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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지형' 하면 영월의 선암마을에 있는 한반도 모양의 땅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한반도를 닮은 모양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바라다보는 주변 풍경이 꽤 아름다워 해마다 선암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선암마을의 한반도지형은 땅 모양만 한반도를 닮은 게 아니라, 3면이 강물로 둘러싸여 있어 우리나라 지도와 거의 흡사한 형태를 하고 있다.

영월군은 그 바람을 타고, 그 지역의 행정상 명칭마저 '한반도면'으로 바꿨을 정도다. 그러니 한반도지형 하면 영월의 선암마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영월이 그렇게 자랑하는 한반도지형이 오로지 영월에만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한반도지형으로 알려진 곳은 대략 대여섯 군데다. 그 중 세 군데가 강원도에 있다. 영월이 한 군데, 정선이 두 군데다.

영월의 한반도지형은 워낙 잘 알려져 있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고, 정선읍 귤암리의 '병방치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지형과 북평면 문곡리의 '상정바위산'에서 내려다보는 지형이 또 한반도와 꽤 비슷하게 생겼다. 이 지형들 모두 한반도가 바다로 둘러싸인 것처럼, 3면을 빙 돌아서 강물이 흐른다. 그 풍경들 역시 선암마을에서 보는 풍경 못지않게 아름답다. [관련기사 : 한반도 절경을 최대한 압축해 놓은 땅, 영월]

 영월군 한반도면의 한반도지형. 한반도지형 오른쪽이 선암마을. (2010년 6월 촬영)
 영월군 한반도면의 한반도지형. 한반도지형 오른쪽이 선암마을. (2010년 6월 촬영)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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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에 한반도지형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기 전에는 정선에 있는 한반도지형이 사람들의 입에 더 자주 오르내렸다. 그러니까 굳이 따지자면 강원도 한반도지형의 원조는 정선에 있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영월에 가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정선에도 가 봐야 한다.

이처럼 한반도를 닮은 땅이 한 군데도 아니고, 세 군데나 되는 강원도는 역시 지세가 험하다. 높고 가파르다. 산이 높은 만큼 물도 깊다. 그래서 정선의 한반도지형을 찾아 떠나는 자전거여행은 조금은 고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병방치전망대가 있는 곳에서는 한반도지형이 내려다보이는 곳까지 산비탈을 올라야 하고, 상정바위산이 있는 곳에서는 비록 산을 오르지는 못했지만, 한반도의 북쪽 지형에 해당하는 곳에서 그 길이만 1km가 넘는 길고 높은 언덕을 올라야 한다. 생각만 해도 힘든 여정이 그려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손해만 보지는 아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와 같은 고통을 모두 다 상쇄하고도 남는다.

이곳에서의 여행은 그저 한반도 모양만 압축해서 보여주지 않는다. 전체 코스는 짧지만, 자전거여행에서 맛볼 수 있는 묘미는 최대한 다 압축해서 보여준다. 높은 산 곧추선 바위 절벽 아래 시간이 멈춘 듯 조용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 정선의 한반도 지형을 찾아가는 자전거여행은 다음엔 또 어떤 풍경이 나타날지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여행이다.

 병방치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귤암리 한반도지형. 오른쪽으로 스카이워크가 살짝 들여다 보인다.
 병방치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귤암리 한반도지형. 오른쪽으로 스카이워크가 살짝 들여다 보인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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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군 정선읍 귤암리] 병방치전망대

병방치전망대를 올라가는 길은 조금 경사가 급한 편이다. 정선읍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리면, 터미널 뒤편 산비탈 위로 한 줄기 하얀 길이 슬며시 꼬리를 감추고 있는 것이 보인다. 터미널에서 전망대까지 약 2.5km. 상당히 가까운 거리다. 하지만 그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데는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좀처럼 속도를 내기 어렵다.

사실 자전거 위에 앉아 페달을 밟는 것조차 힘들다. 경사가 급한 탓이다. 게다가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차들을 피해 길가에 잠시 멈춰서 있어야 하는 일이 잦아 시간은 더 지체된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시멘트 도로가 산골짜기를 가파르게 기어오른다. 전망대까지 올라가는데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숨이 몹시 가쁘다. 전망대까지 2km 넘는 길이 순전히 오르막이다. 처음부터 각오를 단단히 하고 산을 오르기 전에 미리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놓는 게 좋다.

오르막 끝까지 오르면 비로소 하늘이 넓게 열리고, 유리로 벽을 둘러친 전망대가 눈앞에 나타난다. 하지만 이곳까지 소금 땀 흘려 올라온 보람도 없이 전망대는 아직도 개장 전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사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개장일이 자꾸 늦춰지고 있다. 그 바람에 전망대 아래 한반도 지형을 내려다보는 일이 쉽지 않다. 전망대를 가로막고 서 있는 유리벽을 불투명하게 처리했다. 전망대 입구에 '부대시설을 마무리해 오는 6월에 전망대를 개장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200m 절벽 위, 허공으로 11m 돌출한 병방치전망대. (2010년 6월 촬영)
 200m 절벽 위, 허공으로 11m 돌출한 병방치전망대. (2010년 6월 촬영)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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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군은 2010년 초부터 이곳 절벽에 11m가량 U자 형태로 튀어나온 구조물을 만들고 있다.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아 200여m 절벽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름은 '스카이워크'다. 정선군은 앞으로 이 일대를 종합 레포츠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서 어떻게든 한반도지형을 내려다보려면, 유리벽 한 귀퉁이에 서서 몸을 최대한 바깥으로 내밀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겨우 유리벽 아래로 동강이 휘감아 도는 한반도지형을 내려다볼 수 있다. 개장 전이라도 전체 유리벽을 투명하게 해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m 높이에서 '한반도'를 내려다보는데 가슴이 벅차다. 비록 유리벽에 갇힌 풍경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장쾌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동강 물줄기를 따라 도로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길 역시 다른 데서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자전거여행길이다. [관련기사 : '국난' 알려주는 소나무, 딱 두 그루 남았네]

병방치는 그 옛날 동강변 귤암리에 사는 주민들이 밭에서 일군 작물을 정선읍에 내다 팔고, 생필품을 사들여 되돌아가곤 했던 험한 고갯길이다. 이 고갯길은 '뱅뱅이재'라고도 하는데, 산 위를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이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개 이름에는 보통 '령' '재' '치' 같은 글자를 붙이는데, '치'는 특히 가파른 고개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길이 해발 819m나 되는 병방산 산꼭대기를 넘어간다.

 병방치전망대에 오르기 전에 먹은 점심 식사, 곤드레밥. 간장이나 강된장에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병방치전망대에 오르기 전에 먹은 점심 식사, 곤드레밥. 간장이나 강된장에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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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를 떠나서는 계속 고갯길을 넘어간다. 전망대에서 돌아서 나오다 보면, 오른쪽으로 다시 산을 오르는 시멘트길이 나온다. 이곳은 정선군에서 지정한 산악자전거 코스 중의 하나다. 길이 비교적 거친 편이다. 시멘트나 자갈이 깔린 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내리막길이라 하더라도 경사가 급하거나 굴곡이 심한 구간이 많아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

여러 군데에서 갈래 길이 나온다. 길을 잘못 들지 않으려면 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선군에서 배포한 산악자전거 여행지도는 조금 불분명한 데가 있다. 길을 제대로 찾으려면 지도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형을 잘 관찰해야 한다. 이 코스는 짧긴 하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다. 깊은 산 속, 경사가 급한 한 줄기 산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정바위산에서 내려다보는 한반도지형 (문곡리 버스정류장에 걸려 있는 사진 재촬영).
 상정바위산에서 내려다보는 한반도지형 (문곡리 버스정류장에 걸려 있는 사진 재촬영).
ⓒ 정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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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군 북평면 문곡리] 상정바위산

병방치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한반도지형이 한반도를 닮았다고 하기에는 윤곽이 조금 희미해 보이는 반면, 문곡리에 있는 상정바위산에서 내려다보는 덕송리의 한반도지형은 그보다는 좀 더 뚜렷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 중에는 선암마을에서 보는 한반도지형보다 이곳의 지형이 더 한반도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은 42국도를 따라간다. 도로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강은 조양강이다. 이 조양강이 정선읍을 지나고 나서는 동강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영월읍을 지나면서부터는 서강과 만나 다시 남한강으로 이름을 바꾼다. 정선읍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덕송리 방향으로 가다 보면 강가로 내려서는 갈래 길이 나온다.

 덕송리 한반도지형 외곽을 돌아가는 도로와 조양강.
 덕송리 한반도지형 외곽을 돌아가는 도로와 조양강.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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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송리 한반도지형 안에 있는 보호수, 400년 묵은 느릅나무.
 덕송리 한반도지형 안에 있는 보호수, 400년 묵은 느릅나무.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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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강 푸른 강줄기를 따라서 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이 길이 바로 덕송리에 위치한 한반도지형의 '서쪽 해안선'에 해당한다. 상정바위산에서 내려다보는 한반도지형은 다른 곳보다 훨씬 더 크고 넓다. 외곽을 따라서 일부 구간에 아스팔트 도로가 깔려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제법 커다란 마을도 형성이 되어 있다.

세 곳의 한반도지형 중에 도로와 마을이 있어 노선버스까지 드나드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아스팔트가 깔려 있지 않은 곳에는 흙을 쌓아올려 만든 둑길이 있어 '해안'을 따라 도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 문곡리 한반도마을에서 상정바위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이제부터는 등산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마침 날이 궂어 산마루에 구름이 짙게 내려앉아 있다. 이런 날은 설사 정상에 올라선다 해도, 한반도지형을 내려다보기 어렵다.

 상정바위산 등산로 안내도. 문곡리 한반도마을 표지판.
 상정바위산 등산로 안내도. 문곡리 한반도마을 표지판.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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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다시 또 이곳을 찾아올 수 있을까? 이렇게 한반도지형을 포기해야 하나?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등산로 입구에 '5월 15일까지 입산 통제'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까지 1시간 40분가량 걸린다. 결코 짧지 않다. 만약에 등산을 해야 한다면 시간을 잘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문곡리에는 유독 도로를 지나다니는 개들이 많다는 점 주의하자.

다시 길을 떠난다. 두만강과 압록강이 흘러야 하는 곳에는 대신 42번 국도가 지나간다. 강물을 대신해 도로가 지나가는 셈이다. 실제 상정바위산에서 내려다보면 이 도로가 강물처럼 흐른다고 한다. '백두산'을 지나가야 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도로가 비교적 높고 가파른 편이다. 길이만 1km가 넘는 긴 언덕이다. 정상에 올라서 보니, 머리 위에 '반점재, 450m'라고 쓴 표지판이 걸려 있다.

 반점재에서 내려다 본 조양강. 오른쪽 높이 솟은 산이 덕송리 한반도지형.
 반점재에서 내려다 본 조양강. 오른쪽 높이 솟은 산이 덕송리 한반도지형.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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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난데없이 '백두대간 등산로' 안내판과 마주친다. 이 안내판에서 말하는 등산로는 실제 백두대간이 아니라, 이곳의 한반도지형에서 백두대간에 해당하는 지역을 등산하는 길을 뜻한다. 이 안내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이 없어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냥 가볍게 웃어넘기시길. 시간이 되면, 그곳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등산로를 따라 정자가 서 있는 곳까지만이라도 천천히 걸어서 다녀오시기 바란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장관이다.

반점재에서부터는 2km 가까이 내리막길이다. '한반도'를 한 바퀴 도는 데 채 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시간만 잘 맞추면, 하루 안에 두 군데 한반도지형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 한반도지형을 찾아가는 자전거여행,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해보기 힘든 여행이다. 반점재를 내려오는데 뒤늦게 하늘에서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한반도 위로 먹구름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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