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27 재보선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선거 전)

"이번 선거의 표심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진짜 레임덕이 시작되었다."(선거 후)

4·27 재보선 이전과 이후의 일반적인 전망과 분석은 이랬다. 그런데 이런 분석과 전망은 정확한 것일까? 대체로 그렇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는 불행한 일이지만, 이런 전망과 분석은 재보선 이후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재확인됐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중앙일보-YTN과 공동으로 지난달 30일 한국리서치(대표 노익상)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다.

"MB 정부 중간평가" 44.8%→65.3%... 중도층 민주당 지지율 16.1%p 상승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응답이 지난해 7월 재보선(44.8%) 때보다 크게 늘어 65.3%로 나타났다. 자료 : EAI 중앙일보 YTN 한국리서치(2011.4), EAI-한국리서치(2010. 7).
▲ 4.27 재보선의 의미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응답이 지난해 7월 재보선(44.8%) 때보다 크게 늘어 65.3%로 나타났다. 자료 : EAI 중앙일보 YTN 한국리서치(2011.4), EAI-한국리서치(2010. 7).
ⓒ EAI

관련사진보기


우선, 이번 4·27 선거의 의미와 관련, 응답자의 65.3%가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다"고 답했다. EAI-한국리서치 2010년 7월 정기조사에선 7·28 재보궐 선거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답한 응답은 44.8%에 그쳤고,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라는 평가가 51.2%로 과반을 넘었다. 불과 9개월 사이에 '중간평가'라는 응답이 20.5%p나 증가했다. 대중은 '반대'하기 위해 투표장에 간다는 선거의 속설이 작동한 것이다.

MB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응징투표' 성향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한 달 만에 10%p 가까이 빠져 35.1%로 급락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유권자들 다수가 이번 선거를 현 정부의 중간평가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당의 패배가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으로 이어진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올 1월 조사에서 49.8%의 긍정평가를 기록한 이래 미세하나마 하락 추세로 돌아서 3월 조사에서는 44.6%였고, 이번 4.27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35.1%로 전월대비 9.5%p 하락했다. 이는 한나라당 지지율 37.5%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2009년부터 매월 정기여론조사를 해온 EAI측은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처음이란 점을 들어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의 책임을 여당보다 대통령과 정부에 묻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2009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35.1%)이 한나라당 지지율(37.5%)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 EAI 중앙일보 YTN 한국리서치 조사(2011년 3월부터 RDD 방식 유선전화).
▲ 국정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 변화 2009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35.1%)이 한나라당 지지율(37.5%)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 EAI 중앙일보 YTN 한국리서치 조사(2011년 3월부터 RDD 방식 유선전화).
ⓒ EAI

관련사진보기


국정지지율의 추락은 임기 4년차를 맞이해 레임덕 현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지층의 이탈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주었던 유권자들 중 절반을 약간 웃도는 55.4%만이 여전히 대통령 국정운영을 지지했고, 나머지는 부정적이거나 답변을 유보하는 등 열 명 중 네 명 이상이 국정지지층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해온 영남 지역(부산울산경남 36.9%, 대구-경북 49.3%)에서도 지지율이 과반을 넘지 못했다. 신문지상에서만 거론되던 '레임덕'이 지표상으로도 현실화되었다는 얘기다.

여야간 정당 지지율 격차도 크게 줄였다. 지난 3월 조사만 하더라도 한나라당 지지율이 38.4%, 민주당 지지율이 22.2%였지만 이번 4월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율은 37.5%로 정체된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32.1%로 크게 상승해 오차범위 내로 접근했다.

정권교체론 61.9%, 야권통합론 57.2%가 '공감'

특히 중도층에서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보수층에선 거의 변화가 없고, 진보층에선  29.7%에서 39.4%로 9.7%p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에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21.9%에서 38.0%로 무려 16.1%p나 상승했다. 분당을 선거에서 일관되게 중산층 역할론을 강조한 '손학규 효과'로 추정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지만, 더 주목할 만한 변화는 18대 대선의 선거구도를 좌우할 '정권교체론'과 '범야권 통합론'에 대한 유권자들의 공감도이다. 2007년 8월 EAI-한국리서치 공동 제2차 대선패널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58.4%가 공감한다고 답한 반면, 32.1%만이 공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질문을 바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공감도를 물은 결과, 61.9%가 공감한다고 답해 지난 대선에서의 정권교체 요구를 웃돌았다.

17대 대선 당시 정권교체론과 야권통합론에 대한 공감도는 각각 58.4%, 40.2%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각각 61.9%와 57.2%로 커졌다. 자료 : EAI 중앙일보 YTN 한국리서치 조사(2011.4), EAI 중앙일보 SBS 한국리서치 대선패널 2차조사(2007.8).
▲ 대선구도의 변화 17대 대선 당시 정권교체론과 야권통합론에 대한 공감도는 각각 58.4%, 40.2%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각각 61.9%와 57.2%로 커졌다. 자료 : EAI 중앙일보 YTN 한국리서치 조사(2011.4), EAI 중앙일보 SBS 한국리서치 대선패널 2차조사(2007.8).
ⓒ EAI

관련사진보기


또 17대 대선 당시에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범여권이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40.2%만이 공감한다고 밝혀 큰 기대가 없었던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범야권이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17%p나 더 많은 57.2%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EAI측은 이와 관련 "17대 대선 당시에는 당시 범여권이 분당과 연대를 반복한 반면, 현재는 진보정당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2010년 지방선거 이래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권이 선거 국면에서 실제 단일후보 선정에 성공하면서 범야권의 연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결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처럼 정권교체론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야권통합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지난 17대 대선구도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야권 후보의 경쟁력에서 나타난다. 17대 대선에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은 야권의 강력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라는 대안을 통해 표현된 바 있다. 오는 18대 대선에서도 역시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고조되고 야권연대에 대한 기대와 공감이 크지만, 정작 이번 재보궐 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박근혜 전 대표의 압도적 우세가 유지되고 있다.

"내일이 대선이면?" 박근혜 부동의 1위...손학규 단일후보 적합도 41.4%

박근혜 전 대표가 57.0%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자료 : EAI 중앙일보 YTN 한국리서치 조사(2011년 3월부터 RDD 방식 유선조사).
▲ 한나라당후보 적합도 박근혜 전 대표가 57.0%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자료 : EAI 중앙일보 YTN 한국리서치 조사(2011년 3월부터 RDD 방식 유선조사).
ⓒ EAI

관련사진보기


이번 조사에서 여러 후보 중 "내일이 대선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를 묻는 단순 지지도 문항에서 박 전 대표는 35.8%로 여전히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론이 국민여론 차원에서는 크지 않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당선 가능성에 대한 평가에서도 3월 48.9%에서 4월 48.5%로 큰 변화 없이 박 전 대표의 차기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본 응답자가 과반에 육박하고 있다.

야권에선 손학규 대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4.27 재보선 참여결정 이전에 실시한 3월 조사에서 3.6%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던 손학규 대표가 이번 조사에서는 11.5%를 기록해 지난해 당대표 취임 이후 다시 두 자리 수대로 진입하며 2위에 올랐다. 당선 가능성도 3월 4.1%에서 4월 12.5%로 뛰어올랐다. 반면 3월 조사에서 10.6%를 기록했던 유시민 전 대표의 지지율은 이번 조사에서 7.1%로 내려 앉았다. 그 다음은  오세훈 서울시장 5.1%,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3.7%, 한명숙 전 총리 3.6%, 김문수 경기지사 및 이회창 선진당 대표가 각각 3.2%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후보들만 뽑아 한나라당 후보로서의 적합도를 물어본 결과, 박근혜 전 대표가 57.0%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오세훈 시장이 10.0%, 김문수 지사가 9.2%, 정몽준 전 대표가 5.0%, 홍준표 최고위원 1.2%, 이재오 장관 0.6% 순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격차가 더욱 커져 박근혜를 꼽은 응답이 63.5%, 오세훈 13.4%, 김문수 8.2%, 정몽준 6.4%, 이재오 1.0% 순으로 나타났다. 변화추이를 보면 3월 들어 무응답 층이 크게 줄면서 박근혜 쪽으로 지지가 쏠리는 양상이다.

분당을 선거에서 승리한 손학규 대표가 압도적 우세(41.4%)로 나타났다. 자료 : EAI 중앙일보 YTN 한국리서치 조사(2011년 3월부터 RDD 방식 유선전화).
▲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분당을 선거에서 승리한 손학규 대표가 압도적 우세(41.4%)로 나타났다. 자료 : EAI 중앙일보 YTN 한국리서치 조사(2011년 3월부터 RDD 방식 유선전화).
ⓒ EAI

관련사진보기


한편 야권 후보들만 뽑아 범민주단일후보로서의 적합도를 물어본 결과, 분당을 선거에서 승리한 손학규 대표가 41.4%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손 대표를 오차범위로 추격하던 유시민 대표는 10.4%로 낮아졌고, 한명숙 전 총리 8.4%, 정동영 최고위원 6.5%, 김두관 지사 1.4%, 노회찬 전 의원 1.4%, 정세균 전 대표 1.2%, 이정희 대표 0.3% 순이었다. 없다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은 26.1%로 나타났다. 손 대표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야권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가상대결시 박근혜 52.3% vs. 손학규 33.1%

한편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대표의 가상 맞대결 시에는 박 전 대표가 52.3%, 손 대표가 33.1%로 나타났다. 없거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은 14.6%였다. 대체로 전 계층에서 박 전 대표의 우위 현상이 나타나는 데 호남 및 민주당 지지층, 이념적 진보층에서 손 대표가 유리했다. 주목할 점은 야성향이 강하다고 알려진 20대에서 박 전 대표 지지율(54.2%)과 손학규 단일후보의 지지율(34.7%) 격차가 상당히 컸다. 또 중도층에서도 박 전 대표 51.7%, 손 대표 33.8%로 나타나 박 전 대표의 우위가 나타났다. 따라서 20대와 중도층에서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는 것이 향후 손 대표 진영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그렇다면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과 범야권 통합에 대한 공감이 큰데도 정작 후보 지지율에서는 여전히 박근혜 독주 체제가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적용되는 이론은 유권자들이 대통령 임기중 실시되는 총선이나 지방선거, 재보선에선 현 정부의 실적을 평가하는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 성향을 나타내지만, 대선에서는 인물과 비전·가치 등을 중심으로 한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ing) 성향을 강하게 표출한다는 것이다. 또한 역대 한국 대선에서는 정당요인이나 구도 못지 않게 인물요인이 전통적으로 강하게 작용해왔다.

정권교체 위한 야권통합론에 반감을 가진 층(66.8%)에서 물론 공감하는 층(54.4%)에서도 인물 본위 투표 성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 EAI 중앙일보 YTN 한국리서치 조사(2011년 3월부터 RDD방식의 유선전화).
▲ 야권통합 공감여부에 따른 선호도 정권교체 위한 야권통합론에 반감을 가진 층(66.8%)에서 물론 공감하는 층(54.4%)에서도 인물 본위 투표 성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 EAI 중앙일보 YTN 한국리서치 조사(2011년 3월부터 RDD방식의 유선전화).
ⓒ EAI

관련사진보기


이번 조사에서도 정권심판론과 반한나라당 야권통합에 대한 지지가 높았지만 그것이 바로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대선에서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59.7%의 다수가 "인물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고, "야권단일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22.4%에 그쳤다. 심지어 범야권통합론에 공감하는 층(458명)에서조차 "인물을 보고 판단하겠다"(54.4%)는 응답이 다수였고 "야권단일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33.8%에 불과했다. 정한울 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이같은 조사결과를 이렇게 분석했다.

"회고적 심판투표의 전제가 미래 정책역량에 대한 평가와 결부된다는 것은 결국 심판론이 미래의 대안세력에 대한 기대와 연결될 때 실제 투표행위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차기 대권주자 중 주요 어젠다별로 누가 가장 잘 국정을 수행할 것으로 보는 지 물어본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 미래 경제성장이나 양극화 해소, 삶의 질 개선 등의 국가 아젠다에 대해 야당 후보보다는 박근혜 후보가 더 잘 해결할 것이라고 보는 여론이 강했다. 현 정부 국정실패에 대한 대안으로 야권 주자가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를 꼽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실망한 상당수 유권자가 이번 재보선에서 정권심판론에 동조해 문책성의 회고적 투표성향을 표출했지만, 전망적 투표성향을 띤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야권으로서는 박근혜에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야권후보의 '인물경쟁력'과 콘텐츠의 강화가 뒷받침된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때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의 표본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할당추출법으로 선정했다. 조사는 유선전화 RDD(임의번호 걸기)와 컴퓨터를 이용한 면접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최대 허용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서 ±3.5%p(응답률 11.9%)다.


태그:#4·27 재보선, #손학규, #박근혜, #정권교체론, #EAI 여론조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