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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정치권이 자기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 민주당 역시 이 흐름을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당 최고위원회에서)

 

"지금 우리 정치권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한나라당도 변하고 민주당도 변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도도한 변화의 파도에 휩쓸려 내려갈 것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대표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4·27재보선 쓰나미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9일 여의도의 모습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4·27재보선의 승자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물론이고 존재감이 없었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이구동성'으로 같은 날 "한국 정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쇄신'을 꺼낸 것은 4·27재보선의 최대패배자인 한나라당이었다. '안상수 대표 체제'가 퇴진했고, 당 안팎의 예상을 깨고 비주류인 황우여 의원이 원내대표가 됐다. 그러던 중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구성문제가 난항을 겪으면서, 9일 오전 열기로 한 1차 비대위가 무산되는 등 '비대위 자체가 비상사태에 빠지는' 상황이 됐다.

 

또 다른 패자인 국민참여당도 '당의 진로'를 주제로 한 온라인 토론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나라당] 가장 먼저 '쇄신' 논의 들어가, 가장 깊은 '혼란'

 

 

먼저 '쇄신'에 나선 한나라당은 역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은 '혼란'을 겪고 있다. 비대위 구성을 둘러싼 갈등은 그 정점을 보여줬다. 안상수 전 대표가 퇴임하면서 비대위원장으로 정의화 부의장을 선임했지만, 황 원내대표와 소장파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당'(가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황 원내대표는 9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대표가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때에는 제2순위자인 원내대표가 대행하도록 하는 규정(당헌 30조)이 있다"며 "떠나는 당최고위원회의가 당의 최고의결기구를 만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비대위는 의원총회에서 인준이 아니라 추인을 받으면 된다"면서 평상시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를 대신하는 비대위 활동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황우여 원내대표를 만나 협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황 원내대표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라디오 인터뷰를 한 뒤 손학규 대표에게 취임인사를 가는 등 통상활동을 했다. 사실상 정 위원장과의 면담을 피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대위 자체가 비상사태'가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황 원내대표 등은 감세문제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고 있다. 황 원내대표는 "(정부가 추진해온) 법인세·소득세 등에 대한 추가 감세정책을 철회하겠다"며 "감세 철회로 생긴 예산과 작년에 쓰고 남은 세제잉여금 등으로 10조 원의 재원을 마련, 학생 등록금과 육아비, 소시민 주택문제 지원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감세'대신 '복지'를 택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손학규 '당원구조, 공천개혁 등 개혁과제' 강조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4·27재보선 승리의 여운이 남아있던 지난 2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우리가 가야할 길은 혁신과 통합"이라며 당의 제도적·인적 혁신과 민주개혁진영의 통합을 강조했다. 이어 인재영입위원장을 직접 맡아 인재수혈 등 인적혁신을 주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9일에는 "우리 한국정치가 진통을 겪고 있지만 이 진통은 미래를 향한 자기 혁신의 길이고 그 길로 가야 한다, 혁신과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도를 높였다.

 

구체적으로, 당 개혁특위(위원장 천정배)가 준비하고 있는 당원·공천구조개혁방안을 언급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절차 거쳐서 확정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 최고위는 전날인 8일(일요일) 밤 간담회를 통해 중요정책에 대한 전당원투표제 도입, 대통령 후보 선출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당 개혁특위 개혁안에 대해 논의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모습은 한나라당의 '쇄신'흐름에 영향을 받은 바 크다. 공천개혁 문제와 관련해 나경원 한나라당 개혁특위 위원장은 지난 4일 소속 의원 대상 조사에서 94.4%가 상향식 공천에 찬성했다고 밝혔고, 이어 9일에는 한나라당 전체의원 172명 중 82.6%인 142명의 서명을 받아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주내용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쇄신문제와 관련해서는 '중도확대냐-진보확대냐'도 중요한 논란거리다. 지난 10월 3일 당 대표 당선 이후 '좌클릭'해왔던 손 대표가 '행복한 중산층' 콘셉트로 분당을에서 승리하면서 이 논쟁이 불거졌고, 한-EU FTA비준안 처리과정에서 손 대표와 민주당이 어정쩡한 행보를 보이면서 확산됐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직 사퇴...'보수대연합'으로 귀결?

 

 

자유선진당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부진 등 잇단 패배와 마땅한 대선후보 부재로 존재감이 상실된 상황에서 사실상 당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이회창 대표 사퇴라는 강수가 나왔다. 지역기반인 충청권에서의 위축, 세종시 수정-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논란 등에서 주도권 상실로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다"는 총체적 위기의식의 발로다.

 

그러나 이회창 대표의 퇴진이 곧바로 그의 영향력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상민 선진당 의원은 "당내 리더십이 이 대표에게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그의 대표직 사퇴에 따른 실효적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 대표는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하향식 공천제도 폐지, 국민경선제도 도입 등의 당 개혁안을 제시했다. 또 "심대평 대표 탈당으로 야기된 분열 상황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전적으로 당 대표인 저에게 책임이 있다,충청권의 분열 상황을 종식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심 대표가 탈당 후 만든 국민중심연합과 합당을 향후 당의 진로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번 사퇴가 충청권은 물론 보수진영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내가 강조한 것은 우리가 충청권 세력의 결집을 이루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지만, 선진당이 국민중심연합과 합친 뒤 보수대연합, 정확히는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이미 일 "다음에 아주 건전한 정권을 세우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건전한 보수의 이념을 갖는 세력들이 공조하고 뭉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참여당] 독자노선이냐 통합이냐 놓고 토론

 

4·27재보선에서 '친노의 성지' 김해을에서 야권단일후보를 내고도 패배한 뒤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참여당은 '당의 진로 - 2012년 총선, 대선, 그 이후까지 우리 당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제의 인터넷토론을 통해 당의 진로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난 3일 당 홈페이지에 개설한 '당의 진로 토론방'에는 9일 오후 6시 현재 261개의 글이 올라있다. 전체적으로 '독자노선' 주장이 많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과의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민주당과 통합하자는 의견은 매우 적다.

 

이번 토론은 오는 31일까지가 시한으로 유시민 대표는 아직까지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있다. 유 대표는 지난 5일 당직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글에서 "진보통합, 야권대통합 등 큰 변화를 도모하는 쪽으로 당원들의 마음이 모아진다면 전국당원대회를 열어야 할지도 모른다"며 "따라서 이 토론방에서 우리가 나누는 의견들은 중앙위원회 또는 전국당원대회 안건을 작성하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저도 '칩거'하는 중에 토론문을 작성하고 있는데 당원과 당직자 여러분들이 충분히 의견을 피력한 후에 토론문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참여당이 '온라인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은 참여당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젊은 당대표' 나온다면 민주당은?"

 

각 당의 이같은 '쇄신' 움직임에 대해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마지막 시험이었던 4·27재보선 성적표가 강한 충격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 박사는 특히 한나라당의 쇄신과 이것이 민주당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한나라당이 쇄신한다는 말만 한 상황인데도 민주당과 선진당이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변화이미지를 가진 '젊은 당대표'를 등장시킨다면 민주당은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고 박사는 "지금은 누가 먼저 혁신하고 세대교체를 선점하느냐의 싸움인데, 한나라당이 6월이나 7월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젊은 대표'를 내세울 경우 민주당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쇄신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도에 주목했다. 그는 "4·27 재보선 이후에도 박 전 대표의 지지도는 빠지지 않고 있으며, 손 대표 지지도가 올라갔지만 박 전 대표쪽이 아니라 유시민 대표쪽이나 중간층에서 이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도 "야권이 불과 51%의 득표율로 승리했다는 것은 국민들이 야당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압도적인 기대를 보내지는 않고 있는 것이고 이는 민주당이 쇄신에 나설 수밖에 없는 근거"라며 "지난해 지방선거는 총선과 대선에서 압승한 여권지지층이 가장 이완된 시점에서 치러지면서 한나라당이 완패했지만 이번 재보선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층도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이 현재의 혼란을 종식하고 '쇄신'(또는 쇄신이미지를 보이는데)에 성공한다면, 다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태그:#4.27재보선,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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