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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천시 동지역을 중심으로 '삼천포 사랑'이란 낙서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어 사천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홍보용 펼침막에는 '사천'이란 글귀까지 훼손되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삼천포중앙시장 농산물시장 앞 게시대에 걸린 펼침막으로, 사천시 출범 16주년 기념 시민의날 행사를 알리고 있지만 정작 '사천시' 부분이 심하게 훼손돼 있다.
 최근 사천시 동지역을 중심으로 '삼천포 사랑'이란 낙서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어 사천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홍보용 펼침막에는 '사천'이란 글귀까지 훼손되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삼천포중앙시장 농산물시장 앞 게시대에 걸린 펼침막으로, 사천시 출범 16주년 기념 시민의날 행사를 알리고 있지만 정작 '사천시' 부분이 심하게 훼손돼 있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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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사랑하세요!" "잊지 마라 삼천포" "삼천포 사랑"

삼천포를 향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관공서 건물 벽이나 가정집 담장 또는 각종 표지판에 불법적으로 쓰인 낙서라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실제로 이 같은 글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천시 동지역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건물 벽 낙서는 도장용 스프레이로 큼지막하게 쓰여 있고, 신호등 제어박스나 헌옷수거함 그리고 각종 표지판에는 유성매직이 동원됐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삼천포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알겠지만 그렇다고 남의 건물 또는 공공장소에 아무렇게나 낙서를 하는 것은 엄연한 범법행위라는 것이다. 나아가 이런 불법적인 방법으로 '삼천포 사랑'을 강조하는 것은 지역사랑에 되레 찬물만 끼얹는다는 비판을 보탠다.
  
사천시 동금동 신항로 주변에 쓰인 낙서.
 사천시 동금동 신항로 주변에 쓰인 낙서.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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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지역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각종 행사 홍보 공간으로 시민들의 이용도가 높은 시 지정 게시대. 이곳에 설치된 각종 펼침막에서 '사천시' 부분만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사천'이란 글자를 도려내거나 칼로 여러 번 그어 알아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낙서를 하는 사람이나 펼침막을 망치는 사람이 동일인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비슷한 시기부터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관계기관에서나 시민들 모두 동일인의 짓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누군가가 삼천포를 향해서는 강한 애정을 표출하면서도 통합 사천시 또는 옛 사천을 향해서는 극도의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옛 삼천포와 사천이 통합한지 16년에 이르고 있는데도 지역 화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고, "선거 때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정치인들이 있어 문제"라는 해석도 나왔다.

'삼천포 사랑' 낙서는 관공서 건물 벽이나 가정집 담장이나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펼침막에서는 사천이란 지명이 도려나가고 있다.
 '삼천포 사랑' 낙서는 관공서 건물 벽이나 가정집 담장이나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펼침막에서는 사천이란 지명이 도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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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지금 시점에 삼천포와 사천으로 편을 가르는 듯한 행동은 지역 화합과 상생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시민들의 한 결 같은 목소리였다.

이런 상황을 두고 사천시도 난감해 하고 있다. 고병호 총무과장은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불필요한 지역감정을 유발하고 있어 반드시 잡을 생각"이라며 이미 경찰에 수사의뢰 했음을 밝혔다. 수사의뢰 사유는 공공시설물 훼손이다.

조사에 나선 사천경찰은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3일 경찰 관계자는 "CCTV 자료 등을 분석했으나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특정 단체 등 몇몇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범위를 좁혀가고 있음을 밝혔다.

삼천포중앙시장 배수펌프장 건물 벽에 쓰였던 낙서(4월7일)가 5월3일 현재 지워졌다.
 삼천포중앙시장 배수펌프장 건물 벽에 쓰였던 낙서(4월7일)가 5월3일 현재 지워졌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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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경찰 측은 사천시를 향해 아쉬움도 털어냈다. 한 관계자는 "무작정 우리한테 범인 잡으라고 할 게 아니라 기왕 발생한 낙서에 대해서는 지우려는 노력도 해야 하는데, 너무 방치하는 것 같다"며 사천시도 지역감정이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함을 주문했다.

경찰의 이런 주문에 대해 사천시는 "지금은 낙서와 관련해 현황을 파악 중"이라며 조만간 낙서를 지울 계획임을 밝혔다. 반면 삼천포중앙시장 배수펌프장에 쓰인 낙서는 최근 지운 바 있다.

한편 사천시는 오는 5월 10일 '시민의 날'을 하루 앞둔 9일 사천시청 대강당에서 사천시 출범 16주년 맞이 기념행사를 갖는다. 이날 각계각층의 시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천시' 출범을 축하하고 시민화합을 기원하게 된다.

사천시와 경찰이 이 기념행사에 앞서 낙서사건 연루자를 찾아내 불필요한 말썽거리를 없앨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천시 대방동 대방진굴항 앞 표지판에 쓰인 낙서.
 사천시 대방동 대방진굴항 앞 표지판에 쓰인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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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천시, #삼천포, #지역감정, #뉴스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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