "미국도 그렇고 중간선거에서는 항상 여당이 진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국회의원 자리 한두 석을 잃는다고 국정운영에 큰 지장은 없지만, 국민들이 한나라당에게 좀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채찍질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 의원은 "남북대결 상황 속에서 보수당인 한나라당이 더 이어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는 국민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 이춘식 의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이 나서서 당을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춘식 의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이 나서서 당을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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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친이계 책임론으로 넘어갔다. 원내대표로 선출된 황우여 의원이 '주류 퇴진론'을 언급했던 것과 관련해 이춘식 의원은 "정치도 시대에 따라 변하게 되는데 쉽게 말해 유행이 있는 것"이라며 "주류가 너무 전면에 나선 게 국민들 보기에는 피로감을 느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바람직한 것이며 앞으로 국민들이 정치의 시원한 맛을 볼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기자가 "다른 사람들에 박근혜 전 대표도 포함되느냐"고 묻자 그는 "당연히 박근혜 전 대표도 포함된다"면서 "앞으로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이 전면에 나타나 당을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 쇄신론의 중심에는 친이계 의원으로 꼽히던 정두언 의원이 있다. 정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이춘식 의원과 함께 안국포럼을 이끌었던 친이계의 핵심 멤버였다. 그러나 정 의원은 최근 정권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하며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중이다.

이에 대해 이춘식 의원은 "오히려 친박 의원들이 이명박 정부가 잘못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젊은 현실 정치인이 본인의 자기영향력을 키워서 정치를 해보려는 것 같다"면서 "이미 나한테도 얘기를 했고 이 정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는 것이기 때문에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금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을 너무 비판하면 자칫 다음 선거에서 정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면서 "잘한 점도 많이 부각을 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복지 공약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이춘식 의원은 향후 최우선 국정과제로 복지를 꼽았다. 인터뷰는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세운 일명 '복지 3종 공약'으로 이어졌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복지 공약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에는 예산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하는데 민주당의 공약에는 예산확보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게 비판의 이유였다. 그는 "민주당의 복지 공약은 받는 사람은 무료겠지만 분명 누군가는 비용 부담을 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공약을 비판하던 이춘식 의원은 최근 자신이 제안한 '사회복지청' 이야기를 꺼냈다. 이 의원이 구상하는 '사회복지청 신설 계획'은 기존에 지방자치단체나 각 부처가 담당하던 복지 관련 업무를 하나의 중앙 정부기관으로 일원화시키는 걸 골자로 한다. 그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실을 보면 재정자립도가 너무 낮다"면서 "돈만 있다면 지방자치단체가 복지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춘식 의원은 또 최근 확산되고 있는 다문화 가정과 한부모 가정 등을 언급하며 "복지 사각지대가 생기는 걸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부처가 담당하는 복지가 제각각이라 오히려 혼란만 초래한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복지는 서울이든 전남이든 모든 국민들에게 똑같아야 한다"며 "이것(사회복지청 신설) 없이는 복지가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춘식 의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반 값 등록금과 관련해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오히려 학자금 대출의 이자율을 대폭 낮추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이춘식 의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반 값 등록금과 관련해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오히려 학자금 대출의 이자율을 대폭 낮추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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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공약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이 최초로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최근 민주당도 이를 공약으로 채택했다. 이에 대해 이춘식 의원은 노골적인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이 의원은 "반값 등록금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지만 너무 충격적"이라면서 "정부가 대학한테 강제로 등록금을 낮추라고 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대학생의 등록금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는 이춘식 의원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학자금 대출의 이자율을 대폭 낮추고, 학점 제한을 더 낮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느라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도 대출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학자금 대출 문제를 과감하게 추진하라고 정부에 주장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길어지자 이춘식 의원은 시계를 보기 시작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한나라당 의원총회 때문이었다. 이미 시간은 오후 2시를 넘긴 터였다. 기자는 마지막으로 향후 한나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이춘식 의원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 마음은 언제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종의 물과 같다. 잘 흐르면 좋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어엎는다. 그래서 정치는 국민들과 잘 맞춰가야 한다.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은 나라를 발전시키는 데만 정신이 팔려서 국민들과 잘 맞추질 못했다. 앞으로는 그걸 같이 맞춰서 나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윤석 기자는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부 학생입니다. 인터뷰 실습수업의 일환으로 이춘식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태그:#한나라당 쇄신, #민주당, #이춘식, #복지,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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