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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5월 11일)은 정부가 제정한 제6회 입양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한 가정에 한 명의 아이를 입양하자는 운동의 일환으로 정해진 기념일이다. 경제선진국을 자처하는 한국이 해외입양 메달권에 있어 고아수출국의 오명을 떨쳐버리지 못하자 노무현 정부 당시 국내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처로 시작됐다.

그러나 전쟁 직후 전쟁고아들과 달리 오늘날 입양아동들 대부분은 미혼모를 생모로 두고 있다. 미혼모들은 아이를 양육할 여건만 되면 '미혼부모', '싱글맘'으로 친권을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국가나 사회는 이들의 여망을 외면하고 있다. 거기다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부정적 인식과 냉대까지 당해야 한다.

2009년 10월 26일자 국민권익위원회 복지노동민원과 권고자료 중 '미혼모에 대한 지원강화' 방안 자료에는 미혼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 공식통계는 없고 따라서 미혼모에 대한 정책도 없다. 80% 이상의 미혼모들은 출산아동의 직접 양육을 희망한다. 그러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미혼모 출산아동을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정책은 없고 지원책도 도움이 안 된다.

2008년 현재 미혼모자 보호시설은 25개소, 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 15개소에 불과하다. 그것도 미혼모 출산전후 회복과 시설거주 제공 정도에 그치고 임신, 출산, 양육과정에 제공되는 기초생활보장, 의료서비스 등 국가차원의 지원책은 없다.

국민권익위원회 자료에는 미혼모가 직접 출산 아동을 양육할 경우 양육수당, 양육보조금(장애아동), 의료비 및 주거비 지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현재 국내 입양아동의 경우 매월 아동수당(13세까지 월 10만 원) 지급 등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결국 지원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실토하고 있는 셈이다.

또 아동 양육능력이 없는 미혼모를 위해 일정기간 아동을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미혼모자 시설 확충 및 관련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실행되지 않고 있다. 겨우 미혼모의 접근성 제고를 위해 지역전문기관을 거점기관으로 지정·운영하여 미혼모를 지원한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입양과 100만 이산가족

국제적인 입양단체 중 하나인 홀트.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국제적인 입양단체 중 하나인 홀트.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 ho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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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가 아이를 낳아 양육하고 싶어도 여건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미혼모들은 친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낳은 아이들 대부분은 입양되고 있다.

2008년의 경우 국내입양아동 1306명 중 1056명(80.9%), 해외입양아동 1250명 중 1114명(89.1%)이 미혼모 출산 아동이었다. 나머지가 시설보호아동, 저소득층자녀, 결손가정아동 등이다. 우리나라 입양의 역사는 한국전쟁 직후부터 시작된 전쟁고아들의 해외입양이었다. 1960년대 1만1481명(국내 4206명, 해외 7275명), 1970년대 6만3551명(국내 1만5304명, 해외 4만8247명), 1980년대 9만1824명(국내 2만6503명, 해외 6만5321명), 1990년대 3만5619명(국내 1만3296명, 해외 2만2323명) 등 지금까지 약 20여만 명이 해외로 입양되었다. 입양 당사자가 부모와 조부모와 헤어진 것을 감안하면 '100만 이산가족'이라 할 수 있다.

한국경제가 고도로 성장하던 시기이자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시절인 1970~80년대에 해외입양은 정점에 달했다. 해외입양아동의 70%는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한국은 고아수출국의 오명을 얻었다.

한국은 1990년 초 UN과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했고, 1996년 12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외입양은 지속되었다. 이에 정부는 해외입양을 국내입양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폈다. 2006년 정부는 국내입양을 촉진시키기 위해 입양의 날을 제정하고 국내입양조건을 대폭 완화(입양 수수료 본인부담 면제, 입양부모 나이 연장, 독신자도 입양 가능 등)했다. 그러자 다음 해인 2007년 국내입양 1388명, 해외입양 1264명으로 국내입양이 더 많아졌다. 국내에 있는 입양전문기관은 홀트 등 4개(해외입양전문기관), 성가정입양원(국내입양전문기관) 등 5개에다 입양지정기관 18개가 있다.

국가가 미혼모의 양육권을 보장해야

미혼모와 아이가 함께 머무는 애란원 모습. 아이 이불이 곱게 깔려 있다.
 미혼모와 아이가 함께 머무는 애란원 모습. 아이 이불이 곱게 깔려 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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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의 경우 입양기관들의 사후관리는 전무하다. 따라서 입양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리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지는 알 수 없다. 가끔 입양아를 대상으로 하는 논문이나 입양 자신의 수기를 통해 밝혀질 뿐이다. 아니면 성공한 입양아들이 한국의 생부모를 찾거나 재회를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양으로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내용은 알려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국내입양이라고 해서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1~2006년 사이 파양된 아동은 5201명(협의 파양 4896명, 재판 파양 305명)으로 연간 평균 866명에 달한다. 13세까지 지자체로부터 월 10만 원의 아동양육 보조비(장애아동의 경우 50만 원 정도)와 1급 의료보호대상자로 지원하고 있을 뿐 사후관리나 조치는 거의 없다. 입양부모(요즈음은 '생부모'에 대비해 '친부모'라 부름)의 경우도 입양을 개인 가족의 문제로만 감당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입양의 경우도 사후관리와 지원, 그리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그 뿌리를 찾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경기도 미혼모 부자가족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2010,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에서 실태 조사한 내용을 보면 '미혼모의 복지증진을 위한 필요서비스'로 양육지원과 양육위탁시설 필요 43.3%, 미혼부/미혼모에 대한 인식변화 14.2%, 직업훈련 및 직장알선 강화 13.4%, 미혼모 부자 의료지원 8.9%, 미혼부/미혼모에 대한 법적 조치 강화 7.3%, 상담서비스 3.4%, 산전산후 보호시설의 확대 2.4% 등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사회는 미혼모 부자를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 일반가정과 마찬가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과 보호를 해야 한다. OECD국가 중 최저출산율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사회, 향후 노령사회에 대비해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한국사회가 미혼모와 싱글맘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하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싱글맘의 날을 환영하며

김윤진이 전문직(변호사) 싱글맘으로 분한 영화 <세븐 데이즈>의 한 장면
 김윤진이 전문직(변호사) 싱글맘으로 분한 영화 <세븐 데이즈>의 한 장면
ⓒ ㈜프라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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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 '해외입양인센터 뿌리의 집', '한국미혼모 가족협회', '한국한부모연합' 등이 주창하여 2011년 5월 11일을 '싱글맘의 날'로 기념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입양이 아니라 생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는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하지 않는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할 수 없다.

싱글맘의 날을 제정한다고 해서 기존의  입양의 날을 폐지하거나 긴장을 만들 필요는 없다. 여전히 싱글맘들의 자유로운 양육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누군가는 완충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입양에 대한 정부지원과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싱글맘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싱글맘의 날 제정은 해외입양을 국내입양으로 전환한 것보다 더 획기적인 일이다. 금년부터는 '입양의 날'과 '싱글맘의 날'을 함께 기념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 그러나 점점 '싱글맘의 날'이 되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5월이 가정의 달이듯이 '싱글맘의 날' 역시 평범한 '가정의 날'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결혼과 가족만이 정상적 가정이 아니라 독신이든 싱글맘이든 다문화가정이든 모두 정상적인 가족과 가정으로 인정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싱글맘들에게 격려와 지원을 보내자!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함께하자!


태그:#입양, #싱글맘, #미혼모, #입양의 날, #싱글맘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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