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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신 보강 : 12일 오후 2시 40분]

검붉은 물결 흐르는 취수장... 수공 관계자 "작년에는 잘 버텨냈었는데..."

4대강사업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수돗물 공급이 닷새째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전 경북 구미시 해평면 해평취수장에서 인부들이 포크레인을 동원, 무너진 가물막이를 복구하기 위해 모래주머니에 모래를 담고 있다.
 4대강사업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수돗물 공급이 닷새째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전 경북 구미시 해평면 해평취수장에서 인부들이 포크레인을 동원, 무너진 가물막이를 복구하기 위해 모래주머니에 모래를 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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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경북 구미시 해평면 해평취수장에 무너진 가물막이를 복구하기 위해 수십개의 테트라포트(방파제를 건설할때 사용하는 구조물)가 적재되어 있다.
 12일 오전 경북 구미시 해평면 해평취수장에 무너진 가물막이를 복구하기 위해 수십개의 테트라포트(방파제를 건설할때 사용하는 구조물)가 적재되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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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버린 가물막이를 대신해 막고 있는 테트라포트(방파제용 콘크리트 구조물. 일명 삼발이) 위로 검붉은 흙탕물이 거세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며칠간 내린 비로 한껏 불어나 있는 강물이 마치 트라이포트마저 허물어버릴 기세다.

12일 오전 경북 구미시 해평면 한국수자원공사 해평취수장.

이곳은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합해 평소 30만~35만 톤의 물을 취수해 구미시, 김천시, 칠곡군의 주민 10여만 명과 구미공단에 공급해오던 곳이다. 지난 8일 이 취수장의 가물막이가 터지자 수위가 바닥을 드러냈고 각 가정에 대한 수돗물 공급이 뚝 끊겨 버렸다.

사고 닷새째에 접어든 이날 해평취수장에는 다수의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나와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고, 강가 공사 현장에는 무너진 가물막이 대신 물에 넣은 테트라포트를 보강하기 위해 모래부대를 만들고 있었다.

이곳에는 테트라포트 120개가 투하돼 있고, 만약을 위해 30여 개가 여분으로 준비돼 있다.

대책회의를 마치고 나온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어제부터 수위가 정상치를 회복해 현재는 취수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며 "평소 최대 35여 톤을 취수했으나, 지금은 그보다 훨씬 많은 37만 톤을 취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물 공급이 들쭉날쭉한 지역에 대해 "저지대의 가정이나 공장에서 비어 있는 물탱크에 물을 채우고 있는 중이라서, 고지대에 들어갈 물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현상이 발생한다"며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모두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강바닥 준설로 유속이 빨라져 사고가 예고돼 있었는데도 대비가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유실된 가물막이는 작년에도 잘 버텨낸 적 있다"며 "준설 때문에 가물막이 사고가 났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경북 구미시 해평면 해평취수장에 인부들이 포크레인을 동원해 무너진 가물막이를 복구하고 있다.
 12일 오전 경북 구미시 해평면 해평취수장에 인부들이 포크레인을 동원해 무너진 가물막이를 복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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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 말고도 4대강사업 공사 현장에서 봄비에 따른 잇단 가물막이 붕괴 사고가 잇따르자, 정치권과 환경단체는 4대강사업을 표적으로 지목하고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11일 오후 영산강 6공구 승촌보 설치를 위한 2차 가물막이가 붕괴돼 내부의 자재와 장비가 침수됐고, 상수관이 터져 광주 서구 세하동과 광산구 신촌동 지역의 60~90가구 정도가 10시간 동안 단수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사고 원인에 대해 "6월까지 보와 준설 공사를 완료하라는 4대강 속도전에 의해 어떤 안전시설도 없이 준설공사를 강행하다가 예상치 못한 강수에 의한 수압을 이기지 못해 상수관로가 파손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 구미지역 식수대란에 이은 이번 영산강 6공구 사고는 4대강 사업이 얼마나 무모하게 추진되고 있는 사업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오후에는 대구 달성군 낙동강 강정보 공사현장에서 하류쪽으로 300m 지점에 있는 금호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합수들 지점의 가물막이가 무너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이번 해평취수지 사고는 낙동강 준설로 인해 유속이 빨라지고 바닥이 파여 일어난 인재이며, 앞으로 닥쳐올 장마와 태풍 등을 감안할 때 대재앙의 시작일 뿐"라며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연합뉴스>는 "경북 구미와 칠곡 일대에 단수 사태를 불러온 구미광역취수장의 임시보 유실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일부 구간에 짧은 길이의 파일을 사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7월 구미취수장 앞 낙동강에 물을 확보하기 위해 약 200m길이의 임시보에 15m 길이의 시트 파일을 박고 돌망태로 보강했으나, 6m 길이의 시트 파일을 박은 일부 구간이 터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임시 물막이에 모두 15m 시트 파일을 박았는데 일부 구간에 6m 파일을 박았고, 이번에 터진 구간이 6m짜리 파일을 박은 곳이었다"며 "길이가 다른 파일을 쓴 것은 하상(하천의 바닥)이 달랐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고 <연합>은 전했다.

[6신 : 12일 낮 12시 40분]

구미지역 거의 정상화... '물 공급 원정대' 오늘도 주민들에 생수 전달

사상 초유의 단수사태로 몸살을 겪었던 구미 지역은 닷새째로 접어든 12일 오전 들어 거의 정상화되어 가고 있다.

구미시에 따르면, 12일 오전 9시 현재 봉곡동 일부 고지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대부분 물이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현재는 더 많은 지역이 정상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미시는 11일 이르면 자정, 늦어도 오전 8시까지는 모든 지역의 물 공급을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전 9시 현재 물이 잘 나오지 않는 곳은 봉곡동의 봉곡 뜨란채, 아이파크현대, 현대아파트, 도량뜨란채, 주공 5단지 등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고지대인 칠곡군 가산면 980세대도 아직 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편, 파워 트위터리언들로 구성된 '물 공급 원정대'를 이끌고 구미에 내려와 있는 박대용 춘천MBC 기자는 "오늘 오전 봉곡동 주공 5단지에서 물이 안 나온다는 제보가 들어와 인근 E마트에서 생수 500통을 사가지고 직접 아파트 주민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이 아파트는 대표적인 영세민 아파트라서 물탱크를 설치하지 않아 물 공급을 재개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물이 필요한 주민들을 하나 하나 찾아다니며 물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5신 : 12일 오전 7시 56분]

"어르신들, 괜히 4대강사업 했다고 욕한다"
[인터뷰] 구미 주민들 "정부, 약속 여러번 어겼다"

4대강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단수 사태가 나흘째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우산을 쓴채 소방차로부터 급수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4대강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단수 사태가 나흘째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우산을 쓴채 소방차로부터 급수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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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째 단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구미 봉곡동 한 식당에서 동네 주민들을 만났다. 이번 사태에 대한 주민들의 속마음을 알기 위해 주부 남아무개씨(45)와 정아무개씨(40)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물이 안 나오자 식사, 빨래, 화장실 문제 등 생활 모든 면에서 불편함이 느껴지더라며 "이번 기회에 새삼스럽게 물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구미시가 이날 다음날 아침까지 물 공급을 정상화하겠다고 한 데 대해 "그간 약속을 여러번 못 지켰다"며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이들은 또 "이번 사고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여론이 있다"며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가만있는데 왜 4대강사업을 벌여가지고 이런 사고를 내냐'며 정부를 욕하는 분들이 많다"고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을 전했다. 

"갑자기 당한 일... 비로소 물의 소중함을 알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벌써 나흘째나 단수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 겪으며 느낀 점이라면.
"처음 단수가 되던 날, 일을 나갔다가 사고 소식을 못 듣고 집에 왔는데 물이 안 나왔다. 갑자기 생긴 일이라서 손 쓸 방법이 없었다. 비로소 물의 소중함을 안 거다.(웃음) 그전엔 계속 잘 쓰다가 (물을) 받아놓은 것도 없고 그래서 힘들었다."

- 사고가 난 뒤 정부에서 잘 대처했다고 보나.
"이럴 땐 먹는 물이 가장 중요할 텐데, 오늘 오후 5~6시쯤 나흘만에야 생수가 공급됐다. 수자원공사에서 보낸 생수 공급하니까 받으러 오라고 하더라. 소방서에서 오는 급수차는 먹는 물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 온 것은 흙탕물이었다."

- 예측 못한 사고라서 정부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 않나.
"정부가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것이고, 구미는 그간 이런 일이 한번도 없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4대강) 공사하며 보를 만져서 이리 됐다고 소문이 퍼져있다.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람의 실수, 즉 인재로 이렇게 됐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대통령 욕도 한다."

- 사고를 일으킨 공사가 어떤 공사인 줄 아나.
"낙동강 공사 아닌가. 오늘 아침에 다른 아파트에 갔다가 보니까, 주민들이 수자원공사 사람들 하고 윗분들 욕설도 하고 그러더라."

- 물이 안나오니까 가장 불편한 게 무엇인가.
"화장실에 맘대로 못가는 게 가장 불편하다. 사실 식수, 빨래 등 일상생활이 다 불편하다. 아들 교복 빨아 널어놨는데 보일러가 안 돌아가서 마르지가 않더라."

- 구미시는 내일 아침 8시까지 다 고치겠다고 했는데 믿음이 가나.
"전혀 안 간다. 지금까지 계속 생수를 안 주더니 오늘 저녁 갑자기 준다고 한다. 내일 완공된다면 오늘 저녁 갑자기 이렇게 서둘러서 줄 필요가 있겠나. 그간 오늘 내일 정상화된다고 해놓고 여러번 약속을 못지킨 것도 있다."

- 무슨 생수인가.
"오늘 저녁에 수자원공사에서 나온 물을 관리소에 놓고 갔다. 한 집당 500mm 생수 한 박스씩. 그것도 다른 아파트에는 큰 게 왔는데 우리는 작은 게 왔더라."

- 급수차 물통 들고 오는 것 힘들지 않나.
"힘들다. 우리집은 맨 뒷집이라 더 힘들다. 몇 통씩 한번에 들어날라야 하지 않나. 시간을 정해놓은 것도 아니고 갑자기 물차가 왔으니 받아가라 한다. 그 시간에 집에 없으면 못 받는다. 마냥 집에서 기다릴 수도 없고."

- 사태가 더 길어지면 주민들은 어떤 대책이 있나.
"서명운동 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리지만, 아직 큰 움직임은 없다. 여기는 시골이라 그런지 그런게 아직 덜하다. 이렇게 그냥 두면 안된다는 말은 나왔다."

"사태 길어지면? 그럼 서울로 가야지, 항의하러"

- 앞으로 여름되면 장마-태풍이 오니까, 이번 사고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럼 서울로 가야지, 항의하러."

-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없나.
"나이 많이 드신 분들이 그런 얘길 한다, 가만 있는데 왜 4대강사업을 벌여가지고 이렇게 만드냐고. 사고 나면 아무 대책도 없으면서. 언제까지 물이 나오게 하겠다 하고 신용을 못 지킨다고 한다. 나이드신 분들은 솔직히 물 받으러 오기도 힘드실 것 같다."

- 이번 사태 때문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여론 나빠질까.
"그런 게 있을 것 같다. 낙동강 해평 습지에 겨울철새가 오는데 그거 싹 없애지 않았나. 대구 취수원이 구미로 온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문제가 있다. 농지에 모래를 쌓아둬 현장에 가면 모래바람 때문에 눈도 못 뜬다고 한다. 시골에서는 농사를 지어먹고 살아야 할 텐데, 돈 몇 푼 주고 땅 빌려 거기다 모래를 쌓아놓고 있다니 말이 되나."

"정부가 손해배상해야 하는 거 아닌가"

4대강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단수 사태가 나흘째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 한 가정 주방에 설거지를 못한 식기들이 싱크대 가득차 있다.
 4대강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단수 사태가 나흘째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 한 가정 주방에 설거지를 못한 식기들이 싱크대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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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까지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구미시 봉곡동 인근의 식당들은 어제까지 악몽을 겪었다.

물이 나오지 않으니, 음식을 제대로 해낼 수 없었음은 물론이고 설거지를 할 수 없어 도저히 영업을 계속할 수 없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55)는 "음식을 만드는 식당에서 생명같은 물이 나오지 않아 생수를 사다가 음식을 조리하기도 했으나,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사흘째 되니 더 지속할 수 없었다"며 결국 하루 영업을 못했다고 말했다.

김밥집 주인 이아무개씨(45·여)도 "지하수가 나오는 인근 식당에서 물을 빌려다 영업을 계속해오긴 했지만 단수사태가 며칠 더 지속됐으면 큰일 날 뻔 했다"며 "오늘 아침부터 물이 나와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구평동에서 김밥집을 하는 이아무개씨(33)는 아예 "단수가 시작된 8일과 9일 이틀간 장사를 못한 만큼 원인제공자인 정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수돗물 쓰는 식당은 울고, 지하수 쓰는 식당은 웃고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 한 가정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자, 화장실 변기에 물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 한 가정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자, 화장실 변기에 물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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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모든 식당들이 다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식당이 지하수를 쓰느냐 수돗물을 쓰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봉곡동에서 중국요리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54)는 "우리집은 오래전부터 지하수를 써왔기 때문에 이번 단수사태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오히려 손님이 더 늘어서 장사가 잘됐다"고 애써 웃음을 감췄다.

역시 이 지역 닭갈비집 주인 박아무개씨(50·여)는 "지하수를 쓰지 않는 집은 며칠 문을 닫는 등 피해를 봤지만 지하수를 쓰는 우리집은 끄떡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음식을 해먹을 수 없는 집에서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이 와 어제는 평소보다 매출이 2~3배 올랐다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날 밤 기자는 봉곡동의 한 모텔에서 묵었는데, 먼저 찾은 모텔에서는 이번 단수사태로 외부에서 지원나온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대거 방을 예약하는 바람에 퇴짜를 맞았다. 모텔 입장에서는 대박을 맞은 것이다.

반면 두 번째 찾은 모텔은 이번 사태로 이틀이나 장사를 못했다고 울상이었다. 이 모텔은 시트와 베개를 아예 지하수를 쓰는 세탁소에 맡겨놨다고 했다.

[4신: 11일 오후 8시 40분]

구미 시민 돕기 '트위터 물 공급 원정대' 떴다

'물 공급 원정대'를 주도한 김성주(오른쪽)씨와 박대용 춘천MBC 기자가 12일 새벽 경북 구미시 오태동 단수 지역인 대동 1차 아파트를 찾아와 수돗물 공급 중단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생수를 전달하기 위해 차에서 옮기고 있다.
 '물 공급 원정대'를 주도한 김성주(오른쪽)씨와 박대용 춘천MBC 기자가 12일 새벽 경북 구미시 오태동 단수 지역인 대동 1차 아파트를 찾아와 수돗물 공급 중단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생수를 전달하기 위해 차에서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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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수대란을 겪고 있는 구미 시민들을 돕기 위해 트위터리언들이 발벗고 나섰다. 이름 하여 '물 공급 원정대'. 직접 차에 물을 싣고 구미로 가 시민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이 일을 주도한 사람은 춘천MBC 박대용 기자(@biguse). 평소 트위터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박 기자는 이번 단수사태 이후 트위터에서 모금운동을 벌여 모두 147만 원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이 돈으로 생수 500통을 사 1톤 트럭에 싣고 11일 밤 구미로 떠날 예정이다. 도착 즉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지역에 가서 직접 주민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박 기자와 트위터에서 의기투합한 또다른 파워 트위터리언인 미디어몽구 김정환씨(@mediamongu), 김성주씨(@kimseongju)는 선발대로 이날 오후 구미를 향해 떠났다.

박대용 기자는 "어려움에 빠져있는 국민들을 돕는 데 국가와 국민이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예전에 태백시민들이 식수난을 겪고 있을 때 타 지역 시민들이 많은 도움을 줬던 게 기억나서 그냥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3신 보강 : 11일 오후 7시 20분]

처참한 싱크대, 수북하게 쌓인 빨래들

구미시 "내일 오전까지 복구완료"
구미 지역 단수 사태가 나흘째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은 내일 오전까지 복구 사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구미시재해대책본부 관계자는 11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구미 시내 대부분의 지역에 물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다만 일부 지대가 높고 수압이 낮은 아파트에만 물공급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당 지역들도 빠르면 오늘 자정, 늦어도 내일(12일) 아침 8시까지 복구를 완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이고, 이거 너무 창피해서 어쩌나. 흉보지 마세요."

기자는 물을 받으러 나온 주민을 따라 집에 같이 가보기로 했다. 한사코 안된다며 만류하는 박정순씨(가명.43)를 어렵게 설득해 그의 집에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박씨의 집은 '처참'했다.

기자의 눈을 맨 먼저 잡아끈 것은 싱크대. 각종 음식 그릇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건드리면 그대로 쏟아져내릴 것 같아 가까이 가기가 겁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흘 동안 설거지를 하나도 못한 것이다.

"밥 지을 물도 없는데, 설거지 할 물이 어디 있어요. 우선 저렇게 쌓아두고 물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거죠."

4대강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단수 사태가 나흘째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 한 가정 베란다에 빨래를 못한 옷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4대강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단수 사태가 나흘째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 한 가정 베란다에 빨래를 못한 옷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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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 있는 세탁기 앞에도, 거실 바닥에도 빨래를 기다리는 옷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화장실은 더 난리다. 급수 받아오는 물로 '큰 것'은 해결하지만 '작은 것'까지 매번 귀한 물을 사용해 내릴 수는 없었다. 변기에는 누런 오물이 차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일도 벌어졌다. 물이 안나오니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방바닥이 싸늘한 냉골이다. 다행히 요즘 기온이 좀 따뜻해졌지만 기온이 내려가는 밤에는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 지 노심초사다.

박씨는 "단수된 뒤 워낙 집이 엉망이라서 내부를 보여주기 싫었지만, 기자님들이 이런 현실을 밖에 많이 알려서 하루빨리 이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 허락했다"며 "이게 다가 아니라 시작일 거라는 보도도 있던데, 그게 사실이냐"고 묻기도 했다.

[2신 : 11일 오후 4시 30분]

"나흘째 생수만 사 먹고 있다"

4대강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단수 사태가 나흘째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에서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이 소방차로부터 급수받은 물을 받아가고 있다.
 4대강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단수 사태가 나흘째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에서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이 소방차로부터 급수받은 물을 받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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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줄이 왜케 많노. 내사 마 죽겠다."

11일 오후 2시 30분경 긴급 급수 소방차가 앞마당에 들어오자, 아파트 앞에 순간 난리가 났다.

각 동에서 빈 플라스틱 물통을 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주부들은 큰 통, 중고등학생들은 작은 통을 들고 엄마뒤를 따라나섰다. 서너 살 짜리 꼬마들도 제각기 작은 통을 들고 나섰다. 그러나 급수차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미리 내놓은 물통들 때문에 순번을 받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 이 아파트 마당은 흡사 '피난처'를 방불했다. 물 한통이라도 더 받기 위해 온 가족이 동원됐다.

다행히 이날 오전 구미광역취수장 가물막이가 복구돼 구미지역 상당수 가구의 물 공급이 재개됐으나, 일부 고지대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는 미치지 못해 아직도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줄을 선 주민들은 피곤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익숙하게 줄을 선다. 지난 8일부터 물이 안나왔으니 오늘이 벌써 나흘째다

주민들은 기자가 물이 안나와서 가장 불편한 게 뭐냐고 묻자, 일제히 "말도 마이소. 화장실도 못 가고, 세탁기도 못 돌리고, 밥도 못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예"라며 불편사항을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이곳에 거주한지 2년 됐다는 주부 김용순씨(가명.35)는 "물이 안 나오지 않아 나흘째 생수를 사먹고 있다"며 "일부 동사무소에서 나눠주는 생수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간 사먹은 생수값은 누구한테 보상받아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또 "정부에는 매일 내일이면 된다고 말하지만, 내일이면 또 똑같은 소리를 한다"며 "언제 정상화될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의성소방서에서 긴급 동원돼 어제(10일)부터 물공급을 하고 있다는 한 소방관은 "오늘 오전까지도 물을 가져와 달라고 요청하는 전화가 많이 왔었는데, 오후들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1신 : 11일 오후 3시 10분]

"구미 정말 난립니다"

4대강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단수 사태가 나흘째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에서 한 학생이 소방차로부터 받은 물을 주전자에 받아가고 있다.
 4대강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단수 사태가 나흘째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에서 한 학생이 소방차로부터 받은 물을 주전자에 받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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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_mountain [구미단수4일] "아이들은 학교에서 급식이 안돼 단축수업을 하고 온다고 문자가 왔네요. 집에 와도 밥은 없고…. 철없는 아이들은 컵라면 먹는다 좋아하지만 그걸로 끼니를 떼우게 하는 부모마음은 아픕니다.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어떻게 지낼지"(○○동)

@mindgood: 4일째 단수로 <구미시민> 일부가 야산이나 강변에서 대변보는 경우도 있다고 하자 어떤 트친께서 그게 가카가 말하는 '친환경'이라고 합니다."

RT @cyi0921: RT @__BackSpace__ RT @star9956: "지금 저는 구미 인동에 있는데 물 한방울도 않나오는데 방송에는 수돗물 나온다고 사기치네 ㅡㅡ"

RT @tkfjsrks: 1. 구미시청 홈페이지 단수 항의글 폭주하자 비공개 전환 2. 생활용수 통보없이 공업용수로 돌림 3. 언론보도와는 달리 단수상황 심각 4. 보도된 기사에서 4대강 관련 제목 삭제 5. 구미시청, 수자원공사 단수통보 시점놓고 서로 늑장이라 책임전가

@JunghoonYoon "구미에서 마트하고 있는데 정말 난립니디. 동사무소에선 작은생수병 3개씩 줬지만 금방 동나고 저희 쪽에 물 구할 곳 없냐고 문의 오더군요. 지하수 앞은 새벽까지 줄이 서있고... 폭우가 쏟아졌는데 쓸 물이 없다... 아이러니합니다."

경북 구미지역 단수로 인해 트위터가 와글거리고 있다. 갑작스런 '단수 대란'을 구미지역의 일부는 물 공급이 재개됐으나, 아직도 고지대를 비롯한 일부 지역은 물 공급이 안돼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가물막이 복구했지만,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단수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에서 시민들이 급수를 받아가기 위해 생수통과 양동이, 들통 등을 들고 나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에서 시민들이 급수를 받아가기 위해 생수통과 양동이, 들통 등을 들고 나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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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는 10일 밤부터 밤샘 작업을 벌여 4대강 사업 공사로 인해 막아놨다 무너진 구미광역취수장 가물막이를 복구했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오늘(11일) 오전 6시부터 현재 구미와 칠곡, 김천지역 17만가구 중 3만 6천가구를 뺀 나머지 가구에는 모두 정상적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수장에서 정수한 물이 배수지를 거쳐 가정으로 공급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구미시 선산읍과 봉곡동 등 구미와 칠곡 일부 지역은 여전히 물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단수 대란이 나흘째에 접어들자, 물이 공급되지 않는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아이디 @hamsssss는 "단수로 인해 기본적인 생활이 어렵습니다. 초등학생들도 물병을 들고 물을 받으러 다닙니다. 용변을 해결하지 못해서 공공기관을 찾아다니며 동네슈퍼에는 생수가 떨어진 지 오래입니다"라고 주민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방송인 김주하씨도 트위터에 "옆집 아이가 다쳤을 때는 위문이다 약이다 챙겨주면서 정작 우리 아이가 다쳤을 때는 나몰라라하는 부모 어떠세요?"라고 묻고 "일본 지진피해에 생수다 생식품이다 보내주면서 4일째 물이 나오지 않는 구미 시민들은 정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라고 정부의 늑장대처에 답답함을 표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kennedian3)은 "21세기 대명천지에 국공립대 등록금 14년치를 강바닥에 퍼부어 이게 뭐 하는 짓이랍니까?"라고 4대강사업 중에 일어난 사고임을 강조했다.

또 김수민 구미시의원(무소속)은 블로그 글(http://kimsoomin.tistory.com/entry)에서 "가뭄도 아닌데 웬 물난리냐"며 생생한 현장 소식을 전했다.


태그:#구미단수, #4대강사업, #가물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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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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