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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내린 비로 금호강과 낙동강을 인위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파놓은 수로의 제방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9일 밤부터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추가 붕괴가 우려된다.

 

이곳은 4대강사업 낙동강 22공구 강정보 건설현장 직하류 300m 지점으로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합수들(두물머리 농지)' 초입부분이며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길이 400m, 폭 80m로 인위적으로 만든 수로다.

 

사고를 처음 목격한 주민 김삼섭씨에 따르면 많은 비가 내린 지난달 27일 금호강의 물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임시 가물막이가 붕괴됐고, 인공수로로 물이 유입되면서 제방이 급격히 무너졌다는 것이다.

 

사고가 나자 시공사는 유실된 가물막이 부분을 복구하고 높이를 보강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지만 많은 비가 내릴 경우 추가 붕괴가 예상된다. 실제로 9일 오전 현장을 확인한 결과 낙동강에서 금호강쪽으로 400m 가운데 300m 가량 왼쪽 10m, 오른쪽 30m 정도 제방이 붕괴되어 폭이 120m 정도로 넓어져 있었으며 높이 약 30m 정도의 붕괴된 제방쪽에는 추가붕괴가 일어나고 있었다.

 

 

 

모래를 쌓아 비스듬히 만든 제방은 물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모래가 유실되면서 제방을 깎아내려 절벽과 같이 위험해지는 것은 물론, 쉽게 무너져내려 대형 사고를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 관계자는 "가물막이 공사를 보강해 추가붕괴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사태 추이를 보고 도류제(하천의 흐름을 조절하여 물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설치하는 제방)를 설치하는 공사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금호강의 강바닥이 인공수로의 바닥보다 높기 때문에 비가 올 경우 붕괴가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제방을 모래로 쌓아 만든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비판하고 "여름 우기가 되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문제는 금호강과 낙동강을 연결해 놓으면 강물이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달성습지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기 때는 모르지만 갈수기 때에는 물이 말라 강 바닥이 들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측은 낙동강에 물을 채우고 가물막이를 철거하면 수위가 높아져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제방 붕괴로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공사측이 가물막이를 보강하기 위해 수령 50년 이상 된 나무를 캐내는 과정에서 감자밭을 짓밟아 농민들이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김중섭씨는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중장비가 들어와 감자밭을 짓뭉개 놓고도 보상 한 푼 안한다"며 시공사측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건설 관계자는 "약 20만 평의 땅에 몇 사람이 불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어 공사 시작할 때부터 농사를 짓지 말라고 말렸지만 듣지 않았다"며 "이곳은 국유지이기 때문에 보상해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6월 공사를 끝낸 뒤 가물막이를 철거하고 물을 채워 하중도로 만들면 이곳은 자연생태공원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며 사람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곳에서 불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6월 이전에 모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인위적으로 파놓은 수로를 당장 원상복구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적은 양의 비에도 쉽게 무너져 내리는 위험한 제방 붕괴 사고를 예측하지 못한 정부와 시공사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강정보현장 제방 붕괴, #4대강 사업, #낙동강, #금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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