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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대 64'

 

한나라당 권력지형의 전세가 역전됐다. 6일 한나라당의 새 원내대표 경선 결선투표에서 비주류는 90표, 주류는 64표를 얻었다. 유력 후보로 꼽히던 안경률 의원을 누르고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황우여 의원 스스로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평가할 정도로 대이변이었다.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않았던 중립 성향의 비주류 원내대표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 같은 당내 '반란'은 4·27 재보선 참패 이후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실재하는 공포가 돼 버린 내년 총선 패배 위기감이 '주류 견제론'으로 표출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당 운영을 독식해 온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한 주류측에 또 다시 당을 맡겨서는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당내 소장파는 물론 친박계에까지 확산된 것이다.

 

계파에서 벗어난 소장파, 황우여에 몰표

 

당초 이번 경선 전부터 황우여 의원 지지를 선언한 개혁소장파 그룹은 실제 투표에서도 계파 이해에서 벗어나 끝까지 탄탄한 결속력을 과시했다. 덕분에 황우여-이주영 팀은 몰표를 얻었다.

 

친이 주류의 좌장 이재오 특임장관의 표 단속은 실패했다. 직접 두 차례나 친이계 모임을 소집하고 안경률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이 장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류 퇴진론'이냐, '주류의 무한책임론'이냐의 두가지 선택지 중 의원들은 주류 퇴진을 통한 당 쇄신을 택했다.

 

친이재오계의 핵심 의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며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감이 컸던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주류의 참패로 끝난 경선 결과에 따라 이 장관을 비롯한 친이계의 당내 영향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복귀 시기를 저울질하던 이 장관은 당내 입지가 약화되면서 거취에 대한 고민도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반면 이변을 만들어낸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개혁소장파와 친박계 의원들의 행보에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로 당 쇄신 논의도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탄력 받는 한나라당 쇄신모임... "계보·지역 벽 넘자"

 

원내대표 경선 직후 당내 개혁 소장파 의원 20여 명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쇄신파 연합체 성격의 '새로운 한나라'(가칭) 출범 준비모임을 열었다. 이 모임에서는 공천제도 개혁과 당헌당규 개정 문제 등 향후 당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이들은 비주류의 승리로 끝난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대해서도 반색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과거 당이 경직되고 비합리적인 기득권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했지만 이제 잠자던 공룡이 깨어났다"고 반색했다. 남경필 의원도 "한나라당이 많은 실망을 줬지만 그래도 건강하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을 계기로 반전의 모멘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모임에는 남경필, 정두언, 나경원, 김성식, 김성태, 권영진, 정태근, 홍정욱 등을 비롯해 친박계에서도 이혜훈, 구상찬, 김선동 의원 등이 두루 참석했다. 친이계로 꼽히는 임해규, 차명진, 김기현 의원과 친박계 유재중, 현기환 의원 등 11명도 모임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정태근과 구상찬 의원은 모임이 끝난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난 2009년과 2010년에도 한나라당의 쇄신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실패했다"며 "이제는 비상한 각오로 새로운 한나라당을 위한 모임을 시작한다, 계보와 지역의 벽을 넘어 오직 '새로운 한나라'를 위해 뭉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내주 초 만들어질 비상대책위는 단순히 전당대회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개혁을 추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당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쇄신모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도 "이번 경선에서 소장파들이 계파의 틀에서 벗어나 실제 소신껏 표를 던졌다는 것은 큰 의미"라며 "이번 만큼은 우리들의 쇄신 논의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찻잔 속 태풍되지 않을 것"... 당 지도부 선출에도 변수

 

이들 개혁소장파의 행보는 오는 6월~7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 대표 선출 등 지도부 구성에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장파 의원들의 발언권이 강화될 경우 이들의 '젊은 당대표론'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 대표 선거에서도 이번처럼 수도권 소장파와 친박계의 결속력이 발휘된다면 또 한 번의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도 예고됐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당이 좀 더 개혁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또 젊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당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개혁소장파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당정청 관계 확립 여부도 관심거리다. 거대 여당 한나라당이 '청와대 거수기', '아바타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소장파들의 요구는 재보선 패배 이후 열린 연찬회에서도 봇물을 이뤘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도 모두 수평적 당청 관계 확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새 원내대표로 뽑힌 황우여 의원은 "국민들의 목소리는 국회 안에 있다"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청와대에) 전할 것은 전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책위의장이 된 이주영 의원도 감세 철회와 비정규직 완화 등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반하는 정책을 목표로 내걸면서 "당과 사전 협의 없는 정책 발표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적 당정청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태그:#한나라당, #황우여, #쇄신, #소장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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